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라면 군주론
김경준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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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탁견은 인간 심성과 군중심리의 본질을 이해하는 통찰력에서 출발한다. 그의 관점은 백면서생의 책상머리 공부가 아니라 변화무쌍한 국제정세 속에서 조국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분투하는 현장 외교관의 치열한 경험에서 배테되었기 때문에 냉정한 현실 인식에 기인하고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의 저자 김경준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융합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일보, 한국경제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방송 미디어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오십에 읽는 오륜서>, <로마인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 등 다수가 있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마키아벨리가 전하는 삶의 본질, 내 삶의 리더가 되는 비법, 사람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필요한 것들, 위기에 대처하는 역사의 패턴, 흔들려도 나아가는 힘, 군주론에서 배울 것 등에 대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으로 ‘정치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근대적 인간’으로 평가받았고, ‘근대 정치학의 아버지이자 최초의 사회학자’로 인정받았다. 통상적 오해와 달리 도덕에 있어 마키아벨리가 추구하는 바는 ‘배덕주의’가 아니라 ‘초도덕주의‘였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근대독일철학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마키아벨리는 이미 ‘존재’와 ‘당위’의 기본 개념을 언급하고 있다. 피렌체의 외교관으로 외교 최일선에서 활약했던 그는 경험을 통해 ‘현실에서 존재하는 것’과 ‘당연히 되어야만 하는 것’의 간격間隔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 ‘윤리적 공상’에만 매몰된 리더와 조직의 몰락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면서, 현실을 도외시하고 당위성에만 매몰된 군주의 위험성을 절감했다. 마키아벨리는 ‘희망적인 미래’는 ‘냉혹한 현실’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 가는 거라고 봤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건 이기심利己心에 대한 공리공론空理空論이 아니라, 이기심의 실체를 분명히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갈무리해 개인과 조직의 현재에 대처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에너지로 이끄는 것이다. 신선의 경지에나 있는 이들은 상상 속의 인물일 뿐이기에 세속世俗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고려할 대상도 아니다.


(사진, 군주론 15장)


숭고한 목적과 효과적 수단이 결합할 때


배신하고 신의 없이 무자비하게 종교심을 저버린 일을 덕德이라고 부를 순 없다. 그런 수단으로는 지배권을 잡을 순 있어도 영광을 차지할 순 없다. - ‘군주론 8장’에서


숭고한 목적과 효과적 수단이 결합할 때 리더는 진정한 영광을 얻을 수 있다고 마키아벨리는 이해했다. 이는 근대 정치학에서 권력은 정딩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축軸으로 유지된다는 관점과 동일하다. 목적과 수단은 별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다.


마키아벨리는 시칠리아 시라쿠사 왕국에서 미천한 평민으로 태어나 왕위에 오른 아가토클레스(기원전 361~기원전 289년)를 불명예의 대상으로 지목했는데, 그는 권력을 쟁취하고자 효과적인 수단을 사용했으나 목적이 천박했다. 젊은 시절 방탕하게 생활하던 아가토클레스는 군대에 들어가 시라쿠사 군대의 사령관이 되었다. 이후 시라쿠사의 권력을 장악하기로 결심하고 시칠리아에 주둔하고 있던 카르타고 군사령관 하밀카르 바르카와 은밀히 내통한다.


(사진, 시라쿠사 지도)


그는 중대 사항이 발생한 것처럼 위장해 유력자들을 소집한 뒤 병사들을 동원해 모조리 살해했다. 이후 시라쿠사의 왕이 되었고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도 이겨 권력 기반을 견고히 다졌다. 그러나 그는 권력욕에 눈이 멀어 군주가 된 사람이었을 뿐 ‘진정한 덕성德性을 갖춘 통치자’라는 평가를 당대에도 그리고 후대에도 얻지 못했다.


현명한 엄격함이 진정한 자비慈悲다


군주들은 잔인하기보다 인자하다는 평판을 받길 원한다. 그러나 이런 온정溫情도 역시 서투르게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체사레 보르자(1475~1507년)는 잔인한 인간으로 알려져 왔지만, 그의 잔인함은 로마냐의 질서를 회복하고 그 지방을 통일해 평화와 충성을 지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군주는 시민을 단결시키고 충성을 지키게 하려면 잔인하다는 악평惡評쯤은 개의치 말아야 한다. - ‘군주론 17장’ 중에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해양동물원의 조련사가 범고래를 훈련할 때 칭찬이라는 당근을 활용하는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모든 일에서 칭찬이 능사能事가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반인과 리더는 이 점에서 분명히 구분된다.


리더의 엄격함은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리더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가지도자는 영토를 지켜야 하고, 군대 지휘관은 규율을 유지해 적군에게 승리해야 하며, 경영자는 경쟁력을 확보해 기업을 생존시켜야 하는 임무가 있다.


엄격 함이 개인 차원의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공인의식에 기반하고 있다면 리더에겐 오히려 바람직하다. 이런 점에서 마키아벨리는 평면적 자애심이 아닌 ‘현명한 엄격함’이 조직 전체를 살리는 진정한 자비가 될 수 있는 리더의 역설을 꿰뚫고 있다.


