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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디바이스 - 우리가 모르는 아이폰의 숨은 역사
브라이언 머천트 지음, 정미진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자, 오늘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혁신적 제품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터치로 조작하는 와이드스크린 아이팟입니다. 두 번째는 혁신적인 휴대폰이지요. 세 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 기기입니다. 아이팟, 아이폰, 인터넷 기기..... 뭔지 감이 오십니까? 이 세 가지 기기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 기능들을 모두 합친 원 디바이스로, 우리는 이것을 아이폰이라 부릅니다" - 스티브 잡스
아이폰이 탄생하기까지를 이야기한다
책의 저자 브라이언 머천트는 세계적인 문화 잡지 <바이스Vice>의 과학 및 기술 전문 채널 '마더보드'의 기자이자 공상과학소설 사이트 테라폼Terraform의 설립자. 가디언, 슬레이트, 패스트컴퍼니, 디스커버리, GOOD, 페이스트, 그리스트 등에 다양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아이폰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볼리비아의 고지대에서 중국 선전의 거대 도시까지 사람이 거주하는 곳은 모두 다녔으며, '원 디바이스'를 사용해 이러한 활동들을 정리했다. 8,000여 장의 사진을 찍었고, 200시간의 인터뷰를 기록했으며, 수백 개의 메모를 남겼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각기 다른 아이폰 세 대를 경험했다. 화면이 깨져 수리를 세 차례나 해야 했던 아이폰 6, 중국 암시장에서 샀다가 칠레에서 도둑맞은 아이폰 4s, 그리고 출시일에 덥석 구입한 아이폰 7이 그것이다.
이 책은 아이폰을 만든 고독한 발명가가 아니라 수천 명의 혁신가들을 이야기한다. 창조의 비밀은 신화화된 한 개인의 능력을 넘어 오랫동안 축적된 역사와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적인 협업에 담겨 있음을 역설한다. 즉 세상에 스마트폰이 그 얼굴을 드러내기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무명의 과학자들과 애플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찬란한 이 제품이 만들어지 는데 일조한 여러 분야의 사람들까지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케이블들을 쫓아가보려고 한다. 폰 내부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아이폰을 추적해볼 것이다. 좀 더 개선되고, 좀 더 몸으로 느껴지는 기술과 사람들, 그리고 지금은 아주 흔해서 우리가 당연히 여기고 있는, 단 하나의 기기에 집약된 과학적 발전을 살펴볼 것이다. 아이폰은 이전 시대의 경이로운 발명품들, 그리고 그것들이 주는 통찰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중 일부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이것은 현대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엔진이 얼마나 깊게 연관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상징이 될 수도 있다" - '아이폰 분해' 중에서
스마트폰으로 가는 길
다른 모든 획기적인 기술처럼 스마트폰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땀과 아이디어, 영감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기술적 진보가 증가하며 축적되고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결코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 다. 그렇다. 우리의 삶에 도움되는 기술은 좀처럼 갑자기 어디선가 모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희박하다.
"아이폰으로의 진화는 하나의 다중 우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끈은 한 개의 목적지로만 이어져 있지 않았어요. 각각의 혁신은 일련의 새로운 혁신을 이끄는 법입니다" - 크리스 가르시아, 팰로앨토의 컴퓨터 역사 박물관장
결국 스마트폰과 관련된 아이디어들과 그 발전에 관한 스토리는 한 세기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 스마트폰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서로 결합되는 기본물질들과 원재료애 대하여 이야기해야 한다. 이는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한다.
핵심 부품
불편한 얘기이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다. 치명적인 환경에서 원시적 도구로 일하는 광산 노동자들이 우리 폰의 원료를 생산한다. 아이폰의 많은 기본 재료들은 대부분의 아이폰 사용자들이 단 몇 분도 견뎌내지 못할 환경에서 채굴된다. 가난하지만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금속의 수요가 있는 한 계속해서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할 것이다.
