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전날, 아버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1번이다. 알겠냐?"
그냥 알았다고 하면 될 것을 난 끝까지 개겼다. 결국 "호로자식"이란 말을 듣고 나서야 전화는 끊어졌다.

노무현이 당선되었다. 난 기뻐했지만, 집에서는 그 일로 나에게 욕을 바가지로 했다. 탄핵을 당했을 때 난 거리로 나서진 않았지만, 마음만은 광화문에 있었다.

근데 노무현이 권력을 통째로 내놓는다고 한다. 한두번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지겹게 반복한다. 처음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을 때는 얘가 왜이러나 싶었다가 "워낙 순결한 인간이니까 측근비리에 마음이 아팠던게지"라고 이해를 했었다. 그런데 그 뒤 거듭되는 권력이양 발언은 나를 참 헷갈리게 한다. 정치문화만 정착이 되면 물러나도 된다나 어쩐다나.

노무현은 아마도 대통령직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이고 싶었나보다. "나 그런 사람 아냐. 권력 따위엔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하!" 그야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그에게 투표하고 그의 당선에 마음졸인 나같은 사람은 도대체 뭐가 되는가. 한나라당처럼 이질적인 당과 연정을 하겠다는 속내는 도대체 뭘까. 지지율이 낮아서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그렇게 물러나고 싶다면 사퇴하면 그만이다. 그가 빨리 물러나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이한구의 발언에 찬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집권 뒤 우리 경제가 부쩍 어려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난 경제보다 개혁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즉, 정치와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개혁만 이루어진다면 경제가 조금 어려운 건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노무현은 그다지 한 일도 없이 경제만 말아먹었다. 29%의 지지율은 괜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난 29%의 지지자들이 신기할 뿐이다. 도대체 노무현이 뭘 잘한다고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 2번을 찍은 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그 사실이 부끄럽기는 하다. 제스쳐로만 그치지 말고 진짜 물러나든지, 그럴 요량이 아니면 입 닫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나같은 사람을 덜 부끄럽게 하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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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5-09-0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혁이 뜬구름이 된 지금...아직도 뜬구름에 환호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는걸 보면... 갈 길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니콜키크더만 2005-09-0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앞으로 오랜 기간 개혁파가 집권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그게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