위기를 극복한 인간이 더욱 강해진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조직과 리더의 내공이 드러난다. 위기를 맞은 조직과 조직의 리더는 자신의 힘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이렇게 어려움을 극복하면 위기조차 오히려 조직과 리더의 자산이 된다. 그러나 타인의 도움으로 극복한 위기는 자산이 될 수 없다.


위기대응 체제의 출발점은 핵심 인력으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들이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상황을 장악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의사결정을 진행하며 실무진의 실행과 점검을 제어한다.


평상시의 자율경영 등의 구호는 폭풍우가 지나갈 때까지 한편에 치워두는 게 좋다. 비상시에는 그에 맞는 의식과 조직으로 무장해 대처해야 한다.


평상시 바다를 항해하던 배에선 각자 맡은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폭풍우를 만나면 선장을 포함한 핵심 선원들이 조타실에 모두 모여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해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기를 맞은 조직은 무엇보다도 통제와 효율을 높여 생존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군주는 절대적 위기에 처했을 때 절대적 권력을 휘두를 여유가 없다. 고난에 처했을 때 군주가 신뢰할 수 있는 건 극소수에 불과하가. - ‘군주론 9장’ 중에서


야심을 가져라


남에게 좋게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겐 권력이 필수불가결하지 않지만 뭔가를 이룩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겐 그것을 해내는 데 필요한 힘이나 권력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런데, 허영심은 있지만 야심이 없는 사람은 욕심 없는 인물로 여겨진다. 또한 욕심이 없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은 인물로 간주된다. 추대되는 건 항상 이런 부류의 위험하지 않은 인물이다. - ‘로마인 이야기 4권’ 중에서


타인에게 좋게 보이고 찬사를 받으려는 욕망이 허영이다. 개인적 성격 차원에서 허영은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부류가 리더가 되면 무난하지만 성취는 없다. 모든 사람에게 욕 먹지 않으려면 언제나 어중간한 타협과 현상 유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성취는 문제의 본질을 통찰하고 해결하는 새로운 생각과 과감한 실행의 결과물이다. 새로운 생각은 기존 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불편하고 거부감을 불러온다. 이런 부분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취는 없다.


뭔가를 이루려는 야심에는 힘이 필요하다. 야심은 있으나 힘이 없으면 추진력이 없다. 힘은 있으나 야심이 없으면 깡패로 전락한다. 야심도 없고 힘도 없으면 화려한 언변의 훈수꾼에 불과하다.


야심을 갖고 힘을 확보하려면 권력 의지가 필요하다. 권력을 획득해야 공적 책무를 실행할 수 있다. 먼저 의지가 있어야 힘을 확보하고 뭔가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탁월한 리더는 높은 이상과 목표를 이루려는 야심을 품고 권력 의지로 힘을 확보해 스스로를 불태워 구체적 성취를 만든다.


역사는 미래학이다


19세기 말 미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대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근데 기업의 역사는 100년 남짓이지만 사실 경영의 역사는 길다. 이집트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기원전 2,500년 경에 건설되었다. 현대의 건설 장비로도 쉽지 않을 대형 건설 프로젝트임에도 석기와 인력만으로 수행한 것은 많은 관리 계급과 시스템, 그리고 유능한 경영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가든 기업이든 사회단체든 결국 자원을 사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점에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하다. 경영이란 인력과 물자를 투입해 목표를 이루는 것이고, 리더는 일련의 과정을 책임지고 이끄는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리더는 모두 경영자다.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우고, 보통 사람은 경험에서 배운다. 그러나 우둔한 사람은 경험에서조차 배우지 못한다.”


이는 격언이다. 경험으로 배우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개인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의 폭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타인의 경험을 배우는 간접 경험이 필요하다. 다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경험인 역사가 현재에도 필요한 이유다.


역사는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호흡을 길게 해준다. 길어야 100년을 사는 인간의 체험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역사를 접하다 보면 수천 년을 관통하는 세상살이의 본질적 측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조직의 모습, 표면적 양상과 본질적 핵심을 구분하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역사는 현실의 당면 과제를 헤쳐 나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사진, 군주론 14장)


마키아벨리는 현실론자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선악을 초월하는 초超도덕을 주장했고, 부정적 비관도 아니고 막연한 낙관도 아닌 긍정적 현실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현실에 기반한 낙관주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냉엄한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후 숭고한 이상을 추구하라는 현실론을 펼친 것이다.


#인문 #인문교양 #오십이라면군주론 #김경준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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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영성, 기쁨, 경이로움을 발명하는가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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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경험하는 영적 경험이 원자와 분자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경험 중 일부와 그런 경험이 가지고 있는 대단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본성을 원자와 분자라는 관점에서 온전히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나는 화학, 생물학, 물리학의 법칙을 믿는다. 사실 한 명의 과학자로서 나는 그런 법칙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그런 법칙들이 야생동물과 눈이 마주치는 1인칭 시점의 경험이나 그와 비슷한 초월적 순간까지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는 0과 1로 환원할 수 없는 인간만의 경험이 있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앨런 라이트먼은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이며 작가다. 하버드대학교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MIT에서 인문학 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이 책에서 “물질적인 뇌가 어떻게 자아, 영혼 같은 비물질적이고 초월적인 경험을 가능케 하는가”에 대해 응답한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데카르트,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식과 경험에 관한 인류 최고 지성의 사유와, 과학의 최전선에서 최신 이론을 만들어내는 동시대 고학자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과학적 세계관과 인간의 초월적 경험 사이에 이 둘이 양립할 수 잇는 새로운 자리를 개척한다.


