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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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의미를 찾는 정신적이며 영적인 동물이다. 나는 왜 사는가? 이 근원적인 물음은 우리 내면에 잠재해 있는 무언가를 일깨운다. 그것은 바로 이타심이다. 우리는 이것을 배우지 않고도 그 존재를 이미 알고 있다. 인간에겐 신적인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타심이 인류를 혁신하다

 

책의 저자 배철현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인간 문명의 정수가 담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는 고전문헌학자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고대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창의인재혁신 학교 건명원(建明苑)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 <심연> 등이 있다.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19세기의 서양인들은 계몽주의, 산업혁명, 그리고 실용주의 등의 영향으로 인해 스스로를 짐승, 즉 동물과는 전혀 다른 차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과 맞먹을 정도라고 여겼던 것이다. 역사학자이자 저술가인 유발 하라리도 자신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 종은 이제 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고 말한다.

 

3만 2천년 전 어느 날,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유일한 삶의 목적인 생존生存과는 전혀 무관한 행동을 시작했다. 횃불에 의지한 채 깊고 어두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늘 그랬던 일상과 단절된 그곳에서 이들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게 몰입했다. 우주에 대한 경외심, 생명의 신비, 존재의 의미 등을 성찰하면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알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의 흔적들을 동굴벽화에 고스란히 남겼다.

 

이 책은 원시 인류의 정신사를 추적한다. 흔히 우리들은 현생 인류가 기원전 1만 년 농업을 발견한 후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정착하면서 도시와 문화, 언어와 종교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들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6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류 문명 발전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뒤집는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언제부터 지구에 생명이 살기 시작했을까? 이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물이 없기에 우리들은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45억 년 전, 우주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그 파편으로부터 새로운 별과 태양이 만들어졌다. 이 연대 측정은 달에서 가져온 돌이나 유성의 돌을 동위원소로 측정함으로써 가능했다. 이후 태양 주위를 돌던 행성과 커다란 유성이 부딪쳐 2개의 행성이 만들어졌는데, 이게 바로 달과 지구다.

 

지구는 5천만 년 동안 서서히 식어갔다. 내부는 뜨거운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표면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육지가 되었다. 지구에 가장 먼저 등장한 생물은 삼엽충이다. 바다 밑 바닥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삼엽충은 약 5억 7000만 년 전에는 바다를 지배하던 생물이었다.

 

나중에 현미경의 발명으로 인해 화석화된 세균의 세포를 발견하면서 학자들은 최초의 박테리아 화석의 연대를 약 35억 년 전으로 추정했다. 어떻게 생명이 만들어졌을까? 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왜 만들어졌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가설을 잘 세우기로 유명한 과학자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번개가 바다를 쳐서 생물이 등장할 수 있는 원시적인 화학 성분이 창조되었다고 말이다.

 

최근의 가설에 의하면 미국 옐로우스톤 지역의 지열 웅덩이에서 볼 수 있는 뜨거운 물방울에서 원형 세포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 방울은 탄소, 수소, 산소, 인, 유황, 질소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동일한 유전 정보, 즉 동일한 생화학 원소를 공유하기 때문에 생명체는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후대 인류는 이런 가설을 '신화'라고 부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렇게 등장한 세포는 동, 식물로 진화해 6500만 년 전에 공룡으로 변모했다. 오랫 세월에 걸쳐 공룡으로부터 척추동물인 원시인류로 진화해왔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다.

 

 

언제부터 인간이 되었나?

 

저자는 책에서 인간의 정의를 600만 년 전에 출현한 유인원이 440만 년 전 이족 보행을 시작한 이후 260만 년전에 최초로 도구를 제작하는 기획하는 인간을 시작으로 불을 다스리는 인간, 달리는 인간, 요리하는 인간, 배려하는 인간, 의례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조각하는 인간, 영적인 인간, 묵상하는 인간, 그림 그리는 인간, 교감하는 인간, 더불어 사는 인간, 종교적 인간 등 연대순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 서두에 첨부된 연대표를 미리 숙지하는 것이 독서에 훨씬 용이할 것이다.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 서문에 "자연은 이빨과 발톱이 피로 물들였다"라는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구詩句를 인용하면서 인간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의 진화론은 그동안 믿어왔던 인간 본성에 대한 종교와 철학의 정의를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즉 그의 주장은 더 이상 인간은 신의 은총을 받아야만 구원받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 선언한 셈이었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저자는 이 해답을 찾고자 137억 년 전 우주의 탄생부터 1만 년 전까지, 인간 정신의 전개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이를 그는 '인간의 위대한 여정'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이기적인 동물일까? 인간의 이기심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을까? 진정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인간의 본성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일까?

 

"진화는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다"

 

종교학자인 저자는 문명과 문자, 종교 등 현상 이면에는 이를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문법이 있다고 강조한다. 즉 문자와 언어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이미 인간은 남을 수용하고 배려할 줄 아는 '영적인 인간'이었고, 도시와 문명의 탄생 이전에 공동체를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인간'이었으며, 종교가 생기기 전에 벌써 인간은 생사生死를 성찰하는 '묵상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궁극적인 조건은 바로 '이타적 유전자'이며, 인간에 내재된 이타심이 인류를 혁신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간은 어떻게 만물의 영장이 되었을까? 흔히 인간의 뇌가 점점 커지면서 언어, 이성, 그리고 자기성찰과 같은 정신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고 그 이유를 말하지만 저자는 이미 이전에 이루어진 이족보행二足步行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한다. 즉 두 발로 걷게 되면서 불의 발견이나 언어 습득과 같은 인간의 기본 습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 다음의 혁명적 변화는 도구의 사용, 예술의 탄생, 종교의 기원 등에서 찾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오직 생존만을 추구하지만, 같은 동물로 분류되는 인간만은 취미라는 특별한 행위를 즐김으로써 생존 외에도 정신적, 미적 만족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삶의 활력과 위안을 얻는데, 이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다. 또 요리와 저장을 통해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스스로 사고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됐다.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공동체로의 진화를 거듭해왔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책은 역사, 과학, 철학 등을 넘나들며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고 인간의 미래를 내다본다. 종교, 철학, 예술, 과학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결국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놓이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목적이 바로 이것이며, 저자 또한 이를 의도하는 바이다. 갑자기 내리는 폭우의 소리가 세차다. '이타심'이라는 화두를 잡고 밤을 지새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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