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탄 사나이 3탄은 그야말로 패러디의 향연이다. 패러디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니. 이 영화는 가벼움이다. 가볍게 보고 웃고 즐기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400미터 계주에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가 달리고 있다. 2등과 많은 차이로 1등을 달리는 미국이 300미터에서 가볍게 달리는 것 같은 영화다. 당시에는 미국의 중산층들이 80년대를 거치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덕분에 제2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걸프전을 거쳤고 총알탄 사나이1탄에서 역시 첫 장면에 미국이 지정한 악의 축을 레슬리가 때려잡는 것도 패러디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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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무기의 나라다. 아이언맨 1편에서처럼 미국은 무기를 각국에 팔아서 강대국이 되었다. 그래서 전쟁이 끊어지면 안 된다. 끊임없이 세계대전이 곳곳에서 일어나야 미국은 더욱 강대국이 된다. 그렇다면 세계인들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소니의 나라? 미쯔비시의 나라? 일본은 스시의 나라다. 이탈리아는 페라리? 패션? 아니다 우리도 이탈리아를 파스타의 나라로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을 삼성이나 현대의 나라로 알고 있는 세계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삼성은 알아도 삼성이 한국이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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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 나라가 미국, 그래서인지 2000년대를 넘어서 나오는 영화 속 백인이나 미국인은 되려 악의 축으로 몰리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는 그 모습이 확실히 표가 나는데 이것 역시 상당한 클리셰다. 영화 동주나 박열에서처럼 일본인이라 해서 모두가 악이냐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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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가 26년 생인 걸 감안하면 94년에 나왔다고 해도 꽤 많은 나이다. 그럼에도 레슬리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과한 동작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에게 가벼움을 주었고 웃음도 주었다. 미국의, 미국식 코미디가 티브이, 영화에서 정점을 이루던 시기였다. 천재소년 두기에서도, 캐빈은 12살에서도 미국식 코미디가 주를 이루었다. 비버리힐즈의 아이들에서 섀넌 도허티마저 코미디식 대사로 인기를 얻었다. 16년에 암 투병 중이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이겨내고 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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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총알탄 사나이 3편는 패러디의 가벼운 미국식 팝콘 영화다. 델마와 루이스의 일탈을 꿈꾸지 않아도 된다. 지금에서 이 영화를 이야기를 할 때는 배우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주인공인 레슬리 닐슨은 지금은 죽고 없다. 안나 니콜 스미스도 고인이 되었다. 미국의 새간에서는 안나 니콜 스미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좋아한다. 먼로가 환생했다고 믿었던 안나 니콜 스미스는 결혼도 생활도 그리고 죽음마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불행하면서도 덜 불행한 배우일 것이다. 안나 니콜 스미스가 방송대상 같은 곳에 나와서 말을 하면 사람들은 욕을 했다. 그 허느적 거리는 말투와 풀린 눈과 버튼을 누르면 확 다 벗겨질 것 같은 옷. 하지만 그게 안나 니콜 스미스였다. 폭행, 성폭행, 자유와 인권의 나라 미국에서 마저 여자는 핍박받고 당하고, 재벌가와의 결혼, 재산 분쟁, 약물중독, 알코올중독, 어린 아들의 죽음. 멀쩡하다면 오히려 이상해야 할. 안나 니콜 스미스의 말투는 귀엽고 마음에 들기까지 했다. 왜 저를 가만두지 않나요? 이 말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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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 속 프랭키의 아내로 나오는 프리실라 프레슬리. 그녀 역시 총알탄 사나이 3편을 끝으로 영화계에서는 주연으로서의 은퇴를 한 것 같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로 마이클 잭슨의 아내였던 리사마리 프레슬리를 낳았다. 프리실라가 엘비스와 결혼하게 된 이야기가 재미있다. 군 복무 시절 엘비스가 아직 미성년자였던 프리실라에게 반하여 프리실라 아버지를 찾아가 자신이 프리실라가 학교를 제대로 졸업을 시키겠다는 약속 하에 결혼을 허락받았다. 그렇게 프리실라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가 67년. 68년에 리사마리가 태어난다. 행복하게만 보이는 엘비스와 프리실라. 미국은, 아니 전 세계는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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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은 오래가지 못했다. 엘비스는 그렇게 미인인 아내와 예쁜 딸을 두고 여자 문제가 심했고 술과 약물에 시달렸다. 프리실라를 두고 투어를 다니며 염문을 뿌렸다. 외로운 프리실라. 결국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가고 결론은 예상대로였다. 정말 뻔하지만 슈퍼스타들의 결혼 생활은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도 일본도. 홍콩도 중국도. 그에 비한다면 한국의 중년 스타 커플들은.
엘비스가 죽고 나서도 프리실라는 그의 죽음이 그녀의 탓이라고 사람들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고통을 받았다. 그러다가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에서 발랄한 모습으로 나타났기에 사람들은 영화의 맥락, 재미, 완성도를 떠나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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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는 사실 그렇게 많은 나이에 죽은 것은 아니다. 84살에 고인이 되었다. 폐렴으로 앓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레슬리는 아나운서 출신이다. 총알탄 사나이에서도 그렇지만 무서운 영화 4에서도, 드라큘라 페러디에서도, SF물까지 건너가서 패러디를 해서 레슬리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지금 본다면 그렇게 웃음이 나오지 않는 것은 패러디 코미디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근간의 사람의 기억 속에 들어있는 장면과 대사를 패러디를 해야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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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야 하고 내가 아닌 제3자의 인생을 대신 사는 동안은 죽어서도 다쳐서도 안 되는 운명을 지닌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연기를 했다면 관객들은, 사람들은 응원을 하고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린다. 그런 영화배우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사람이 코미디언이라 생각한다. 채플린이 그런 코미디를 펼치기 위해 삶은 얼마나 정확하고 처절하고 지루하지만 담백했는가. 코미디는 인간의 삶과 유사하다. 코미디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채플린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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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화면 속에서 레슬리, 프리실라, 안나 니콜 스미스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영화는 그게 가능하게 해준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돌려 볼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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