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방장관 해임안을 냈다. 얼마 전 있었던 총기사고를 비롯해서 몇가지 일들을 이유로 내걸었다. 대통령은 현 장관이 국방개혁의 적임자라면서 안된다고 한다.

난 정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정치가 어느 종목보다 치사한 거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총기사고를 가지고 국방장관이 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거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다.

2년 전 일이 생각난다. 그때 한나라당은 내무장관 해임안을 냈었다. 한총련 애들이 미군 훈련장에 난입했다는 게 그 이유였지만, 평소에도 군수감이 장관을 한다고 노골적으로 무시하던 김두관을 내무장관으로 인정하지 못한 소치였다고 생각한다. 여론이 해임에 부정적이었음에도 그들은 압도적 다수의 힘으로 해임안을 통과시켰고, 그걸 국민의 뜻이라고 강변했다. 결국 대통령은 김두관을 해임했다. 한나라당은 그 뒤에도 걸핏하면 해임안을 낸다는 협박을 했고, 그건 이듬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족수의 힘을 과신한 한나라당 덕분에, 열린우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수 정당이 되었다. 재보선 참패로 다시 과반수 아래로 내려갔지만, 한나라당이 그전처럼 족수의 힘으로 밀어부치는 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번 해임안 역시 민노당이 해임안에 반대함으로써 150석을 채울 가능성은 없다. 한나라당이 전에 말한 논리대로 국회의 뜻이 국민의 뜻이라면, 해임안 부결은 국민의 뜻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표는 "대통령의 뜻이 국민의 생각과 너무 많은 괴리가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한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국민의 뜻은 어디에 있는 걸까.

더 많은 국민들이 해임에 찬성한다 해도, 박근혜의 말은 이해하기 힘들다. 박근혜는 그의 입인 전여옥을 통해 틈나는대로 노무현을 욕해 왔다. 미숙아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존재 자체가 국민이 피곤해지는 이유라는 말까지, 그들이 내뱉은 노무현 비판은 몇트럭분은 될 거다. 그랬던 그들이 노무현과 국민의 뜻이 일치하지 않는 게 놀랍다고 하니, 내가 더 놀랍다. 그걸 이제야 알았단 말인가?

윤씨가 아니면 국방개혁을 못하는 건지, 윤씨가 장관이 되서 얼마나 대단한 개혁을 했는지 난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걸핏하면 해임안을 내미는 건 정략적인 냄새가 짙게 난다. 대통령이 꼭 필요한 인물이라 써야겠다고 한다면, 그냥 믿고 맡겨줘야 하는 게 아닐까. 안그래도 우리나라는 장관의 교체가 지나치게 잦은 게 문제 아닌가. 장관의 임기가 따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이렇게 정치적인 이유로 장관 해임이 이루어지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

내가 태어나던 71년, 박근혜는 그때 스무살의 대학생이었을 거다. 당시 야당은 내무장관이던 오치성의 해임안을 국회에 상정했고, 박정희는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당시 공화당을 지배하던 4인방은 반란을 일으켜 오치성의 해임안을 통과시킨다. 분노한 박정희에 의해 기세등등하던 4인방은 치도곤을 당한 끝에 실각하고 만다. 일련의 사태를 곁에서 지켜봤을 박근혜가 "해임 안되도록 좀 도와 주십시오"라고 사정하는 노무현을 보면서 "오기 정치"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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