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조전 1 - 농단의 시대, 흔들리는 낙양성
왕샤오레이 지음, 하진이.홍민경 옮김 / 다연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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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삼국지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서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등이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데 반하여 조조는 조연급의 배경인물로 등장하게 마련이다. 그만큼 조조에 대한 이야기를 전반적이고도 집중적으로 다룬 작품은 드물다. 그런 면에서 <삼국지 조조전>은 색다르다. 현존하는 조조의 모든 사료와 작가의 상상력을 버무려 인간 조조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전면적으로 다뤘기에, 소재 면에서도 내용 면에서도 대단히 흥미롭다. - '책소개' 중에서

 

 

비틀거리는 후한말, 영웅들의 탄생을 기다리다

 

작가 왕샤오레이는 톈진天津 출생으로 조조의 21세기 대변인이다. 현존하는 조조의 모든 사료를 단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통독하며 조조의 흔적을 쫓아 10여 년간 연구했다. 철저한 고증으로 조조라는 한 인간의 인품, 지략, 즐겼던 먹거리, 옷차림, 지혜, 사소한 버릇, 말버릇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완전히 형상화하여 작품에 녹여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사실적이고, 가장 생동감 넘치고, 가장 완벽한 조조 전집을 완성했다.

 

이 소설은 기존의 삼국지와는 달리 조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은 기존의 삼국지는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 등 친유비계 인물들이 주, 조연을 맡고 있기에 조조의 인물 평가는 간교한 영웅, 즉 '간웅'으로 묘사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조조를 중심으로 글을 써내려가기 때문에 집안의 내력이 소상하게 설명되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많이 접하지 못했던 조조의 가정사나 집안의 내력 등 그의 인간적인 면면이 아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드러나기에 이제 <삼국지 조조전>을 통해 중국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입체적인 진짜 조조를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또 다른 시각의 삼국지 영웅들도 만나보자.

 

 

 

 

"치세의 능신이요, 난세의 간웅이다"

- 허소

 

소설의 이야기는 중국 변방에서 벌어지는 '강족'과의 전쟁과 황제 유지(환제)의 사망으로 시작된다. 환제의 뒤를 이어 먼 친척 조카뻘 되는 12살의 어린 유굉(영제)이 황위에 오르자 덩달아 권력 분쟁이 생기는데, 기존의 환관 세력과 유굉을 옹립한 황후 두씨 세력 간에 상호 물고 뜯는 권력 다툼이 벌어진다. 결국 환관 무리들이 승리하자 이들은 더욱 막강해진 힘으로 국정을 맘대로 주무르게 됨으로써 후한 말기의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조조의 아버지 조숭(본래 하후 씨였음)은 당시 실력자인 환관 조등의 양자로 입적했다. 조조의 할아버지 조등은 선황을 황제로 옹립하는데 공을 세워 대장추大長秋(황후전의 사무를 책임지는 관직)로 승진해 비정후라는 작위까지 받았을 정도였다. 이는 집안의 영광이자 치욕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후 조조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말이 바로 환관의 자식이었다.

 

아무튼 조조의 아버지 조숭은 막강한 뒷배경 탓에 사례교위라는 벼슬을 하며 환관들의 비호하에 온갖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며 재산을 축적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크게 받지 못했던 조숭은 그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탓인지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조조의 아명은 아만인데, 아만은 조숭으로부터 어릴 적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이처럼 일방적인 큰 사랑은 자식들이 어긋나거나 비행을 부추기는 셈이 된다. 조조도 그러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버릇 없고 못된 짓을 서슴치 않았다. 12살의 그가 2숙(삼촌)의 꾸중을 모면하려고 꾀병 소동을 벌이는 장면이 이를 설명해준다. 공부를 게을리한다고 지적을 받을 게 분명하니까 그는 없던 병도 만들어 중풍(개인적으론 간질이 올바른 표현이 아닐까 싶다)이 온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심하게 아파 몸부림치는 사람을 누가 혼낼 수 있겠는가?

 

본디 권력자의 가문은 영원한 법이 없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처럼 권력이란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누란累卵'과 같은 신세이다. 조조가 우연히 낙양성에서 환관 세력들에게 쫓기는 태학생 하옹(하백구)의 생명을 구한 일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아버지를 매우 곤경에 처하게 한다. 물론 조조의 이번 행동은 정의로운 것임에 틀림없지만 말이다.

 

이후 조조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고향으로 내침을 당하고 이곳에서 7숙으로부터 공부를 받게 되는데, 특히 병법에 재미를 느끼고 열성을 기울인다. 이는 나중에 장군 조조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다. 아무튼 그는 4년 동안의 학문을 마치고 16살에 아버지가 있는 낙양성으로 다시 돌아온다.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우리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조조의 본성은 어릴 적부터 나쁜 짓이나 거짓 행동을 하는 것을 아무런 꺼리낌 없이 하는 걸로 봐서 분명히 착한 심성은 아닌 듯 싶다. 12살의 조조가 7숙을 칼로 찌르거나 이후 낙양북부위 재임 시절 실력자인 환관이 자신의 조카임을 믿고 난동을 피우는 건도를 죽이는 장면들이 바로 그러하다.

 

황실에 변화가 생겼다. 이는 권세의 이동을 의미한다. 하귀인이 왕자를 출산하자 자식이 없는 송황후는 곧 폐위될 신세에 놓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리되면 조씨 가문 사람들의 파직은 시간문제, 그동안 할아버지의 든든한 뒷배였던 송황후가 힘을 쓸 수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건도를 죽인 일과 허소의 조조 인물평이 도성에 널리 퍼지다 보니 이를 시기하는 환관들이 그냥 둘리가 없다. 조조는 연주 돈구현 현위로 발령받아 지방으로 좌천되고 만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

 

요즈음은 조조에 관한 새로운 분석이 부쩍 눈에 띄게 많다. 이 소설 또한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하다. 총 15권에 이르는 조조전을 통해 인간 조조의 진면목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미 기존의 삼국지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조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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