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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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스토리는 주인공 강교민 국어 선생을 내세워 현실 교육의 부끄러운 민낯을 들춰내고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다. 연간 40조가 넘는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학부모들, 정부, 교육계, 사회 모두의 책임임을 알 수 있엇다. 이어서 2권에서는 조정래 작가가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교육은 인성으로 통한다

 

 

 

 

유치원에 입학하기도 전에 혀 수술을 한다

 

소설은 영어 강사 포먼과 스미스의 대화로 시작한다. 이미 1권에서 박선미의 딸 남온유를 임신시키고 유서인과 양다리 교제를 해온 포먼이 더 이상 한국에서 돈벌이가 좋은 영어학원 강사를 할 수가 없게 되자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친구 스미스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이들이 나누는 대화 중에서 충격적인 내용이 폭로된다. 거의 광적 수준인 한국 부모들의 영어 사랑을 이들은 단지 돈벌이에 이용할 뿐 참된 교육으로서의 가치관이나 교육자로서의 자세는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이들의 대화 속엔 듣기 거북하고 눈쌀 찌푸리게 하는 내용들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원어민처럼 발음을 잘하는 게 소원인데, 그러기 위해서 혀를 수술하는 거야. 유별난 한국 사람들 일부는 자기들이 혀가 짧아 R발음과 L발음을 정확히 구분해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 두 가지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혓바닥 아래 부분인 설소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는 거야. 혀를 길게 하기 위해서지"

 

과학적 근거가 없고 효과도 없는 이런 수술을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인 네댓 살에 시행한다는 사실이 정말 서글픈 코미디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아무리 선행 학습이 중요하다지만 이건 정말 너무 심하지 않은가 말이다. 언어학의 대가 촘스키 교수가 말한 '생득언어' 차이 때문에 제2언어의 습득은 필연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서 일까? 어리삭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포도주 술잔을 기울이는 이 둘은 벌써부터 돈을 넉넉하게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이 가시지 않고 술값 또한 아깝지가 않다. 다음날 오전 9시, 포먼은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앉아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자꾸 시계를 쳐다보게 된다. 유서인은 항상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착한 회화 공부 학생이었는데 말이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일부러 받지 않는 듯했다. 잠시 후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떠난다는 말 들었어요. 잘 가세요. 더블데이트는 미국식인가요, 짐승식인가요?"

 

 

초등학교 6학년이 가출하다

 

초등학교 4학년 선생님인 이소정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발거음을 멈추었다. 아이들은 4~5학년쯤으로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5학년이었다. 그녀는 지금 고모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고모가 사는 동네는 부촌 아파트 단지이다. 현관부터 부티가 흐른다. 천연 대리석으로 치장했다.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 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린다.

 

이튿날 출근해서 한솔비가 또 결석임을 알게 되어 전화 연락을 시도했다. 오빠가 가출했다고 울먹였다. 지금 엄마는 경찰서로 갔고 집에 꼼작 말고 대기하라는 엄마의 명령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출한지 이틀째라고 했다. 솔비가 선생님에게 꼭 보여드릴 것이 있다는 말에 그녀는 수업을 파하자마자 솔비네로 향했다.

 

사실 학교의 3대 문젯거리는 왕따, 교내 폭력, 가출이었다. 하지만 가출은 중학생 이상에 해당하는 사건인데, 초등학교 6학년의 가출이 믿기지 않았다. 빵과 우유, 그리고 닭튀김을 사들고 집에 도착했다. 솔비는 오빠가 엄마에게 절대로 보이지 말라는 쪽지를 소정 선생님에게 건넸다. 아래 시詩 밑에는 "솔비야, 내가 이렇게 될까 봐 무서워 가출하는 거야"라고 적혀 있었다.

 

   

 

이소정은 이미 이 시를 알고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이순영의 시는 매스컴에서 난리가 났었기 때문이다. 시의 내용상으론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지만 매스컴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도덕성 결여를 지적하는 방향으로 흘렀던 것이다. 한편, 솔비의 말로는 엄한 부모님 탓에 만화가가 되고 싶은 오빠의 꿈은 여지없이 짓밟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아무튼 솔비의 오빠 한동유는 이소정 선생님의 충고와 유명 만화가의 자질 인정에 힘입어 부모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무사히 집으로 복귀한다.

 

 

 

 

소설의 제목을 생각해본다. 소위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비행청소년이나 불우한 가정 환경 탓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조정래 작가는 '풀꽃'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그는 풀꽃도 분명 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나 교육계가 지나치게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사실상 어느 부모든 간에 나름대로 자식 교육에 공을 들인다. 그렇기에 우리의 공교육이 이에 미흡하다고 판단되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경향도 생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전인적 인격을 함양시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리라. 그저 점수를 잘 받아 상위학교로 진학하는 것만이 교육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학생 스스로의 내면에 자존감, 배려심, 사랑, 이해심 등 값진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은 효와 충을 내세우는 동방예의지국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밥상머리 교육을 매우 중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단순히 점수 따는 기계로 만들려는 노력만 기울이는 게 아닐까? 결국 교육은 인성교육으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작가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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