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이후 블랙 회사)’는 10년이 좀 덜 된 영화다. 영화리뷰는 최근작 위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리뷰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현재, 어제(이틀 전)부로 통계로 나와있는 사상 최악의 실업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며 생산적인 활동에 매달려야 하는 3, 40대들이 일을 못하거나 직업을 가지기를 꺼려 하거나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때려치우는 현실이 되었다. 이탈리아도 베네수엘라도 3, 40대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못하게 되면 나라가 휘청거리고 20대들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등지고 떠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건 우리보다 우리 밑의 아이들에게 분명하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도 기성세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가 화두인데 우리 밑의 아이들은 점점 더 설 기회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그럴수록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려 할 것이다. 당연하지만 BJ들은 지금보다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고 쉽고 많이 돈을 벌어들이려 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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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생활밀착형 영화다. 만화적 구성과 한정된 공간에서의 연출, 시트콤화되어 있는 과한 행동, 몇 명 되지 않는 등장인물만으로도 가능한 이야기가 생활밀착형 영화다. 우리나라의 생활밀착형을 살리는 배우는 유해진이나 성동일이 있겠다. 영화 블랙 회사는 코믹하게 테이크가 이어진다. 과하고 또 과하게, 그리고 중간중간 과한 합성 처리로 인해서 생활밀착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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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코토는 IT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다. 학창시절에 늘 왕따를 당하다가 고등학교 중퇴를 하고 몇 년 동안 니트족으로 집에서 나오지 않고 게임만 하다가 자격증을 취득하여 어렵게 회사에 들어온다. 하지만 회사는 매일 밤샘에 쌓이고 또 쌓이는 업무에 마코토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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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토가 히키코모리로 지내고 니트족으로 지내지만 부모님은 마코토를 늘 응원한다. 마코토의 첫 정장을 사 오던 엄마는 그날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흔한 클리셰지만 마코토는 엄마를 위해서 블랙 회사에서 절대 지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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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들어온 작은 회사는 블랙회사다. 이 업계에서도 가장 밑바닥의 세계다. 입찰을 받아오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기일 내에 오더를 끝내려 하는 팀장과 그 밑에서 죽어나가는 직원들. 오로지 할 줄 아는 건, 또 해야만 하는 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수치를 맞추고 계산서를 뽑아내고 할당량을 넘어선 업무를 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에서는 쓰러져 없어져도 누구 하나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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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원대한 꿈은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는 순간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세계. 타 회사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옆의 동료를 밟고 올라야 살아남는 세계. 이 바닥에서 10년 넘게 일만 하다 회사에서 쫓겨나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도시형 좀비가 되어있다. 그 흔한 스파게티 하나 끓여 먹지 못하고 바느질도 못한다. 자존감의 결핍과 매일 비슷한 말과 똑같은 단어의 향연. 비전이라고는 1도 없는 블랙 회사는 나를 갉아먹기만 하는 괴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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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분명 2009년에 나왔지만 근로기준법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되어 버린 2018년의 블랙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과한 동작과 대사와 독특한 구성의 영상은 영화의 몰입에는 방해가 된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은 갈등을 바라지 않지만 갈등 없이 하루를 보낼 수는 없는 이상한 세계. 우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블랙 회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