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다시 읽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6
양지열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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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사람들이 모여 살고, 나라 살림은 누가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하는지, 국민인 우리는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정리해 놓은 것이 헌법이야. 네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혹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게 바로 헌법이란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헌법, 얼마나 아시나요?


이 책의 저자 양지열은 법무법인 가율의 대표 변호사로 헌법을 이야기로 쉽게 풀어서 자녀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기자 출신의 변호사'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중앙일보에서 8년간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고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짧지 않은 기자 생활을 하며 돈이 없고 마땅한 조언자가 없어 법적 곤란을 겪는 사람을 수없이 봐왔고, 펜만으로는 그 짐을 덜기가 힘들다는 생각에 늦깎이로 사법시험에 응시해

 

"책에 쓴 얘기들은 대부분 너를 보면서 떠올린 것들이야.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인공지능을 생각해 냈고, 하늘공원에 놀러 갔던 사진을 보다 우리 경제에 관한 얘기를 썼고, 네가 학급회장에 출마했을 때를 떠올리며 선거제도와 민주주의에 관한 글을 쓴 거야. 그렇게 네가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헌법에 대해 이해하기 편하고 쉬울 거 같아서 말이야"

 

 

 

 

 

헌법은 초등학생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저자의 딸 시연은 왜 공부를 하러 학교에 다니고, 커서 뭐가 될 수 있을지 그런 게 궁금했다. 그래서 변호사인 아빠에게 법대로 답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 당연히 아빠가 얘기할 거리가 없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아빠는 당연히 법에 정해져 있다고 대답을 하자 놀라고 만다.

 

"법대로? 왜 공부를 하는지는 헌법을 보면 되지. 시연이도 학교에서 헌법에 관해서는 배우지"

 


"헌법? 사회 시간에 조금 배우기는 했어요. 민주주의가 어떻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어떻고 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 헌법에 나와 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연이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타고난 능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겠지? 그래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야. 그것도 무상으로 말이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교육은 학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계속 받을 수 있어야 해. 부자 아빠를 만난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공부를 해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교육이기도 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하는 것도 그렇게 노력해서 평등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줘야 진짜니까. 대한민국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이지. 국민은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아 나라를 운영하도록 맡기는데, 뭘 알아야 누구를 뽑을지 정하지. 그것도 교육을 받는 이유가 되겠구나. 누구나 공무원 시험을 치러 공무원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것도 교육이 뒷받침을 해줘야 하고 말이야. 어때? 대답이 어느 정도 됐을까? 그러고 보니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시연이의 궁금증에 대해 헌법이 어느 정도는 대답이 될 수 있겠구나"

 

그렇다. 저자의 설명처럼, 헌법 제10조 전문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제5항은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 제11조 제1항 전문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제24조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기본권의 영역

 

1. 평등권~ 법 앞에 평등하다

2. 자유권~ 국가는 국민의 삶에 함부로 간섭할 수 없다

3. 사회권~ 교육을 받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4. 청구권~ 기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5. 참정권~ 선거 또는 공무원이 돼서 나라 살림에 참여할 수 있다

 

 

헌법은 크게 다섯 가지 권리와 거기에 포함된 여러 가지 권리들을 자세하게 정해 놓았다. 그리고 헌법 제37조 제1항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않는다'고 정함으로써 혹시 빠진 것이 있더라도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헌법이나 마찬가지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서? 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말이다.

 

 

평등권의 의미

 

시연이는 얼마 전 TV에서 본 어느 중학생 오빠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 사는 그 오빠는 스키를 너무너무 잘 탔다. 취미 정도가 아니라 선수로서 나라를 빛낼 만큼 말이다. 따로 배운 적도 없다는데 실력이 대학교 언니, 오빠들과 막상막하였다. 국가대표 감독님이 중학생 오빠를 선수로서 크게 활약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그 오빠는 집안 형편 때문에 본격적인 선수 활동을 망설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어린 동생들을 돌보면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스포츠 단체와 기업에서 후원해주기로 했다는 TV 프로그램의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시연이는 그 오빠는 헌법에서 말하는 평등권 이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게 아닐까란 의심이 들었다. 물론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골고루 기회를 주는 걸 넘어서서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은 평등권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평등에는 적극적인 뜻도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어 눈이 불편한 사람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올록볼록하게 특별한 보도블록을 설치해 놓고, 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계단 옆에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모두를 위한 투자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시설을 설치함으로써 많은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므로 개인적인 장애를 이기고 국가에, 나아가 인류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평등권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본권에 대한 과잉금지원칙

 

과잉금지원칙이란 게 있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판단하는 것인데, 첫번째는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알아서 옷차림을 하면 가정환경에 따른 차이도 나니까 이런 차별을 막기 위해 교복을 입는다면 이는 나쁜 목적이 아니다. 두번째는 수단과 방법이 적절해야 한다. 교복으로 아주 이상한 옷을 강요하거나 머리를 빡빡 밀자고 하는 게 아니라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세번째는 그런 일로 입게 되는 피해를 최소한도로 줄여야 한다.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피해는 있겠지만 역시 아주 엄격한 제한만 아니라면 받아들일 만하다. 네번째는 목적을 달성해서 얻는 이익이 희생보다 크거나 최소한 같아야 한다는 균형성이다.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친구와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면 멋 부리는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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