남자 어른, 어른이 된 남자들은 대체로 애들이다. 그저 아이 같고 철없고 사고뭉치다. 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그런 어른들 중에 아직 덕질을 일삼고 덕후가 되어버린 추억팔이 마니아들에게 기적과도 같은, 그리고 선물과도 같은 완벽한 축제이다. 80년대를 너무나 사랑한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 속에는 80년대를 주름 잡았던 삼라 망상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 나온다. 어니스트 클라인의 약력을 소개하는 것도 우리나라의 작가들과는 다르게(어디 대학교를 나왔고, 몇 살에 무슨 상을 탔고 등) 즉석으로 전문 조리사, 생선 해체 작업사, 혈장 기증자, 비디오가게 우수점원 등이 어니스트의 약력으로 당당하게 실려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로 레디 플레이어의 소설을 적었고 그것을 덕후들을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력을 만나 영화가 되었다
.

이 영화는 B급 대중문화를 사랑하여 덕질을 일삼는 덕후들에게 마음껏 축제를 즐겨라,라며 2시간여 동안의 긴 추억팔이를 할 수 있게 만든 영화다. 고귀하고 숭고한 A급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급 B급 문화를 무시하는 경향은 늘 있어왔다. 영화 속에도 아이오아이의 태도가 그렇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엿이나 먹어라,며 저급 대중문화가 우리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서태지의 기괴한 페스티벌 콘서트에서도 서태지는 우리를 향해 말했었다.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여러분이 진정한 예술가입니다. 소리 질러, 울트라맨.라고 해서 우리 모두가 울트라맨을 허공을 향해 외쳤던 경험이 있다
.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흔히 있는 이야기, 가상과 현실, 나와 아바타, 이름과 아이디의 문제나 가치를 따지지 말고 그 경계에서 꿈을 실현시켜주는 것은 바로 대중문화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미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나 아바타에서 호접지몽이니 실존주의니 다 다뤘다. 인터넷이 도래했을 때 그 무서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기성세대 꼰대들은 말하지 않았던가. 범죄의 온상으로 치부가 되었던 인터넷 세상.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범죄는 인터넷보다 현실에서 더 무섭고 더 기이하고 변태 적인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 인터넷 세상이나 밖의 세상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다 똑같다. 그 속에 대중문화가 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

엄청난 이전의 캐릭터와 패러디와 오마주가 기관 총알처럼 영화 속을 휘젖고 나올 때면 흥분, 흥분 그 자체가 된다. 어마어마한 저작료를 주고 캐릭터를 빌려와서 그저 1초 안 되는 엑스트라로 지나가게 만든 스필버그에게서 와이 낫, 뭐가 문제야,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한 번 찾아봐,라는 무심한 매력이 돋보여서 더 흥분하게 된다. 조지 마이클이 있던 웸의 노래가, 블론디의 노래가 나오고 후반에 게이머들이 전부 모여들어 식서들과 전투를 벌일 때 스트위트 시스터의 wanna gonna take it이 나올 땐 엉덩이가 들썩 일 수밖에 없었다. 처키가 칼을 휘두르고 스폰이 잠시 등장하며 건담이 칼을 휘두를 땐 정말 가벼운 전율이 왔고 키티가 아기처럼 걸어갈 때 박수를 칠 뻔 했다. 뭐야 스필버그 할아버지는 정말 완벽한 덕후잖아. 이 할아버지 바로 한 달 전에는 더 포스트를 만들었다구! 영화는 찬란하게 빛나는 에너지가 가득 매우고 있고 추억팔이를 하는 우리는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

사람들은 백 투 더퓨처와 샤이닝과 자이언트를 봐야만 영화를 더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샤이닝의 초반 장면이 나오지만 몰라도 상관없다. 백 투 더퓨처도 그렇다. 문제가 없다. 그것이 뭐가 문제가 되며 꼭 그 이전의 영화를 보고 레디 플레이어 원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무시해도 된다
.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가상의 세계 오아시스에서 대중문화를 통해서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스필버그는 이 축제 같은 영화 속에서도 철학적인 의미를 숨겨 놨다. 2045년 미래의 가상세계 접속 방법이 현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간 수많은 미래 영화와는 역행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오래된 영화 A.I 보다 더 떨어지는 미래의 모습이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미래라는 모습이 장대한 혁신이 아닌 현재 대중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 바로 미래이며 그것이 곧 현실에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

영화 속 아이오아이는 초 대기업, 재벌기업 같은 것이다. 하지만 오아시스에서 게이머들과 전투를 하려면 접속기를 통해 인해전술을 펼칠 수밖에 없다. 아이오아이는 현실 세계에서는 온갖 비리의 온상이다. 협박이 통하고, 로비를 펼치고, 엠엔에이가 이루어지며 작은 기업 따위는 먹어 버릴 수 있지만 가상세계 속에서는 그런 것 따위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룰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곳이 바로 가상세계다. 그 속에서는 가난한 자, 부자의 개념이 없다. 군인, 대통령, 여자, 남자, 아이, 어른 모두가 가상세계에서는 똑같은 존재이며 룰에 따라 움직여야만 퀘스트를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 같은 거대 기업 아이오아이도 가상세계에서는 룰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다
.

마지막 퀘스트를 깨는 게임이 아 타 리 라니. 정말 스필버그는 신이 아닐까. 이 영화는 나처럼 아직 아이로 남아있으려는 마음이 강해서, 그리하여 집의 진열장이 그릇 대신 피규어로 가득 찬 어른들에게는 분명 굉장한 축제이며 스티븐 스필버그가 우리에게 주는 장대한 선물인 것이니 영화 속으로 풍덩 들어가 즐기면 된다. 영화 속에서 웨이드는 이런 대사를 한다. 여기서는 모든 게 다 느리다.라고. 스필버그는 앞만 보며 미친 듯이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뒤를 한 번 돌아봐, 그리고 추억팔이를 해봐,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