책은 총 5개 장으로 구성되어 1장과 2장에선 먼저 세상에 대한 비유물론적 관점을 살펴보고, 이어서 유물론적 관점에 대해 살펴본다. 비유물론적 관점은 영적 세계 전체를 아우르며 비물질적인 정신, 유령 등이 포함된다. 역사 중에서 재미있는 부분들에 저자의 해석을 보태서 나중에 뇌, 의식, 영성에 대해 논의하는 데 필요한 배결지식을 제공한다.


3장에선 뇌를 물리적 대상으로 다루면서 의식이 어떻게 물질로 이루어진 뇌와 신경계에서 생겨날 수 있느냐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탐구하며, 4장에선 현대의 사회심리학자 신시아 프란츠의 연구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선 영적 유물론에 대한 주요 개념과 오늘날의 세계에서 그것이 가지는 중요성을 살펴본다.


육체의 지휘자, 영혼


책은 모제스 멘델스존(1729~1786년)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18세기 독일 계몽주의 철학자로 그 세대에서 가장 유명한 유대인으로 신앙심이 깊었지만 유대교도에서 비유대교도로 경계를 뛰어넘은 사람이다.


(사진, 모제스 멘델스존)


그는 가난한 ‘토라’ 필경사筆耕士의 아들로 태어나 수년 동안 비단 공장에서 일했을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살았음에도 자신의 사상을 기록으로 남긴 철학자나 신학자 중 비유물론적 존재인 영혼에 대해 그만큼 이성적으로 주장을 펼친 사람은 없다.


어릴 적부터 천문학, 수학, 철학을 공부했고, 시詩도 썼으며, 피아노도 배웠다. 16살에 라틴어를 배워 키케로의 책을 라틴어로 읽을 수 있었고, 프랑스어와 영어 등도 익혀 5개 언어를 구사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리스어까지 배워 호메로스와 플라톤까지 원문으로 읽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그는 박식가博識家였다.


플라톤의 <파이돈>을 새롭게 해석한 멘델스존의 걸작 <파이돈(또는 영혼의 불멸에 관하여)>(1767년)는 근대 유럽 세계를 대상으로 영혼의 필연성과 본질에 대해 이성적인 주장과 함께 설명함으로써 초판이 4개월 만에 매진되었고 네델란드·프랑스·이탈리아·덴마크·러시아·히브리어語로 번역되었다.


사실상 영혼의 존재는 신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어떤 이성적인 논증을 동원해도 증명할 수 없다. 영혼이나 신을 믿는 사람들은 그러한 믿음을 신념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 앨런 라이트먼은 멘델스존의 추론을 존경함에 따라 영혼이 어떻게 존재하고, 왜 존재하는지를 이해하고 싶었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힌다.


영혼은 항상 비물질적이며,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눈에 보이지 않고, 일반적으로 영원하며, 대체로 완벽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육체는 결함이 있고, 일시적이며, 부패할 수 있다.(36쪽)


많은 사람들이 영혼, 그리고 영혼이 사는 영적 세계를 믿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엔 개인의 죽음을 넘어 존재를 계속 이어가고픈 욕망도 있고, 이에 대한 완벽성과 순수성에 대한 갈망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끔씩 다람쥐 챗바퀴 같은 고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멘델스존은 척추 장애인으로 태어났으며 유대인이란 이유로 야유를 받고 괴롭힘을 당했다. 그런 그에게 영혼의 세계는 일종의 도피처를 제공해 준 듯하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진리와 완벽의 품속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


사후 세계를 믿는 사람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선 죽음이 동네 이웃처럼 익숙한 것이었다. 고대 로마인과 그리스인들은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의 영혼이 저승 하데스에서 영원히 고문당한다고 믿었기에 죽고 난 다음에 일어날 일에 더 큰 두려움을 가졌다. 지하 세계에서 가장 어둡고 끔찍한 곳은 ‘타르타로스’란 곳이었다.


서기 2세기에 만들어진 터키 남부의 대리석 조각엔 테살리아(그리스 동부지방) 라피스의 왕이었던 익시온이 석탄구덩이로 장인을 밀어 넣어 살해한 죄로 영원한 형벌을 받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익시온은 인류 최초의 친족 살해자인 셈이다. 이 장면의 무대가 타르타로스다.


