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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
안광복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평점 :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가르치는 학문은 많습니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해야 했던 국어, 수학, 영어 과목 등이 그렇지요. 말 잘하고, 셈할 줄 알며, 외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제대로 사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바람직한 관계란 무엇이고 진정한 행복을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워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철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깊이 고민하며 사람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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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4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저자 안광복은 대한민국 1세대 철학교사이자 매일 일상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며 철학하는 임상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다수의 책을 발간했다. 또 강원대 철학과 교수 이진남, 철학커뮤니케이터 박은미,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편상범 등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절친이 나를 소홀히 대해 서운해요
(문)요즘 ‘절친’을 만나는 일이 스트레스라는 질문자의 호소를 들어보자. 얼굴 보려고 시간을 겨우 냈는데, 친구는 저보다 SNS가 우선인 듯해요. 메시지 알림이 오면 친구는 그것만 들여다 봐요. 제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듯 킥킥 웃거나 인상까지 써요. 이럴 때마다 저는 무척 서운해요. 기분 나쁘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때뿐이며, 매번 상처받는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답)호의와 호기심으로 관계를 가꾸어야 합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 관계를 가꾸세요”
feat. 소크라테스
저는 질문자가 소크라테스(기원전469~399년)처럼 관계를 꾸렸으면 좋겠어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교계의 제왕’이라고 불릴 만할 정도로 친구가 무척 많았다. 재벌 같은 친구들, 연예인처럼 잘생긴 젊은이들, 길거리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그는 무엇보다 ‘꼰대’가 아니었다. 꼰대는 자기가 하고픈 말만 하고 상대방이 자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여부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대화의 달인은 자기보다 상대방에게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들의 몸에는 ‘호의와 호기심’이 배어 있는데, 소크라테스가 바로 그러했다.
소크라테스는 언제나 ‘호의’와 ‘호기심’이 디폴트인 사람이었다. 그는 ‘저렇게 이상한 생각을 그냥 할 리가 없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거야’라는 심정으로 상대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에는 상대의 생각을 좀 더 완벽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묻어 있지요. 나아가 상대방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서 상대방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17쪽)
또래보다 점점 뒤처지는 것 같아 힘들어요
(문)임용 시험을 준비중인 질문자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하나둘씩 취업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자신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마저 든다. 취업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경제적 수준 차이로 속상해서 자존감이 점점 떨어진다. 제 마음을 다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주변을 좋은 사람들로 채워야 ‘비교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표준적인 인생이란 없답니다”
feat. 자크 라캉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서는 병의 원인을 짚어보아야 한다. 자크 라캉(1901~1981년)은 왜 우리가 ‘비교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삶의 여러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지를 진단해주는 철학자이다. 그에 따르면 모든 고통은 우리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의 욕망을 욕망한다. 왜 우리는 학창 시절에 훌륭한 성적을 받고 좋은 학교를 가고 싶었을까? 그 이유를 한번 떠올려보라. 내가 원하기 전에 부모님이 간절히 바라셔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갓난아이는 혼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누릴 수 있으니 필사적으로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쓴다. 그 가운데서 부모의 욕망을 욕망하는 습관은 우리의 몸과 정신에 배어버린다.
자크 라캉에 따르면 해답은 분명하다. 이 모두는 ‘타인의 욕망’에 지나지 않은 탓이지요. 내가 진정 바랐던 것은 학벌과 지위, 돈과 재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간절히 원했던 것을 손에 넣고도 기쁨이 곧 스러지는 것이다. 과연 타인의 욕망이 아닌 ‘나의 욕망’은 무엇일까?(55쪽)
노력해도 안 될 것만 같아요. 왜 저만 두려울까요?
(문)‘하면 된다!’는 말은 일종의 함정이다. 불굴의 의지로 계속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달콤한 속삭임엔 틀림없지만 이게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된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난 실패가 떠오르면서 ‘또 안 되면 어쩌지?’란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래서 질문자는 말한다. “노력해도 안 될 것만 같아요. 왜 저만 두렵고, 부정적인 마음에 휩싸일까요?”
