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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을 만나다 - 항소이유서에서 소셜 리버럴리스트가 되기까지, 지승호의 인물 탐구 1
지승호 지음 / 북라인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유시민은 내가 봐온 정치인 중 가장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가 참석하는 토론을 보다보면 그의 명쾌한 논리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말과 글을 다 잘하긴 쉽지 않지만, 그는 글도 잘쓴다. 글만 보면 그는 아주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고, 그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죄다 그의 잘남을 시기한 소인배들로 보인다. 그가 열성적인 지지자들을 거느린 스타 정치인이 된 이유는 그런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을 잘하는 게 훌륭한 정치인의 자질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말을 잘한다고 해서 곧 훌륭한 정치인은 아니다.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 말의 성찬은 공허하기만 하다. 과반수 국회의원을 가진 열린우리당의 실세로서 유시민이 지난 2년간 뭘 했는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이 책은 그런 유시민을 변명하는 데 급급하다. 저자는 당의장 선거 때 소위 386 의원들의 유시민 공격이 도가 지나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신만이 개혁을 독점하는 것처럼 굴면서 386들에게 막말을 해댄 것은 유시민이 먼저였다. 유시민의 누나인 유시춘은 지난 민주화운동 시기에 자신이 386 의원들을 돌봤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니네들이 어떻게 내 동생을 욕할 수가 있냐”고 탄식한다. 그런 식이라면 유시춘 덕을 본 사람들은 절대로 유시민을 비난해서 안되는 건가? 하이라이트는 한홍구의 글이다. 제목만 보고 유시민에 대한 비판적 글인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다. 유시민의 친구인 한홍구는 80년 서울의 봄 때 “누구라도 남아 학교를 지켜야 한다”며 기꺼이 전경들에게 끌려간 유시민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면서, 386 의원들에게 “너희들도 유시민을 좀 본받아라”고 일갈한다. 과거 학교를 지킨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이겠지만, 그것과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홍구 쯤 되는 사람이 그럴 리야 없겠지만, 유시민과이 친분이 글 쓰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건 아닌지 의심이 된다.
한 사람에 대해 책 한권 분량으로 기술할 때는 약간이라도 비판적인 언급을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무오류의 인간은 없으며,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아쉬운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게 없다. 유시민 자신의 삶에 대한 합리화와 그 지인들의 유시민 변명이 이 책의 전부다. 과연 유시민은 무오류의 인간인가. 강준만은 개혁당 파동의 예를 들면서 “왜 그가 가는 곳에는 분열이 이리도 잦은가?”라고 했는데, 나 역시 거기에 동감한다. 자신은 언제나 옳다는 독선도 때론 필요하지만, 함께 싸웠고 지금도 뭉쳐야 할 386들을 수구로 매도하면서 유시민이 추구하는 비젼은 도대체 무엇일까? 다른 사람이 자기를 욕했다면서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는 인터넷 정치는 이제 그만하고, 현실에서 바꿔나가야 할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묵묵히 실천하는 그런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