(사진, 형벌을 받는 익시온)


죽음에 대한 공포는 오늘날까지도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최근 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절반 이상은 사람이 죽은 후 벌을 받는 장소로 여겨지는 지옥地獄을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유명한 저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저술한 루크레티우스(기원전 99년~기원전 55년)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가 원자 가설을 지지했던 가장 큰 동기는 사람들이 느끼는 죽음의 공포를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자연은 각각의 것들을 다시금 그 자신의 알갱이로 해체한다는 것, 그래서 사물들은 결코 무無로 돌아가지 않는다.” - 루크레티우스


루크레티우스는 사람을 구성하는 원자가 한때는 이전에 살았던 사람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우리가 죽고 난 다음에 또다시 다른 사람의 일부가 될 것이란 개념을 주장한 것이다. 이는 우리와 나머지 인류 사이를, 과거와 미래 사이를 유의미하게 연결해 준다. 나아가 그는 우주적 생명관을 견지함으로써 우주의 다른 곳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상정한 철학자인 셈이다.


유물론자와 비유물론자의 가장 큰 차이는 죽음을 향한 태도다. 소크라테스나 성聖아우구스티누스 같은 비유물론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죽음을 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착하게 살았다면) 불멸의 비물질적 영혼이 영원히 복福된 사후 세계를 누릴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독배毒盃를 마시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예전이었다면 죽음을 슬퍼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죽은 자들을 위해서도 아직 무언가 남아있고, 옛 사람들이 말했듯이 선한 자에게는 훨씬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에피크로스와 루크레티우스 같은 유물론자들은 죽고 나면 우리 모두 해체되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죽고 나면 우리는 어떤 형태로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두려워할 것도 남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뇌의 활성과 뉴런


현대의 생물학과 신경과학 지식에 따라 우리는 뇌의 활성이 뉴런, 그리고 뉴런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일어난다고 믿는다. 사람의 뇌에는 1000억 개 정도의 뉴런이 있다. 사람의 뉴런 갯수는 아프리카 코끼리와 일부 고래를 제외하면 동물들 중에서 제일 많다. 그렇다고 고래와 코끼리가 인간보다 더 똑똑한가? 그렇다. 지능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가 뉴런의 절대적인 갯수가 아니다.


의식이 조화롭게 작동하는 대량의 뉴런에서 생겨난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개개의 뉴런은 특화된 활성을 나타낼 수 있다. 복잡한 뇌 활성과 의식은 뉴런의 총 숫자뿐만 아니라 뉴런 간 연결 숫자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초월적 경험


저자는 영성을 자연, 우주, 타인과 연결된 느낌,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 느낌,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 경외감의 경험 등으로 정의한다. 이는 모두 생존에 실질적인 이점을 주는 다른 특성에서 비롯된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창의적 초월 경험은 우리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순수한 바라봄의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느껴지는 짜릿하고 벅찬 감각에 붙인 이름이다. 화가, 음악가, 무용수, 소설가, 과학자, 그리고 우리는 모두 창의적 초월을 경험한다.


초월적 경험은 수량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과학은 결코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할 수 없다. 신은 물리적 우주 바깥에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종교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없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은 신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과 진정한 과학의 요람을 나타내는 근본적인 감정이다.” -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이 말한 ‘신비’는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아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마법의 영역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곳은 우리를 도발하고 창의성을 자극하며, 우리에게 놀라움을 가득 안겨주는 장소다. 과학자와 예술가, 신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모두 두려움도 불안도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우주에 대한 경외심과 경이로움으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벼랑 위에 설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내 몸을 이루는 원자 하나하나에 꼬리표를 붙이고, 주민등록번호를 새겨 넣을 수 있다면 누군가는 그 원자의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원자는 분명 다른 사람, 어떤 특정 인물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별과 연결되어 있고, 미래 세대의 사람들과도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물질적인 우주에서도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과학 #초월하는뇌 #앨런라이트먼 #영혼 #의식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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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독음이 같은 한자 - 경희서당
강경희 지음 / 정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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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우리 언어 생활과 많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초, 중, 고, 대학교에서 암기해야 되는 중요 단아들은 거의 한자 용어들이 많습니다. 공부 잘하는 비법도 당연 한자를 많이 아는 것입니다. 한자 급수를 다서 승진, 입사 시험을 치기 위함으로 한자를 배우지 말고, 한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되어 잇으니까 이왕이면 즐겁게 배워서 삶이 윤택해지는 데 한자가 유용하게 쓰이길 원합니다. - ‘머리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구성과 활용법


한자의 독음讀音이 비슷하면서 한자 모양도 비슷한 글자들을 모았다. 대표 한자를 맨 앞에 배치한 후 독음이 같은 한자를 최우선작으로 배열했다. 한자 급수를 별도 첨부하여 한자의 난이도難易度를 구분했다.


그런데, 단체마다 한자 급수 선정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왜 이럴까? 서로 잘났다고 경쟁하는 모습은 어디에나 있다. 여기서도 볼 줄이야.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는 대한민국의 이런 점이 항상 걸림돌이다. 아무튼 총 5000자를 급수별로 정리했다.


