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 일상의 오류가 보이기 시작하는 과학적 사고 습관
데이비드 헬펀드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는 과학과 과학의 산물인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에 산다. 이 세계는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 고갈부터 식량부족까지, 생물다양성 붕괴부터 물부족 위기까지,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야기하는 전 지국적 기후변화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문제 앞에서 움츠러든다. 왜냐하면 數수를 좋아하지 않고, 합리적 사고를 하기보다는 이런저런 믿음에 더 기대기 때문이다. - '서문' 중에서

 

 

과학적 사고 습관에 관하여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헬펀드는 컬럼비아대학교 천문학과 교수로 38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덴마크우주연구소의 객원 연구원, 캠브리지대학교 객원 천문학자로 활동했다. 캐나다 퀘스트대학교 설립 교수이자 총장을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미국천문학회 회장으로 4년 임기를 채웠다. 2004년, 그는 컬럼비아대학교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코어 커리큘럼'에 최초로 과학 수업을 개설해 가르쳤다. 인문학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었던 코어 커리큘럼에 공식적으로 과학과 수학이 받아들여지게 한 것이다.

 

적어도 수천 년 동안 인류는 과학의 추진력이 되는 호기심을 가져왔지만, 진화상의 시간 척도로 볼 때 과학은 아주 최근에야 발명됐다. 따라서 과학은 본능적인 것도 직관적인 것도 아니지만 과학은 물질계를 설명하는 매우 강력한 모형을 제공한다. 또한 과학은 일련의 도구들을 개발해냈다. 이 도구들 덕분에 우리들은 정볼를 평가하고 그 맬락을 파악하며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즉 현실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합리적 기반을 제공한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과학적 사고 습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봉투 뒷면을 활용한 페르미 문제 해결법부터 확률을 계산하는 간단한 규칙들까지, 과학적 사고습관을 기르는 친절한 가이드를 자청한다. 무수히 많게 쏟아지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의문을 갖고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기간에 소위 '가짜 뉴스'가 유권자의 판단을 흐렸던 것처럼, 우리가 재정, 건강, 교육, 정치 등 여러 사안에 현명한 결정을 내리려면, 정보가 타당한지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검색엔진이 대신해줄 수 없으며, 권위자에게 의존하다가는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합리적 분석이 필요한 모든 문제를 다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학적 사고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호들갑 뉴스의 실체

 

저자는 종종 봉투와 냅킨을 이용해 자극적인 뉴스들의 실체를 까발리거나 진상을 밝혀낸다. 가령, 언론은 거의 10년마다 '식인상어' 이야기로 호들갑을 떤다. 그래서인가, 미국 영화에는 식인 상어를 주제로 하는 공포 영화들이 제법 많다. 몇 해 전 가을학기 시작 무렵, 언론은 '상어 위협'을 몇 주 동안이나 헤드라인 기사로 다뤘지만, 그해 1월부터 미국에서 상어에 물려 죽은 사람은 고작 두 명이었다. 그해 미국에서 죽은 모든 사람들 가운데 그게 얼마만큼의 비율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답은 아래와 같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미국의 인구는 약 3억 2천만(3.2 × 10의 8승)이다. 남녀 통틀어 평균 기대수명은 약 78년이다. 그러므로 3.2 × 10의 8승 명/78년, 즉 매년 4.1 × 10의 6승 명이 죽는다. 9월 초라면 그해는 약 245/365일(67퍼센트)이 지났으므로, 약 0.67 × 4.1 × 10의 6승, 즉 2.7 × 10의 6승 명이 9월이 시작할 무렵까지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어가 죽인 희생자 수는 100만 명 가운데 한 명보다 적다. 결코 중대한 건강상의 위협이 아니다. 이에 반해 130초마다 미국인 두 명이 흡연으로 죽으며, 30분마다 두 명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호들갑 뉴스의 특징

 

1. 역사와 맥락을 무시한다

2. 숫자를 선동적인 방식으로 인용한다, 반드시 거대한 수를 들이댄다

 

 

뉴욕엔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 있을까?