수요가 있으면 채굴 회사와 중개인은 금속을 얻을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다. 볼리비아와 같은 나라들의 정부는 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도 광산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아이폰의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폐가 병드는 매우 힘든 악조건의 노동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볼리비아의 포토시에 위치한 세로 리코 광산이 그런 예다.
이 광산의 별칭은 '사람 잡는 산'인데, 1500년대 중반부터 채굴이 시작되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리코 광산을 채굴하려고 케추아 토착 인디언들을 징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곳은 수백 년 동안 스페인 제국에 자금을 댔다. 16세기 전 세계 은의 60%가 여기서 생산되었다. 광산이 호황을 누린 17세기엔 포토시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다.
오늘날 세로 리코는 너무도 심하게 파헤쳐져 전체 산이 무너져 내리면 포토시가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음을 낼 정도다. 하지만 아직도 약 1만 5천 명의 광부들(인타깝게도 이중 수천 명은 여섯 살 정도의 어린아이들이다)이 점점 얇아지는 벽에서 주석, 납, 아연, 그리고 약간의 은을 캐매 일하고 있다. 그 주석 중 일부가 바로 아이폰 안에 있을 것이다.
고릴라 글라스의 탄생
그리 크지 않은 스마트폰이 손아귀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 심지어는 떨어지는 충격에 의해 화면이 크게 손상되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폰의 화면은 왠만해서는 파손되지 않는다. 유리가 놀랍도록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디서 언 것일까? 1950년대 초반, 코닝의 연구원인 돈 스투키가 세라믹 유리, 일명 코닝웨어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 연구를 거듭하면서 깨지지는 않았지만 불투명했기에 이를 더 강하고 투명한 유리를 만들자는 '머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고릴라 글라스는 퓨전 드로라는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코닝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유리는 매우 얇아서 미크론 단위로 측정된다고 한다. 거의 알미늄 호일 정도의 두께다. 코닝의 고릴라 글라스 공장은 담배 밭과 인구 8천명의 켄터키주 해로즈버그의 가축 목장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수백 명의 근로자와 100명 가량의 엔지니어가 있다.
애플과의 계약으로 코닝의 회생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폰의 성공에 힘입어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삼성, 모토롤라, LG, 그리고 기타 휴대폰 제조사들도 코닝사의 제품에 의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잠자던 기술을 깨우긴 했지만, 이미 그곳에는 세상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스크래치 방지 기술을 위해 문 닫힌 실험실에서 수십 년을 기다린 머슬 프로젝트가 있었다. 세상은 점점 더 많은 터치스크린 위에서 돌아간다.
터치 기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멀티 터치를 발명햇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애플이 정전식 터치나 멀티 터치 둘다 발명하지 않았다. 터치스크린은 1970년 초에 만들어졌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덴마크 엔지니어 벤트 스텀프는 슈퍼 양성자 싱크로트론이라는 이름의 입자가속기 제어센터를 관리하기 위해 터치스크린을 만들었다.
2001년, 스타트업 핑거웍스는 마우스패드 크기만한 아이제스처 넘패드를 출시했다. 이 장치는 제스처 인식 기능이 내장되어 패드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센서가 그 움직임을 추적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핑거웍스는 주요 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2005년 초, 회사의 아이제스처 패드는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이때에도 여전히 애플 경영진은 핑거웍스의 기술 가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기술과 제품, 심지어는 예술 작품까지도 치열한 다방면의 노력이나 때로는 세대 간의 협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 두뇌는 그런 주위 환경까지 철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터치 기술의 개척자나 무형의 결과가 아닌, 유레카의 순간과 정당한 백만장자만을 원한다. 스마트폰의 발명자는 스티브 잡스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원 바이스, 협업의 부산물이다
책은 아이폰이 탄생하기까지 제품의 기술과 원재료 등에 대한 스토리를 살펴본다. 책의 핵심 주제는 아이폰, 즉 애플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심도 깊은 협력과 지속적인 공동 노력이 없다면 아무리 작은 진정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들의 밥상 위에 올라온 온갖 반찬과 밥, 그리고 국들 또한 수많은 농,어부, 목축산업자, 그리고 유통업체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아이폰의 탄생 비화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