한자 공부, 6가지 구성원리


상형象形~ 눈에 보이는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듬

지사指事~ 개념(사람의 추상적 생각)을 점, 선, 부호로 나타냄

회의會意~ 뜻과 듯을 결합, 새로운 뜻을 만듬

형성形聲~ 뜻과 음이 같은 한자를 만들어냄

전주轉注~ 전혀 다른 음과 뜻을 지니게 함

가차假借~ 뜻과 상관없이 독음만 빌림


부수部首 위치별 명칭


부수가 높이는 위치에 따라 크게 8가지로 구분해 명칭을 바르게 알아야 한자의 이해와 함께 한자 사전인 자전(옥편)을 활용할 수가 있다. 나의 국민학교 시절엔 4학년 이상 국어 교과서엔 한자 표기가 있었으며, 또 중학 시절은 옥편이 필수 교재였었다.


변邊~ 부수가 글자 왼쪽에 있음

방傍~ 부수가 글자 오른쪽에 있음

머리~ 부수가 글자 위에 있음

발~ 부수가 글자 밑에 있음

엄~ 부수가 글자 위와 왼쪽을 덮고 잇음

받침~ 부수가 글자 왼쪽과 밑을 싸고 있음

몸~ 부수가 글자를 에워싸고 있음

제부수~ 한 글자가 그대로 부수임(木,火,金,馬 등)


(사진, 부수 명칭)


※책은 부수 214자의 설명이 실려있음


독음이 같은 한자(대표 한자 색인표, 가나다 順)


책은 대표 한자 색인표를 통해 쉽게 해당 한자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책 한 권이면 거의 옥편玉篇 한 권을 소장하고 있는 셈이다. 독음讀音 가字의 경우 ‘더할’ 가加와 ‘옳을’ 가可를 대표 한자로 해서 음이 같은 한자들이, 끝으로 ‘기쁠’ 喜와 독음이 같은 한자들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 더할 가可 사례)


부록(12가지)


약자略字는 공문서나 정중한 표기엔 사용하지 않는다. 일부를 생략하여 간단하게 만든 글자인데,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표준 글자체로 제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약어는 결국 중국이나 일본에서 차용한 것이다.


약자 성립 규칙

특징적 부분만 취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생략

정자正字 구성부분을 간단한 형태로 바꿈

초서체로서 자형字形을 해서풍楷書風으로 고정시킴

정자에서 몇 개의 획을 생략해 자형을 변경

고자古字로서 정자처럼 취급



(사진, 예시)


같은 글자에 음이 다른 한자어를 동자다음어同字多音語라고 한다. 학창시절, 각종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경향이 높았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어, 강우량降雨量의 ‘내릴 降’과 항복降伏의 ‘항복할 降’은 같은 한자임을 알 수 있다. 부록엔 66가지의 동자다음어가 실려 있다.


잘못 읽기 쉬운 한자어 94개도 소개되고 있는데, 이 또한 시험에 빈번하게 출제되는 분야이다. 졸업을 앞둔 상업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시골에서 상경해 서울 모처에서 초급행원 입행시험을 치룬 적이 있었다. 이때에도 이런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예시, ‘奢侈’의 독음은?(답, ‘사치’)


필수 고사성어 100개가 수록되어 있어 공부에 무척 도움이 된다. 최근에도 ‘고사성어 이야기’란 도서를 읽었을 정도로 고사성어 속에서 촌철살인 같은 교훈을 얻곤 한다. 수록된 100개 고사성어 중 몇 개만 소개해 본다.


군계일학群鷄一鶴~ 닭 무리 속에 한 마리의 학(특출한 사람)

면종복배面從腹背~ 앞에선 복종, 속으론 배반(겉과 속이 다름)

살신성인殺身成仁~ 몸을 죽여 仁을 이룬다(옳음을 위해 희생)

양호유환養虎遺患~ 범을 길러서 근심을 남김(화근거리를 만듬)

좌정관천坐井觀天~ 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봄(견문이 좁음)



내 곁에 두고 싶은 한자 백과사전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 자식들 공부에 매우 엄했던 아버지 탓에 종아리에서 회초리가 떨어질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때 한자 공부를 하면서 많은 한자를 익힐 수 있었다. 아버지의 독특한 한자공부법엔 파자破字가 있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무턱대고 암기할 게 아니라 한자의 자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내 곁에 오래 두고 싶은 한자 백과사전이라 서재에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공부 #한자공부 #알아두면쓸모있는독음이같은한자 #강경희 #경희서당 #정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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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토지 투자지도 - 상가보다 쉽고 아파트보다 효과적인
안영태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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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20세 때부터 워낙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소액 투자라 차근차근 종잣돈을 불렸다. 그중 토지 투자에 대한 방법과 사례를 이 책에 담았다. 돈이 있어야 투자한다는 밀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말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안영태는 가난한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N잡을 해봐도 소득은 고작 월 200만 원 수준이었다. 이후 그는 부동산 경매를 시작으로 부동산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 이제 18년 차 베테랑 부동산 투자자로 변신한 인물이다.


책은 총 6개 장으로 구성되어 ‘토지 투자에서 답을 찾다’, ‘다양한 사례로 보는 소액 토지 투자1, 2’, ‘제대로 확인하고 투자하라’, ‘돈 되는 땅은 따로 있다’, ‘단타가 가능한 소액 투자’ 등의 주제로 저자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펼쳐 나간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에 불타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큰 힘이 될 듯하다.