 

이는 유명한 구글의 입사시험 문제라고 한다. 이 문제를 보고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과학적 사고습관 중 하나는 알려지지 않거나 알 수 없는 양을 대략적으로 추산하는 능력이다.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추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페르미 문제'라고 하는데, 국내 대기업 입사 문제에도 이런 유형이 가끔씩 등장한다.

 

"한라산을 서울로 옮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서울시에 바퀴벌레는 모두 몇 마리일까?"

 

처음에는 그 양이 감조차 잡히지 않을지 몰라도, 우선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토대로 논리적인 추론을 해나간다면 봉투 뒷면에 고작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 계산해낼 수 있다. 물론 우리들은 컴퓨터가 아니기에 정확한 계산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지, 큰지, 먼지, 무거운지, 비싼지 등을 재빨리 짐작해내는 것이다. 문제 출제자의 의도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뉴욕 인구~ 800만 명

피아노 조율 시간~ 2시간

피아노 조율 빈도~ 연간 1번

연간 노동일수~ 365-104(주말)- 15(공휴일)- 20(정기휴일)=226일

 

구글 응시자는 이런 자료를 토대로 추측해내면 될 것이다. 먼저 피아노의 숫자를 파악해야 한다. 아마도 피아노 대수는 인구의 1퍼센트, 즉 8만 대 정도일 것이다. 이를 여유있게 표현하면 대략 10의 5승 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결과는 10의 5승(피아노 수)X(1회 조율/년)X(2시간/조율)X1일/(8시간 곱하기 1년)/226일=111명으로 산출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는 정확한 값은 아니다. 단지 구글에선 이런 식으로 응시자가 추론하는지를 평가했던 것이다.

 

 

확률이란 무엇인가?


확률과 확률의 자매 분야인 통계는 수세기 동안 악명에 시달려왔다. '거짓말, 역겨운 거짓말, 그리고 통계'는 19세기 영국 수상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만들어낸 말이다. 이는 확률과 통계가 주로 조작과 사기를 위한 도구로 쓰인다는 인식을 잘 드러내준다. 게다가 확률과 통계는 난해하고 재미없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날 확률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이며, 통계는 이론과 그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사용하는 관찰 행위의 중재인이다. 확률과 통계는 과학적 사고습관의 핵심이며, 야바위와 착취에 맞설 방어수단이다. 정말이지 이 두 가지는 그릇된 정보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들의 필수적인 생존도구라고 말할 수 있다. 확률은 돈이 되기도 하지만 로또에 지나치게 빠지면 재산 탕진은 잠시만에 일어날 것이다.  

 

 

지구의 미래

 

저자는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말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초래한 파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에 대해 물론 걱정거리들을 쉽사리 무시할 순 없지만 과학적이고 냉철한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아래와 같은 자신의 세 가지 경구를 소개하고 있다.

 

1. 이번이 생명체들이 지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첫 번째 시기가 아니다. 수십억 년 전에도 시아노박테리아가 등장해 대기의 성분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단지 지금은 그러한 생명체가 그런 변화를 계속 초래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첫 번째 시기일 뿐이다.


2. 이번이 지구 기후가 변한 첫 번째 시기가 아니다. 4천만 년 전에는 그린란드에도 야자수가 있었다. 단지 지금은 변화가 한 종의 통제 안에 있는 첫 번째 시기일 뿐이다.


3. 이번이 지구의 미래가 불확실한 첫 번째 시기가 아니다. 공룡은 소행성이 다가오고 있음을 몰랐다. 단지 지금은 한 종이 '미래'란 심사숙고해야 할 개념임을 알아차린 첫 번째 시기일 뿐이다.

 

 

"과학은 단순히 지식의 결합이 아니다. 과학은 생각하는 방법이다"

- 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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