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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해부도감 - 인간과 자연이 빚어낸 결실의 공간, 농장의 모든 지식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담다 ㅣ 해부도감 시리즈
줄리아 로스먼 글.그림, 이경아 옮김 / 더숲 / 2016년 11월
평점 :
이번 책을 작업하는 동안 자급하는
삶에 대해 많은 걸 배웠으며 남편 매트가 성장한 삶의 뿌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성장 배경이 된 삶의 가치 와 전통을 미약하나마
우리의 평범한 일상으로 가져오고 싶다. 매트는 우리가 다시 그곳 농장으로 돌아간다면 농부들이 써레질에 사용하는 스프링투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도 있고, 이웃집에서 기르는 닭이 어떤 품종인지도 알아맞힐 수 있다며 끈질기게 졸라댄다. 물론 나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머리말' 중에서
어린 시절 남편이 살았던 농장을 해부하다
책의 저자 줄리아
로스먼은 과학과 역사, 도시와 자연 등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감각적이고 따뜻한 작품세계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미국 주요언론과 출판계,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기 아티스트이다. 뉴욕
태생으로 지금까지도 고층빌딩으로 가득찬 브루클린에 살고 있지만, 그녀의 시선은 주위의 항상 볼 수 있는 자연과 일상적인 존재를 향해 있다.
따뜻하고 세심한 시선으로 그것들이 지닌 매력과 활기를 생생하게
담는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자연해부도감>, <음식해부도감>, <아티스트의 스케치북>, <헬로 뉴욕> 등이
있으며, 전 세계적인 인기 블로그 '북 바이 잇츠 커버'를 운영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책과 일러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비록 도시에 살고 있지만 그녀의 자연을 탐험하는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총 7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뼛속까지 뉴요커인 그녀가 어느 성탄절 날 남편
매트가 자랐던 시골 농장을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자연의 보물을 얻고 살아가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담아놓은 '농장'이라는 공간에서, 그녀는 도시에서는 보지 못했던 자연의
경이롭고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아름다운 그림에는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찬
농장의 일상적인 풍경과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이 꼼꼼히 담겨 있으며, 자연의 풍성함과 시골 생활의 활기가 깃들어 있다. 책을 펼쳐 읽는
동안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 농장은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며, 다양한 삶의 방식과 공간이 존재함을 일깨워 주고, 나아가 잊고 살았던
우리들의 뿌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시골 농장을
아시나요?
나는 시골에서 자라 도시로 나와 학업을 하며 성장했다. 그래서 초중고 시절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실컷
놀 수 있는 방학을 학수고대하곤 했다. 특히, 추위에 약한 나는 여름방학을 더 좋아했다. 곤충과 식물 채집, 그리고 지천에 널린 과일과 채소들은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기에 말이다.
물론 시골에서 자라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코를 자극하는 시골의 독특한 냄새에 익숙하지 않아 이내 코를 막고 얼굴을
찡그리겠지만 이런 냄새도 자주 맡게 되면 오히려 구수하다는 느낌을 곧 갖게 될 정도로 우리들은 모두 시골 친화적인 태도를 견지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본디 우리들의 선조들은 야생野生을 거쳐 경작을 하며 살아왔기에 그 유전자가 대물림되었기
때문이리라.
저자의 남편 매트는 일곱 살
때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를 떠나 아이오와 주의 작은 도시 테이버에 위치한 시골 농가로 이주해 그곳에서 자랐다. 매트는 농장에서 달걀을 주워
모으고 장작을 패고 두엄을 치우며 콩을 실어나르는 등 온갖 잡다한 일을 하면서 컸다. 농장에선 염소, 양, 앙고토끼, 닭 등을 사육했으며,
텃밭에선 온갖 채소를 재배해서 지하저장고에
보관했다.
성인이 된 저자와 매트는
진지한 교제 끝에 매트의 부모님이 계신 농장에서 성탄절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도시에서만 자란 저자는 눈이 휘둥거래지는 경험이었다. 반갑게
맞아주는 염소 무리, 어느 새 다가온 몇 마리의 고양이들, 농장의 여러 건물들, 눈 덮힌 농장의 모습은 그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이후로도
두 선남선녀는 수차례 농장을 찾았고, 그곳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배경에서 탄생했던
것이다.