1장(토지 투자에서 답을 찾다)


토지 투자의 장점과 오해, 그리고 편견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경매 투자에 참여하면서 부동산의 속성에 대해 나름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주택 투자에서 상가 투자를 거쳐서 최종 토지 투자로 눈을 돌렸다고 술회한다.


주택 경매의 단점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가 높아 수익이 낮다

감가상각이 존재한다 

다주택자가 되면 세금 면에서 불리하다 


이어서 상가 투자에 주력했는데 가장 큰 단점이 공실空室이었다. 주택이든 상가든 간에 임대가 되지 않아 공실이 생길 수 있지만 상가의 경우는 1년 넘게 임대가 안 나가는 경우도 발생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단점 때문에 토지 투자가 답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토지 가격은 장기간 우상향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토지 시장은 큰 침체기 없이 꾸준히 상승했다. 지가 변동률을 보면 토지는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안정적이며, 시황에 따라 정체는 있어도 하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2&3장(다양한 사례로 보는 소액 토지 투자 1,2)


토지 투자는 소액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수성가한 수백억 자산가들도 처음부터 돈이 많아서 땅부자가 된 것은 아니라 여윳돈이 생기면 틈틈이 토지를 구매해서 현재의 부富를 이룬 것이다. 즉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마음가짐과 안목이다.


주변 도로보다 약 70cm 정도 푹 꺼진 시골 토지를 단독낙찰(179평, 854만 원)받아 해당 토지에 ‘토지매매’란 팻말을 꽂아두자,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았지만 매각가 평당 10만원은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었다. 이후 지역 사랑방 신문에 광고를 올렸지만 ‘푹 꺼진 땅’이 문제란 반응을 보였다. 이에 저자는 절토切土가 필요한 토지주에게 연락해 자신의 꺼진 땅에 버려도 된다고 연락했다. 흙을 버리는데도 돈이 들기 때문에 비용들이지 않고 버릴 수 있으므로 저자의 제안은 주효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바뀐 모습이 역력하다.



(사진, 푹 꺼진 땅)


급매(2억 3천만 원)로 나온 제주 중문관광단지의 땅(51평)을 성공적인 가격 흥정으로 1억 9,500만 원에 취득한 저자(제주 출신)는 잡종지로 판단해 시청에서 취득세율(4.6%)을 높게 책정하려 하자, 굴착기를 빌려 땅을 농지처럼 갈아 엎은 뒤 낮은 취득세율(3.4%)로 적용받아 200만 원을 절감했다. 워낙 위치가 좋고 네모 반듯하며 2차선 도로 옆의 땅이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러 곳에 매물로 올렸더니 등기권리증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짭잘한 수익을 남기고 팔 수 있었다. 인터넷에 달린 많은 댓글을 보고 선듯 투자에 나섰던 저자는 제주도 땅이라서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유치권을 주장하는 토지의 경우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다. 저자는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토지에 관심을 갖고 현장답사를 나갔다. 향후 개통될 평창역과 2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전원주택부지로 안성맞춤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토목공사대금 1.6억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 중이었다. 유치권이란 채권자가 발생한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해당 물건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다. 또한 유치권자가 채권 회수를 위해 목적물을 경매할 수도 있다. 


유치권 행사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점유占有'를 해야 한다. 즉 아무나 출입할 수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므로 통상 펜스를 치고 열쇠로 잠근다. 하지만 저자가 현장 답사를 갔더니 유치권 물건이라고 표시되어 있을지라도 펜스기 띄엄띄엄 설치, 컨테이너 박스 한 개 갖다 놓은 게 전부였기에 해당 토지에 출입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런 상태론 유치권자가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까지 있었다. 이에 영월지원의 입찰에 참여했다. 결관는 단독입찰로 8,680만 원에 낙찰받았다. 2년 넘게 보유하다가 이 땅 인근의 토지주에게 1억 2,500만 원에 팔았다.


4장(제대로 확인하고 투자하라)


이 장에서는 수요 있는 땅을 찾는 방법, 되도록 피해야 하는 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수요가 있는 토지가 비싸게 팔리며, 폭 좁은 땅은 개발이 어렵고, 맹지盲地인 듯 헷갈리는 땅은 추가 부지 매입이 필요할 수 있으며, 축사나 묘지가 있는 토지는 안 팔린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역시 개발 가능성에 초점이 모아지는데, 저자는 제주도 산방산 근처 185평 경매 토지에 대해 설명한다. 감정가가 3,240만 원이라 문제가 있는 땅인지 의심마저 들었을 정도로 평당 18만 원이라면 너무도 싼 각격이었다.


(사진, 제주도 산방산 근처 경매 토지)


우선 지도로 위치를 확인해 보니 길이 붙어 있고, 토지 모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지적도를 살폈더니 해당 토지 옆으로 파란색 실선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하천구역’ 여부를 확인하니 해당 토지 90% 이상이 하천구역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천구역은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토지는 피해야 한다.


5장(돈 되는 땅은 따로 있다)


남들이 외면한 토지, 즉 틈새시장에서 수익을 거둔 방법을 다룬다. 일번적으로 맹지는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는다. 출입이 곤란하기 때문이며, 이를 보완하려면 추가로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 자금 소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사례를 저자는 소개한다. 


