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생물과 산다 -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
김응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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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단어다.
냉면에서 대장균이 몇 마리 나왔다는 뉴스를 보면 냉면 먹기가 싫어지고,
매우 합리적이라 소문난 국회의장 정세균 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름의 영향이 크다.
난 왜 세균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일까.
그건 아마도 세균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많지 않아서다.
물론 우리 몸의 세균들은 좋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그들은 허락없이 들어온 애들이고,
공짜밥을 먹는 게 눈치가 보여 몇 가지 일을 하는 것에 감격하고 싶진 않았다.

 

<나는 미생물과 산다>는 세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말끔히 없애준다.
저자는 철저하게 세균의 편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예컨대 에어컨을 통해 전파되는 레지오넬라 균이
간만에 호텔 모임을 가진 제대군인들에게 폐렴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원래 우리가 사는 곳은 강과 호수, 지하수 같은 민물이다....그런데 인간은 중앙냉방이라는 것을 시작하더니 우리를 낯선 곳으로 강제 이주시켰다...우리 리제오넬라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강물과 함께 호텔 냉각탑으로 끌려갔다. (30쪽)]
이야기를 듣고보니 레지오넬라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
더 놀라운 점은 지구에 사람을 살게 해준 존재가 바로 세균이라는 사실이다.
지구상에 산소가 없던 시절,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대기 중으로 보냈는데,
그 덕분에 산소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생명체가 속속 탄생할 수 있었다.
이 논리대로라면 세균을 이용해 다른 별의 환경도 바꿀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란다.
일론 머스크가 지구 말고 다른 별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별이 바로 화성,
학자들은 화성에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세균들을 보냄으로써
인간도 살 수 있게 만들 수 있단다.
물론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내가 살아 생전 화성에 갈 일은 없겠지만,
세균이 없었다면 나 자신도 없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난 뒤에도 세균을 미워한다면
내가 나쁜 인간이리라.
그래서 난 세균을 용서하기로 했고,
대장균이 많이 들어 있다는 냉면도 기꺼이 먹어주기로 마음을 바꿨다.

 

책 뒤에는 세균을 연구하는 학자들 이야기도 나오는데,
불굴의 의지로 힘든 연구를 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늘 나를 감동시킨다.
세균에 감동하고, 또 세균학자에게도 감동할 수 있는 책,
그건 바로 <나는 미생물과 산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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