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아, 너 선봐라"
벌써 독신생활에 익숙해졌는지 난데없이 걸려온 어머니 말씀이 생경하게만 들렸다.
"나같은 애 좋아하는 여자도 있나요?"
"니가 어때서!"
어머니 말씀과 달리 난 어-떻-다. 직업도 그저 그렇고, 얼굴도 평범한데다 재미도 없는 나, 게다가 이혼남이란 딱지까지 있는데 선을 보겠다는 여자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중매장이가 날 '건축사무소 소장'-그것 역시 대단한 건 아니지만-이라고 소개하기라도 한 것일까?
어머님 말대접을 해드려야 하는 게 중요한 이유지만, 가끔씩 밀려오는 외로움이 나로 하여금 선자리에 나가게 만들었다.
"처녀가 아주 예쁘데!"
그 말을 믿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여자는 드넓은 얼굴에 펑퍼짐한 몸매를 하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어디 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내 주제에 찬밥 더운밥 가릴 건 아니지만, 그녀는 아무리 봐도 내 타입이 아니었다. 영 아닌 외모 때문이 아니라 말주변이 전혀 없었기 떄문이다. 나도 말이 없는데 그녀까지 침묵만 지켰으니 선을 보는 한시간은 거의 지옥이었다.
"선 자주 보셨어요?"라든지 "선 볼 때 주로 무슨 얘기 하세요?"라는 말은 대체 왜 했을까. 말도 몇마디 안한데다 그나마 내가 한 말의 반응도 썰렁했으니, 더이상 말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신화에 가깝다. 기껏해야 호감을 가진 정도겠고, 만남이 거듭되면서 애정을 쌓아가는 게 일반적인 공식이리라.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 만남이 잘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지나가기도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그녀는 전혀 내 타입이 아-니-었-다. 중매장이는 그녀를 예쁘다고 소개했다. 그녀가 예쁘면 이 세상 여자의 70%가 예쁘게? 다행한 것은 그녀 역시 연방 시계를 보면서 집에 갈 궁리만 했다는 거였다.
결과는 안좋지만 이런 식으로 둘다 마음이 일치하면 다행인 거다. 이 세상 비극의 50%가 애정에 있어서의 남녀 불일치가 원인이라고 하는데, 최소한 그건 아니니까.
"그냥 제 타입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퍽 실망하신 것 같았다.
"까다롭기는... 니가 지금 그렇게 고를 입장이야?"
이 말은 분명히, "니가 어디가 어때서?"와 모순된다. 집에 오는 길에 캔맥주를 두개 사가지고 왔다. 전에 남긴 새우깡에다 맥주를 마셨다. 더위와 갈증이 모두 가셨다. 새 각시를 얻기 위해서 오늘같이 재미없는 터널을 얼마나 건너야 할까,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