또 제주도에 위치한 땅이다. 제주도에 부동산 붐이 일었던 시기였는데, 정상적인 토지는 감정가 대비 2~5배 가격 이상으로 낙찰되곤 했다. 이에 저자는 유찰이 잦은 맹지 위주로 물건을 분석하고 연구했다.


생각을 달리하면 맹지일지라도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땅일 수도 있다. 즉 맹지 주변의 땅을 소유한 사람에겐 해당될 수 있다. 또 맹지를 사서 주변 토지주와 협의해 도로와 연결된 부분만 일부 매수하는 방법도 있다. 이에 저자는 제주도 삼달리에 위치한 해수욕장 근처 맹지와 묘지가 있는 맹지의 사례를 설명한다.6장(단타가 가능한 소액 토지)환금성이 좋은 토지 요건과 관련 사례, 엑시트 노하우를 소개한다. 


단타短打 가능 물건

단타 가능 지분토지(남에게 반드시 필요한 적정 가격 토지)

단타 가능 소액 도로道路

단타 가능 소액 농지農地

단타 가능 소액 건물建物


환금성이 좋은 토지 요건도 있다. 즉 땅에 건물이 있는 경우, 지목地目이 도로인 경우, 주변 토지주에게 꼭 필요한 경우 등이 잘 필릴 수 있다. 또 아파트 건설 부지 내의 알박기 토지도 환금성이 좋다.


참고로 저자는 단타를 위한 투자 원칙을 소개한다. 투자 원칙은 원금 보존, 투자한 순간 이익이 나는 것, 높은 원금 회수율, 높은 환금성 등이다. 이런 투자 원칙에 부합하는 토지라면 실패 확률이 낮을 듯하다.


소액 토지는 틈새시장이다


소액 토지가 황금을 낳는 투자 수단이 되려면 많은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당장 투자 실행에 나서기 보다는 먼저 다양한 성공 사례들을 배우고 숙지한 후 나름 자신감이 생길 경우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고 소액 투자에 나서면 좋을 것 같다. 초보 투자자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재테크 #부동산투자 #소액토지투자지도 #안영태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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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
안광복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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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가르치는 학문은 많습니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해야 했던 국어, 수학, 영어 과목 등이 그렇지요. 말 잘하고, 셈할 줄 알며, 외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제대로 사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바람직한 관계란 무엇이고 진정한 행복을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워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철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깊이 고민하며 사람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은 총 4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저자 안광복은 대한민국 1세대 철학교사이자 매일 일상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며 철학하는 임상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다수의 책을 발간했다. 또 강원대 철학과 교수 이진남, 철학커뮤니케이터 박은미,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편상범 등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절친이 나를 소홀히 대해 서운해요


(문)요즘 ‘절친’을 만나는 일이 스트레스라는 질문자의 호소를 들어보자. 얼굴 보려고 시간을 겨우 냈는데, 친구는 저보다 SNS가 우선인 듯해요. 메시지 알림이 오면 친구는 그것만 들여다 봐요. 제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듯 킥킥 웃거나 인상까지 써요. 이럴 때마다 저는 무척 서운해요. 기분 나쁘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때뿐이며, 매번 상처받는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답)호의와 호기심으로 관계를 가꾸어야 합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 관계를 가꾸세요”

feat. 소크라테스


저는 질문자가 소크라테스(기원전469~399년)처럼 관계를 꾸렸으면 좋겠어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교계의 제왕’이라고 불릴 만할 정도로 친구가 무척 많았다. 재벌 같은 친구들, 연예인처럼 잘생긴 젊은이들, 길거리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그는 무엇보다 ‘꼰대’가 아니었다. 꼰대는 자기가 하고픈 말만 하고 상대방이 자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여부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대화의 달인은 자기보다 상대방에게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들의 몸에는 ‘호의와 호기심’이 배어 있는데, 소크라테스가 바로 그러했다.


소크라테스는 언제나 ‘호의’와 ‘호기심’이 디폴트인 사람이었다. 그는 ‘저렇게 이상한 생각을 그냥 할 리가 없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거야’라는 심정으로 상대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에는 상대의 생각을 좀 더 완벽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묻어 있지요. 나아가 상대방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서 상대방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17쪽)


또래보다 점점 뒤처지는 것 같아 힘들어요


(문)임용 시험을 준비중인 질문자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하나둘씩 취업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자신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마저 든다. 취업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경제적 수준 차이로 속상해서 자존감이 점점 떨어진다. 제 마음을 다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주변을 좋은 사람들로 채워야 ‘비교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표준적인 인생이란 없답니다”

feat. 자크 라캉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서는 병의 원인을 짚어보아야 한다. 자크 라캉(1901~1981년)은 왜 우리가 ‘비교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삶의 여러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지를 진단해주는 철학자이다. 그에 따르면 모든 고통은 우리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의 욕망을 욕망한다. 왜 우리는 학창 시절에 훌륭한 성적을 받고 좋은 학교를 가고 싶었을까? 그 이유를 한번 떠올려보라. 내가 원하기 전에 부모님이 간절히 바라셔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갓난아이는 혼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누릴 수 있으니 필사적으로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쓴다. 그 가운데서 부모의 욕망을 욕망하는 습관은 우리의 몸과 정신에 배어버린다.


