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이 벌어지는 10월에는 정말이지 회사에 안가고 TV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경기 일정도 무척이나 교묘한데, 우리 시각으로 새벽 두시에 한경기, 다섯시에 한경기, 8시, 11시에 또 한경기. 그러니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 네경기를 모두 볼 수가 있다. 이건 물론 팬들에 대한 배려일 수 있고, TV 중계에 붙는 돈을 생각하면 절묘한 상술로 여겨지기도 한다. 작년 어느날인가는 아침 일찍부터 하루 열시간 이상을-한경기가 연장까지 갔다-미국야구만 봤는데, 당시 해설을 하던 차명석 씨가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이거 끝나고 밥 드시고 잠깐 쉬시다가, 우리나라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면 되겠네요”
어제는 정말로 두시에 일어났다. 샌디에고전을 먼저 보고 보스톤과 LA 경기를 본 뒤 출근을 했다. 물론 비몽사몽이었고, 계속 졸다가 커피마시기를 반복해야 했다. 집에 오자마자 밥을 먹고 쓰러져 잤다.
오늘은 그래도 경기가 새벽 다섯시라 상황이 괜찮았다. 휴스톤이 10점을 내며 이기는 걸 보고 출근. 전날 푹 자서 견딜만한데, 보고싶은 양키스와 에인절스전을 못본 게 아쉽다. 지금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데, 왕젠밍의 호투를 발판으로 양키스가 앞서고 있다. 왕젠밍은 그 이름처럼 대만 출신으로 우리나라의 박찬호가 그랬듯이 대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거기다 명문팀 양키스에 소속되어 있으니 더더욱 인기가 많을 수밖에. 박찬호의 엔트리 탈락으로 한국인 메이져리거들을 포스트시즌에서 볼 수 없다는 게 마음 아프지만, 같은 동양인인 왕젠밍이 늠름하게 2선발로 나섰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겠다. 같은 동양 선수가 잘하는 건 좋은 일이지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내일도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야 하는 등 간만에 바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미국 야구를 볼 수 있어서 좋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요즘 들어 이성규가 해설하는 경기가 부쩍 많다는 건데, 부리님도 말씀하셨지만 이성규의 해설은 정말이지 한심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든다. 올 시즌 홈런 51개의 경이적인 활약을 한 앤드류 존스가 타석에 나왔을 때, 이성규는 이런 말을 했다. “존스 선수, 득점권에서 아주 강하죠”
아나운서가 정곡을 찔렀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이 2할 6리밖에 안되는데요”
올해 타율이 2할6푼인데 득점권 타율이 2할6리, 이런 사람을 득점권에서 강하다고 하다니! 이성규는 최소한의 기록조차 확인하지 않은 거다. 데이터만 나열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래서 송재우를 좋아한다.
포스트시즌 경기가 모두 끝날 때쯤이면 10월도 다 갔을테고, 찬바람이 부는 11월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또 한살 더 먹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