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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명상록 - 마음의 평화를 찾는 가장 쉬운 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필로소피랩 엮음 / 각주 / 2025년 5월
평점 :
이 책은 매일의 삶 속에서 자기 자신을 다집기 위한 문장들로, 황제였던 그가 하루하루의 선택 앞에서 스스로에게 건넨 질문과 결심이 담긴 기록입니다. 특히 아우렐리우스가 탐구했던 스토아 철학은 일상의 감정과 태도를 다듬는 데 초점을 둔 실용적인 학문으로, 오늘날에도 쉽게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 ‘우리는 왜 다시 <명상록>을 읽는가’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는 121년에 태어나 강대국 로마 제국의 황제로서 격동의 시대를 이끌었고, 동시에 인간의 본성과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겼다. 그의 사후에 출간된 명상록은 본래 자신을 다잡기 위한 내면의 기록이었으나 이후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을 다시 읽는 이유는 철학이 삶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직접 느껴보는 경험 때문이다. 즉 철학은 멀고도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잘 사는 법'을 찾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즉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울림을 줄 뿐아니라 단지 과거의 유산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작동하는 지혜이다.
총 8부로 구성된 <초역 명상록>은 원문의 본질을 유지하되 지금 시대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감정을 다스린다, 다른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는다, 가진 것에 만족한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간다, 생각과 행동을 바르게 한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간다,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인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등 8개의 주제로 재구성해서 현대적인 해설과 사유를 함께 실었다.
책 속 내용 중 나에게 깊은 울림을 준 부분을 요약함으로써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대학 시절, 늘 내 손에 들려 있었고 잠을 잘 때조차도 내 옆구리를 떠나지 않았던 스토아 철학의 진수 <명상록>의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본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마음 쓰지 않는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라. 또한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맞서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라. [명상록 제6권 16장]
삶에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지나간 과거, 타인의 감정과 행동 같은 것은 우리의 손에서 벗어난 영역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바꿀 수 없는 일에 마음을 쏟으며 지쳐버리곤 하지요.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것은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마치 끊임없는 파도를 향해 멈추라고 소리치는 것과 같지요. 참된 지혜는 파도를 막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게 두는 데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마음 쓰지 않고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때, 일상은 평온해지고 삶은 더 가벼워질 것입니다.(20쪽)
타인의 행동은 그들의 책임이다
타인의 행동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책임이며, 나는 오직 내 본성에 충실할 뿐이다. [명상록 제5권 25장]
우리는 종종 사람들과의 갈등이 ‘그들이 잘못해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바뀌어야 문제도 해결된다고 믿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우리를 반복되는 좌절 속에 머물게 만듭니다.
타인의 행동은 그들의 책임이며,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타인의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를 내려놓고, 오직 자신의 반응에만 집중해 보세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나의 태도와 생각은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남들의 행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할 때,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37쪽)

(사진, 스토아 학파 계보)
아우렐리우스의 내면 훈련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스토아 철학'이었다. 기원전 3세기 경에 키프로스 출신의 철학자 제논에 의해 아테네에서 시작, 이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걸쳐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스토아 학파(제논 등)는 논리학, 물리학, 윤리학 등 3대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립했다.
기원전 2~1세기에 해당하는 중기 스토아 학파(파나이티오스 등)는 로마 문화에 어울리게 실용적인 윤리 중심 철학으로 발전시켰으며, 기원후 1~2세기에 해당하는 후기 스토아 학파(세네카 등)는 인간의 내면 수양과 윤리적 삶에 더 집중했다. 아루렐리우스는 후기 학파에 속한다.
흔히 스토아 철학의 요체가 감정을 억제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그 본질은 감정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내면의 단련'에 있다. 난 상고商高를 졸업한 초급 은행원 출신으로 늦게사 대학에 가까스로 입학했다. 소위 '3수' 끝에 쟁취한 행복이었다. 사실 은행마저 사직하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당시는 이미 징집통지서까지 받은 상태였었다.
백척간두에 내몰린 상황이라 더욱 공부에 전념했고 결국 합격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해 여름이면 군에 입대하는 스케줄이라 그동안 억눌렀던 자유를 마음껏 즐기고 싶어 제일 먼저 한 일이 친척 집에서 나와 하숙을 시작했다. 이때 좋은 룸메이트를 만나야 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 담배를 배우고 술을 마시며 심지어 대학 인근 사창가까지 섭렵하고 다녔을 정도로 내 삶이 많이 망가졌다. 역시나 삶엔 아름다운 구속이 필요함을 절감한 후, 약 3개월의 하숙을 청산하고 다시 친척집에 들어가 내 삶을 재정비했다. 하루는 서점에 들러 읽을 책을 살피던 중 나를 확 끌어당겼던 게 바로 '명상록'이었다.

(사진, 욕망을 다스린다)
사람을 다시 믿게 되는 순간들
마음이 무거울 때,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의 빛나는 덕을 떠올려 보라. 누군가는 겸손하고, 누군가는 너그럽고, 다른 누군가는 놀라운 책임감을 지녔다. 그들은 삶의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과 같고,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은 다시 희망으로 빛난다. 기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의 선함 속에 항상 숨 쉬고 있다. [명상록 제6권 48장]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잠시 주변을 둘러보세요. 그곳에 희망의 증거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뉴스의 어두운 헤드라인에 시선을 빼앗겨 가까이 있는 선함을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무수한 빛의 순간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당신의 힘듦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친구의 눈빛, 자신의 몫 이상을 기꺼이 감당하는 동료의 모습, 아무 대가 없이 베푸는 이웃의 작은 친절.
이런 모습들을 마음에 새길 때 인간에 대한 신뢰가 다시 피어나고, 세상이 여전히 살 만한 곳이며, 희망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127쪽)
이렇게 읽어 보자
조용한 시간에 하루 한 꼭지만 읽는다
고민이 생긴 날에 목차에서 끌리는 제목을 골라 읽는다
밑줄 긋기와 함께 떠오른 생각을 적어 본다
반복해서 읽는 문장이 생긴다면 이는 바로 자신의 철학이다

2000년이 지나도 꾸준히 읽히는 고전
책은 8부에 걸쳐서 총 124개 편의 초역抄譯이 소개된다. 원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과거 2세기의 로마 제국 16대 황제일지라도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여전히 우리들 곁에 머물러 있다. 삶의 지혜가 풍성하게 담겨 있는 명상록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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