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양우석.신윤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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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달의 고향 평안도는 조선에서 차별과 착취의 땅이었다. 평안도는 청과의 무역과 광산업 등으로 일찍부터 부를 축적해 산만지방보다는 먹고살기가 훨씬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평안도는 서북민 차별정책과 세도가들의 관직 독점으로 과거시험에 합격해도 임용되는 자가 없었다. 관직에 오르는 자가 없다 보니 부임하는 관리들의 견제세력인 사족士族이 형성될 수 없었고, 평안도에 부임하는 지방관들은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김선달의 통쾌한 사기극

 

 "대감께 하나만 묻겠습니다. 대체 이 나라는 누구의 것입니까?

임금의 것입니까, 사대부의 것입니까, 아니면 외척의 것입니까?"

 

평양에서 '봉추당'이란 서당을 열러 겨우 밥벌이하는 김사원, 그는 김선달로 불린다. 재주가 뛰어나 양과兩科, 즉 문과와 무과 모두 합격했지만 발령대기가 한없이 길어진다. 그 시절엔 뇌물을 바쳐야 그나마 발령이 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김선달의 성품상 뇌물 상납이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한편, 조덕영이란 인물이 평양감사로 부임한다. 그는 감사 감투를 최대한 활용해 한 밑천 잡음으로써 집안을 일으켜세우겠다는 야심이 가득한 악질 중의 악질 탐관오리였다. 본디 선과 악은 충돌하기 마련이다. 우연한 기회에 조덕영의 비리를 발고하는 데 기여하게 된 김선달은 이후 조덕영 감사와 꼬이게 된다.

 

국토를 유린했던 홍경래의 난이 진압되자 조덕영은 돈벌이를 위해 홍경래의 난에 가담했던 백성들을 청나라에 노예로 판다. 김선달의 아내와 딸 소월도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에 김선달은 아내와 딸, 그리고 함께 끌려간 3천 명의 불쌍한 백성들을 구출하려고 이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코자 대동강 물을 판다는 희대의 사기극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소설의 구성은 작가가 마당극이나 판소리극을 의식했는데, 18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결코 무리가 없겠다. 최근에 영화로 만들어진 유승호 주연의 <봉이 김선달>과는 그 스토리가 다르니 말이다. 참고로 배우 유승호는 김인홍역을 맡았다. 아무튼 영화 <변호인>의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았던 양우석이니 당연히 영화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닐 듯 싶다.

 

현재 나라가 온통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뒤숭숭하다. 이럴 때는 뭔가 악을 해소하는 주인공의 역할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때이다. 부정부폐의 고리를 왜 이리 끊지 못할까? 허탈감과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 저녁 회식 때의 술안주로는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잠시나마 통쾌한 복수로 느껴져 힐링으로 다가온다. 너무 많은 얘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니 이만 줄이기로 한다.

 

 

 영화 <봉이 김선달>

 

"지금 이 나라는 무고한 삼천 명의 백성을 청나라에 노예로 팔아버렸습니다. 비록 이 땅에서 잘 살게 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의 땅에서 노예로 살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조선 통치이념인 성리학에서 '민심은 곧 천심이라' 했고, '백성이 곧 하늘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곧 평안도는 평안도 백성이고, 조선은 조선 백성이란 뜻 아닙니까? 그 팔려 간 삼천 백성은 어느 나라 백성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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