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 욕망의 바이러스인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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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그 위에 서식하며 살아온 다양한 생명체의 숙주이다. 호모사피엔스는 우주와 자연을 지휘하는 생명체가 아니라, 지구라는 숙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적 존재이다. 지구에서 매년 3만종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기능적인 구조로 본다면 특별하지도 독립적이지도 않는, 그저 생명은 연속체의 일부분일 뿐이다. 지구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거대한 인공물이 다량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배출시킨다. 대기권은 구멍이 뚫리고 오존과 미세먼지가 생명체를 위협한다. 자연파괴를 멈추지 않으면 호모사피엔스도 멸종한 종으로 기억될 수 있는 존재다. 호모사피엔스의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암울하다. - '서문' 중에서

 

 

호모사피엔스는 바이러스인가?

 

책의 저자 윤정은 시인이며, 심층심리분석가다. 법을 전공했던 그는 성직자로 있다가 사임하고, 월간기독 편집장을 한다. 다년간의 상담을 통해 가장 근본적인 생명의 활동이 감정이라고 확신한다. 그 감정의 혼란을 언어로 고백하면서 이성적 구조의 질서를 스스로 상실시키라고 한다. 그러한 것들이 바탕이 되어 해체심리학상실철학을 만들어낸다.

 

상실철학은 수용과 버림의 이해를 통해 분석하고, 분리하여 스스로의 존재를 소외와 결여 속에 박탈시키는 고백을 주장한다. 그 고백은 '무의 생명'이며 '무의미의 의미'이며, 우주가 지향하는 생명 의식이다. 현재 'I~WE심층심리상담센타'를 운영하면서 '자기소통상담'이라는 정신분석상담을 하고 있다. 매주 한 번 회원제로 운영되는 인성아카데미 강의를 맡고 있다. 또한 태교와 죽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분석상담가를 양성하고 있다.

 

그는 '호모사피엔스'를 물리, 화학, 생물, 종교, 철학, 언어, 정신분석학적적인 다양한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파헤친다. 즉 우리의 시야를 우주의 시작점으로 끌고 가서 호모사피엔스가 137억년의 생명 역사의 산물이라는 것을 생생히 전달한다. 이를 통해 그는 죽음이 삶이 되는 무無적 생명의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한갓 바이러스에 머무는 삶에 집착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말한다.

 

 

 

책은 호모사피엔스의 생명 여정을 우주의 시작에서 현재까지 12가지 숙주를 갈아타고 오는 여정으로 구성되었는데, 전반부는 생명현상을 물리적 현상과 화학적 결합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결합을 공생적 의미로 연결하면서, 유전자와 생물학적 진화를 통해 호모사피엔스의 등장을 들여다본다.

 

 

 

이어서 중반부는 신화와 종교, 그리고 철학과 언어를 통해 호모사피엔스의 기생적 사실을 성찰하고, 후반부는 기술 구조주의와 자본주의의 비판을 통해 호모사피엔스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상실철학에 의한 정신분석학은 기생적 바이러스의 삶이 아니라, 소외와 결여의 문제를 수용하고, 삶으로 상실시켜, 주체적 존재의 욕망으로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인류 문명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사실상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번식한 것은 인간, 즉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다. 엽록체가 된 시안세균과 호기성박테리아였던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세포 속에서 공생共生하면서 에너지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인체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생명체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체는 단독의 구조물이 아니라 복합적인 구조물이다.

 

우리 장腸속의 수많은 미생물들은 비타민을 만들고, 음식물의 대사를 도우면서, 인간의 의식과 소통하고 있고, 생활 속에서도 미생물은 분해, 발효 등의 작용으로 생명의 기초를 만들어주고 있다. 인체는 다양한 선조의 후손들이 만든 자연의 공유재산이다. 이 공유재산의 운명은 다른 생물 종의 운명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선 항상 다른 종과 더 많은 공감을 형성하고, 더 많은 상호 작용의 상승을 유지해야 한다.

 

"7백만년 전 열대우림에서 우연히 조산早産으로 인해 발육이 부진한 원숭이가 탄생했다. 자궁 속에서 발육을 끝내지 못하고 세상 밖으로 나온 이 원숭이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었다"

 

조산은 인류 문명을 촉발시켰다. 유인원의 아기는 출생 후 처음 2년 동안에 두뇌의 무게가 350그램에서 1천그램으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한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과 천진발랄함으로 밀림을 누비다가, 밀림이 사라져가는 사바나의 평원에서 비로소 직립보행을 꾀하게 되고, 자유로워진 손으로 초근草根을 캐거나, 돌을 던지고, 나뭇가지 등을 도구로 이용해 이를 무기처럼 사용한다. 손의 사용이 발전함에 따라 지능 또한 점점 더 발달하게 되었다.

 

저자는 호모사피엔스가 완전한 설계자의 특별한 의미와 선택을 받은 종種이 아님을 강조한다. 즉 우주의 입자로부터 기원한 원시의 박테리아가 생존하기 위해, 우연과 선택의 과정에서 발생시킨 구조물이라고 말한다. 호모사피엔스의 몸은 다양한 생명체들(선조의 후손들)과 맞물려 살아온 자연의 공유재산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생명의 역사는 인본주의로 인해 왜곡되었고, 독선으로 인해 다른 생명체들하고의 공생을 상실한 것이 지금에 와서 재앙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현상에 대해 경고하면서 호모사피엔스의 욕망이 멈추길 희망한다.

 

특히 과학기술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독선이 가속화되면서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류의 욕망은 원시림을 파괴하고, 공기를 오염시키고, 다른 생명 종들을 멸망시키면서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대기 오염으로 뒤엉킨 화학 물질이 자외선과 결합하여 생성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더 강한 내성을 가지고,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생명의 질서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호모사피엔스는 이제 지구의 암적 요소가 된 채 거꾸로 지구의 보복을 받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기상이변 같은 재해가 가해자인 호모사피엔스를 공격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이대로라면 인류는 멸종이라는 비극을 피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가 최근에 발간한 <인간의 위대한 유산>의 내용에는 인류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는 종의 선택에 의한 진화가 아니라 바로 이타적 유전자 때문이라고 갈파한다. 사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한 이래 후대의 학자들은 이에 보조를 맞추어 여러 이유로 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호모 파베르~ 도구를 사용

호모 폴리티쿠스~ 정치적 성향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와같은 주장은 근거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미국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 교수<침팬지 폴리틱스>(1982년)에서 동물에게도 인지능력이 있으며 침팬지 사회에도 정치적 행위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도구의 사용도 인간만의 능력이라는 주장은 오만스럽기 그지 없다.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좁은 원통형 물병 속 물 위에 떠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 도구를 사용한다. 즉 물병 옆에있는 자갈돌을 병속에 집어넣어 수위를 높여서 부리로 먹이를 낚아챈다. 비숫한 실험을 네살짜리 아이에게 해보았다. 겨우 8%만 성공했다. 인간에게도 어려운 문제를 까마귀는 자갈돌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해결했던 것이다.

 

 

공생이라는 욕망에 의미가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상호간의 혹독한 경쟁 속에서 공생할 줄 아는 타협으로 살아오면서 더욱 지혜로운 존재로 거듭났다. 소위 자연로봇인 호모사피엔스는 문명을 고도로 발전시키면서 지능을 지닌 기계로봇의 시대를 열었고, 이제 기계와 공생하며 공진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호모사피엔스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주와 자연은 호모사피엔스에게 질서를 옥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빅데이터 통계에 의존하면서 완전한 질서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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