염소
우리
얼마 전에 끝난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염소의 저주'에서 풀려난 시카고 컵스가 무려 10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45년 시카고
컵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월드시리즈 4차전을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에서 치를 때 홈 팬인 빌리 사이아니스라는
사람이 애완 염소를 데리고 구장에 입장했다가 구장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관람객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염소 냄새 때문이었다. 이에
염소 입장권까지 매입해서 입장했던 팬은 저주를 퍼부었다. 결코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장장 100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았던 유명한
저주가 바로 그것이다.
염소에게는 비바람과 눈을 피할 곳이
필요하다. 아늑한 우리가 있으면 혹독한 추위에도 녀석들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를 대비해 통풍이 잘 되고 그늘이 있어야
한다. 건초는 훌륭한 깔짚의 역할을 한다. 위쪽의 깔짚은 며칠마다 교환해주어야 하며, 봄가을에는 아래쪽의 오래된 깔짚을 말끔히 걷어내고 건초를
새로 깔아준다. 염소는 기어오르기 선수인 데다 아무리 작은 구멍이라도 뚫고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울타리를 단단히 쳐둘 필요가 있다. 경험이 많은
염소지기의 말을 빌리면, 물을 가둬 놓을 수 없는 울타리로는 염소도 가둬놓을 수 없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오래된 케이블 릴이나 트랙터 타이어는
염소들에게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된다.
염소
우리는 대개 본실과 별실로 구분된다. 별실은 분만실로 이용되거나 아픈 염소를 격리시키는 장소로 활용된다. 먹이는 호기심이 많은
염소가 올라가지 못하는 곳에 보관해야 안전하다. 여물통과 물통은 벽면의 다른 쪽에 자리를 잡는 겨우가 많다. 염소가 먹이를 엎지르거나 못 쓰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개폐장치를 갖추어둔다.
1945년, 저지 당하는 애완
염소
명아줏과
논밭의 각종 작물을 살펴보면 비트와
시금치 등의 명아줏과, 아티초크, 상추 등의 국화과, 브로콜리, 방울다다기양배추,
양배추, 콜리플라워, 래디시, 루타바가 등의 십자화과, 오이, 호박 등의 박과,
콩, 완두 등의 콩과, 양파, 리크, 아스파라거스 등의 백합과, 옥수수 등의
볏과, 가지, 고추/피망, 감자, 토마토 등의 가짓과, 당근 등의
미나리과, 바질, 고수, 박하, 로즈마리 등의 허브, 보리, 조, 기장, 메밀,
귀리, 밀, 호밀 등의 곡류, 사과 등의 과일 등이 있다.
힘쎈 뽀빠이로
상징되는 시금치에는 사보이, 세미 사보이, 플랫리프 등의 다양한 품종이 있는데, 사보이는 주름이 많고 잎이 말려 있으며 짙은 초록색을 띄고, 세미 사보이는 사보이보다 잎이 덜 말려 있어서 씻기가 쉽다. 플랫리프는 잎이 매끄럽고 반듯한 시금치로 수프, 이유식, 통조림, 냉동용으로 이용되며
맛은 사보이보다 약간 부드럽다. 시금치의 주요 특징은 아래와 같다.
항산화제가 풍부하고 철분도 많다.
추위에 강해 월동이
가능하다.
생장속도가 빨라 40∼45일 만에 수확이
가능하다.
지하저장고
지하 저장고는 야채, 과일, 다양한
저장식품을 장기 보관하는 데 이용된다. 비트, 순무, 양파, 감자, 당근, 겨울호박, 사과 등은 적절한 조건만 갖추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작물을 짚이나 젖은 모래 속에 층층이 쌓을 수도 있고 신문지로 둘러쌀 수도 있으며 그물망에 넣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매달아놓을 수도 있다.
지하 저장고는 대개 시원한 지하실이나 언덕의 비탈진 곳에 땅을 파고 만든다.
햇빛을 피하려면 저장고는 언덕의
북쪽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서늘한 온도(섭씨 0∼5도)와 높은 습도가 유지되어야 식품이 여름에 상하거나 겨울에 얼어붙는 걸 막을 수
있다. 환기구는 따뜻한 공기가 배출되게 해주고 흙바닥은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모습을 통해 다시금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으로써 우리들의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도시인들을 위한 시골 생활
안내서
상세한 그림과 함께 시골 생활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유익한 백서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자녀들을 위한 교육용으로 이만한 교재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물론 시골 농장의 규모가 땅이 넓은 미국이라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 근본은 크게 차이가 없다. 미처 사진으로 볼 수 없었던 시골 농장의 모습이 정겨운 그림과 함께 우리들에게
쉽게 다가온다.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