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못하고 끝난 일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서슬기 옮김 / 나무상자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비율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 책은 '내가 못하는 것'을 테마로 한 이야기, '결국 못하고 끝난 일'을 모은 것입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재미를 보장하는 것'도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입니다. - '시작하며' 중에서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른은 다 잘해야 할까?

어른은 남들이 하는 일을 다 할 줄 알아야 할까?

어른은 튀지 않고 참아야 할까?

어른은 폐가 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할까?

 

이 그림책은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한다. '그렇지 않다'고 말이다. 간결하지만 유쾌한 글과 그림은 어른아이들을 그렇게 위로한다. 또 장황하게 늘어놓는 설명이 아니라 "못한다!"라고 외친다. 마치 아이가 된 것처럼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어른들의 심신을 청량감으로 채워주는 사이다 같은 존재이다.

 

책의 저자 요시타케 신스케는 1973년 생으로 쓰쿠바대학대학원 예술연구과 종합조형코스를 수료했다. 일상 속의 한 장면을 떼어 내어 독특한 시선으로 그린 스케치집을 냈으며, 아동서 삽화, 표지 그림, 광고 미술 등 다방면에 걸쳐서 작업을 해 왔다. 주요 저서로는 <이게 정말 사과일까>, <이유가 있어요>가 있다. 또 스케치집으로 <더구나 뚜껑이 없다>, <결국은 못하고 끝>, <좁아 두근두근>, <머잖아 플랜> 등이 있으며 <레츠>시리즈와 <몸 사용설명서> 등에 그림을 그렸다. 특히, 첫 그림책인 <이게 정말 사과일까>는 일본에서만 22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MOE 그림책방 대상과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어른아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이는 모질고 거친 세상의 풍파에 맞서 싸우며 어른 행세를 하며 살아가지만 아직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동경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겉으로는 강한 어른인 척하지만 깊은 내면에는 어린 아이와 같은 섬세한 마음씨를 지닌 약하디 약한 존재인 것이다. 이제 저자가 밝히는 이런 내면의 마음을 따라가보자.

 

 

  

 

 

멋 부리는 것을 못합니다

 

옷을 잘 차려 입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 몇 년 간 쭈욱 같은 옷차림을 하고 다녀서 사회성을 의심받는 일이 종종 있다. 어쩌면 '멋 부리지 못하는' 것이라기보다 그냥 '칠칠맞지 못한' 그런 경우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느낌 있는 옷을 소화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어울리는' 센스를 키우기 위해 패션잡지를 구독하거나 자주 옷 가게를 들러야 할 것 같다. 

 

 

축제 즐기기를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이 불편하다. 특히, 축제라면 더욱 그러하다. 우선 노점상 아저씨와 편하게 대화를 못한다. 인형 넘어뜨리기 같은 게임에 나섰다가 실패해도 괜찮은 척 할 자신이 없다. 이럴진대 잘 모르는 사람과 춤을 춘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이제 시작하는 커플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에 우울해지고 남들이 즐거운 만큼 스스로 외롭다는 생각이 가득해진다.

 

 

자발적인 행동을 못합니다

 

어려서부터 내성적인 아이였다. 부끄럼을 많이 타서 엄마 치마폭에 숨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지나온 인생에서 반장, 부반장, 회장, 부회장 등과 같은 선거에 입후보한 적도 없다. 자발적으로 나서질 못하는 반면 누군가가 자기를 추천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지녔다.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유도를 할 때도 상대가 기술을 걸면 자신의 큰 덩치를 이용해 받아치기만 했다. 

 

회전 초밥집에 가도 남들처럼 주방장에게 무엇을 달라고 요청하지 못하고 묵묵히 앞을 지나가는 초밥만 집어 먹었다. 사막 한가운데 앉아서 언제, 어디에서 볼이 올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기다리는 포수와 비슷했다. 일단 다치지 않으려고 보호 장비는 단단히 챙겨 입고 맘에 드는 장소에 쭈구려 앉아 있으면 투수나 타자가 오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이런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등을 밀어주던 친절한 손자국 때문입니다.

 

 

다 같이 텔레비젼 보기를 못합니

 

연말, 그때에 늘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텔레비젼입니다. 함게 시청하노라면 남들의 반응이나 코멘트에 신경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들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키스신이 시작되면 모두들 안절부절하면서 뭔가 다른 일을 하는 시늉을 합니다. 나는 안절부절에 지쳐 아예 부엌으로 도피해서 식빵을 바라보면서 기분을 안정시킵니다. 하지만 혼자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엄청 좋아합니다.

 

 

치과 치료받기를 못합니다

 

안쪽의 이빨이 충치가 될 것 같지만 아직 아프지 않기에 치과에 가기를 꺼려 합니다. 만약에 치과에 간다면 여기저기 부실한 이빨을 발견할 것이고 의사는 치료받기를 권할 겁니다. 하지만 치과 장비를 보면 아플 것 같아 회피하고 싶어 집니다. 빠른 치료가 효과적임을 알고 있지만, 오늘 아프지 않다고 미루기만 합니다. 눈앞의 고통을 두려워하면 후에 더 큰 것을 잃을텐데도 말입니다.

 

 

 

 

난 '못하는 일'이 무엇인가?

 

저자는 24가지의 '못하고 끝난 일'을 고해성사하고 있다. 그림과 함께 짧은 글을 읽노라면 마치 자기 자신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우리들은 강한 어른인 척 허세를 부리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남에게 밝히기를 꺼려하는 나약한 부분들이 분명 있다. 그렇기에 저자의 고백과 참회는 오히려 시원한 청량 음료로 다가온다. 책이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스스로 아직까지 못하는 일이 무엇인지 성찰해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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