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카레를 해 오셨다.

“냉장고에 넣어둘 테니 밥 먹을 때마다 덜어서 댑혀먹어라”

카레는 내 조그만 냉장고에 가득 찼다. 앞으로 당분간 카레만 먹어야 하려나보다.


혼자 산지 벌써 2년 반, 스스로 부지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닌가보다. 내 손으로 밥을 차려먹는 일이 점점 줄어드니 말이다. 나 혼자만을 위해서 밥을 차리고 반찬을 만든다는 게 싫고, 다 먹고 난 뒤의 설거지가 싫어서 요즘엔 그냥 밖에서 사먹고 만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짓는다는 건 그러고보면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전업주부가 이 말을 들으면 내게 눈을 흘길지도 모르지만. 


원래 아침을 먹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 사는 게 서러워서 그런지 요즘엔 꼬박꼬박 아침에 배가 고프다. 다행히 집 근처에 싸고 저렴한 해장국집이 있어서, 주로 거기서 아침을 먹는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퇴근길엔 지하철 역 근처의 식당에서 다시 한끼를 해결한다. 내가 혼자 된 아는 사람들은 나만 보면 “술 한잔 하자”고 붙잡지만, 대부분 거절한다. 집에 들어가봤자 나를 기다려줄 사람도 하나 없는데 이상하게도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처음에는 혼자 밥을 먹는 게 영 쑥스러웠다. 여자와 같이 밥을 먹으러 온 사람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래도 다른 사람들을 구경이라도 하면서 먹을 수 있으니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는 것보단 덜 심심하다. 하지만 같은 집에 몇 번 가면 주인 아주머니가 자꾸 말을 걸어와서 여간 난감한 게 아닌지라, 웬만하면 매번 다른 곳에 가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많아 보이던 식당이 지금은 몇 개 안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과 말하는 일도 부쩍 줄었다. 인간이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마련인데, 난 어찌된 것이 점점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타인을 만난다는 게 점점 두렵다.


어제는 식당에 가는 대신, 어머님이 해주신 카레를 먹었다. 식당에서 파는 것과는 달리 고기도 듬뿍 든 카레. 몇숟갈 뜨다보니 눈물이 났다. 눈물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님의 사랑이 고마워서? 아니면 외로움에 지쳐서? 모두 아니다. 그건 단지 카레가 맵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들은, 특히 혼자 사는 여자들은 가끔씩 울음을 터뜨리곤 한단다. 그녀들도 혹시 카레를 먹었던 게 아닐까. 카레를 먹을 때마다 울어야 한다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울어야 할까. 냉장고의 카레가 한없이 많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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