(답)긍정주의에 취하지 마세요.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하되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긍정주의에 취하지 마세요.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feat. 바버리 에런라이크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긍정주의는 경쟁을 정당화하고 그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미화하는 논리가 숨어 있다. 그래서 각종 자기계발서에서도 성공의 비결로 긍정적인 마음을 내세운다. 사실상 긍정이 지나치면 돌이킬 수 없는 방관이 되고 만다.
긍정주의는 군대에서 군인들이 자주 외치는 구호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이런 구호는 모두를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남 탓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할 것을 강요하는 셈이다. 즉 이는 진정한 자발성과는 거리가 먼 ‘자기 강요’일 뿐이다.
긍정주의는 모든 책임을 우리 자신에게 돌린다. ‘긍정하라. 그리하면 성공할 것이다’라는 말 뒤에는 ‘성공하지 못하면 그 원인은 네가 충분히 긍정적 마인드로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라는 논리가 숨어 있다.
즉 객관적 상황이나 여건, 환경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나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실패는 오롯이 나만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된다. 스토아 학파가 강조했던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충고도 여기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할 때 “나는 왕자, 너는 공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배트맨처럼 망토를 두르면 배트맨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그것들이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주위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은 거져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은 수많은 거짓말로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무조건적인 긍정주의가 왜 문제인지를 이해했으면, 이제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이해할 차례입니다.(114쪽)
돈 많이 벌고, 비싼 집에서 사는 게 인생의 전부일까요?
(문)돈을 많이 벌고, 좋은 차를 사고, 비싼 집에서 살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삶의 의미일까요?
(답)삶의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삶의 의미를 정립할 수는 있습니다.
“삶의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삶의 의미는 정립할 수 있답니다.”
feat.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인간은 이상하게도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것에서는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삶의 의미는 자기 자신을 위할 때가 아니라 타인을 위할 때 정립된다. 그리고 삶의 의미는 보통 죽음 앞에서 정립된다.
인간은 동고同苦에서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것 같다. 죽어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다 보면, 우리가 이르는 종착지는 바로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동고’이다. 그리고 동고를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서 내 삶의 특수성이 결정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나면 어느 새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부여한 의미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는 것, 그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중 가장 지속적인 행복인 것 같다.
사랑이 뭐길래 이렇게 힘든가요?
(문)3달 전, 2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시는 연애니 사랑이니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런데 이젠 외로워서 힘들어요. 다시 누군가 사귁고 싶지만 두려운 마음도 큽니다. 사랑이 왜 이리 힘들까요?
(답)만일 당신이 상품을 거래하듯 사랑하다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 빈 자리를 채우는 식의 사랑을 했다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당신을 축하합니다. 사랑은 그런 고통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에는 고통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feat. 에리히 프롬
우리는 서로 사랑하면 상대방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부분을 잘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미모로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능력으로 사랑받는 사람은 능력을 소중히 할 것이다. 소중한 부분들이 사라지면 사랑도 함께 사라질 테니 말이다.
그런데 무엇인가 허전하지 않은가? 사랑은 상대의 가치에 대한 반응이라는 생각은 사랑의 시작을 잘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내가 상대의 특정한 요소에 이끌려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서 내가 그 요소를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은 하나됨’이라는 이론은 사랑이 해체될 때 우리가 왜 그렇게 힘든지를 잘 설명해줍니다. 사랑을 통해 형성한 ‘우리’라는 존재가 해체된다는 것은 나의 일부가 해체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해체는 나의 일부가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을 줍니다. 나의 일부가 허물어집니다.(226쪽)
이밖에도 책은 ‘왜 인정을 받아도 허전한 걸까요?’, ‘무례하고 거친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요’, ‘생각이 꽉 막힌 사람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등을 포함해 총 18가지의 따뜻한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철학이 필요한 시대
책은 16명의 철학자들의 통찰을 통해 우리들의 삶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혜를 전하려 노력한다. 이를 통해 우리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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