자크 라캉에 따르면 해답은 분명하다. 이 모두는 ‘타인의 욕망’에 지나지 않은 탓이지요. 내가 진정 바랐던 것은 학벌과 지위, 돈과 재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간절히 원했던 것을 손에 넣고도 기쁨이 곧 스러지는 것이다. 과연 타인의 욕망이 아닌 ‘나의 욕망’은 무엇일까?(55쪽)


노력해도 안 될 것만 같아요. 왜 저만 두려울까요?


(문)‘하면 된다!’는 말은 일종의 함정이다. 불굴의 의지로 계속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달콤한 속삭임엔 틀림없지만 이게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된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난 실패가 떠오르면서 ‘또 안 되면 어쩌지?’란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래서 질문자는 말한다. “노력해도 안 될 것만 같아요. 왜 저만 두렵고, 부정적인 마음에 휩싸일까요?”


(답)긍정주의에 취하지 마세요.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하되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긍정주의에 취하지 마세요.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feat. 바버리 에런라이크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긍정주의는 경쟁을 정당화하고 그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미화하는 논리가 숨어 있다. 그래서 각종 자기계발서에서도 성공의 비결로 긍정적인 마음을 내세운다. 사실상 긍정이 지나치면 돌이킬 수 없는 방관이 되고 만다.


긍정주의는 군대에서 군인들이 자주 외치는 구호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이런 구호는 모두를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남 탓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할 것을 강요하는 셈이다. 즉 이는 진정한 자발성과는 거리가 먼 ‘자기 강요’일 뿐이다.


긍정주의는 모든 책임을 우리 자신에게 돌린다. ‘긍정하라. 그리하면 성공할 것이다’라는 말 뒤에는 ‘성공하지 못하면 그 원인은 네가 충분히 긍정적 마인드로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라는 논리가 숨어 있다.


즉 객관적 상황이나 여건, 환경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나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실패는 오롯이 나만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된다. 스토아 학파가 강조했던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충고도 여기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할 때 “나는 왕자, 너는 공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배트맨처럼 망토를 두르면 배트맨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그것들이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주위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은 거져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은 수많은 거짓말로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무조건적인 긍정주의가 왜 문제인지를 이해했으면, 이제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이해할 차례입니다.(114쪽)


돈 많이 벌고, 비싼 집에서 사는 게 인생의 전부일까요?


(문)돈을 많이 벌고, 좋은 차를 사고, 비싼 집에서 살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삶의 의미일까요?


(답)삶의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삶의 의미를 정립할 수는 있습니다.


“삶의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삶의 의미는 정립할 수 있답니다.”

feat.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인간은 이상하게도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것에서는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삶의 의미는 자기 자신을 위할 때가 아니라 타인을 위할 때 정립된다. 그리고 삶의 의미는 보통 죽음 앞에서 정립된다.


인간은 동고同苦에서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것 같다. 죽어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다 보면, 우리가 이르는 종착지는 바로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동고’이다. 그리고 동고를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서 내 삶의 특수성이 결정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나면 어느 새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부여한 의미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는 것, 그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중 가장 지속적인 행복인 것 같다.


사랑이 뭐길래 이렇게 힘든가요?


(문)3달 전, 2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시는 연애니 사랑이니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런데 이젠 외로워서 힘들어요. 다시 누군가 사귁고 싶지만 두려운 마음도 큽니다. 사랑이 왜 이리 힘들까요?


(답)만일 당신이 상품을 거래하듯 사랑하다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 빈 자리를 채우는 식의 사랑을 했다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당신을 축하합니다. 사랑은 그런 고통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에는 고통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feat. 에리히 프롬


우리는 서로 사랑하면 상대방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부분을 잘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미모로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능력으로 사랑받는 사람은 능력을 소중히 할 것이다. 소중한 부분들이 사라지면 사랑도 함께 사라질 테니 말이다.


그런데 무엇인가 허전하지 않은가? 사랑은 상대의 가치에 대한 반응이라는 생각은 사랑의 시작을 잘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내가 상대의 특정한 요소에 이끌려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서 내가 그 요소를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은 하나됨’이라는 이론은 사랑이 해체될 때 우리가 왜 그렇게 힘든지를 잘 설명해줍니다. 사랑을 통해 형성한 ‘우리’라는 존재가 해체된다는 것은 나의 일부가 해체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해체는 나의 일부가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을 줍니다. 나의 일부가 허물어집니다.(226쪽)


이밖에도 책은 ‘왜 인정을 받아도 허전한 걸까요?’, ‘무례하고 거친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요’, ‘생각이 꽉 막힌 사람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등을 포함해 총 18가지의 따뜻한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철학이 필요한 시대


책은 16명의 철학자들의 통찰을 통해 우리들의 삶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혜를 전하려 노력한다. 이를 통해 우리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자기계발 #사는게힘겨운나를위한철학처벙전 #안광복 #이진남 #박은미 #편상범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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