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순, 고귀한 인생 한 그릇 - 평범한 인생을 귀하게 만든 한식 대가의 마음 수업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심영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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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아 요리를 하고, 열심히 먹이고, 사랑했습니다. 남들은 요리 선생이다, 한식의 대가다, 거창하게 불러주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냥 누군가를 위해 밥하는 사람, 요리를 통해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 대상이 가족에서 이웃으로, 친구에서 제자들로,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더 많은 사람들로 점점 넓어진 것은 덤으로 얻은 축복입니다. -'차림에 앞서' 중에서

 

 

한식 대가의 마음수업

 

책의 저자 심영순은 대표적인 한식 연구가로 1970년대 초반부터 요리 강습을 시작했고 1988년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심영순 요리 연구원'을 세워 40년 넘게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스물두 살에 남편에게 시집왔을 땐 그냥 손맛 좋은 주부였다. 결혼 후 집에 온 손님들에게 차려낸 밥상 덕에 요리 솜씨가 소문나기 시작했다. 이웃에 사는 주부들이 찾아와 반찬을 배워 갔고 학교 어머니 교실에서 요리를 가르쳐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입소문이 퍼져 나이 서른

 

 

 

 

 

 

 

 

 

칭찬에 대한 목마름이 요리 욕심으로

 

"그래, 잘했구나" 칭찬치고는 너무나 무심한 한마디. 그러나 그 한마디로 그녀의 세상은 천국이 되었다. 그런 천국을 또 맛보기 위해 그녀는 정말 열심히 배웠다. 나이가 들면서 그녀는 살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잘해내고 싶었다. 어릴 때에는 어머니에게 칭찬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했지만 십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그 이상의 호기심과 자부심이 자랐던 것 같다. 그저 어머니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주인의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갑자기 요리 선생이 되다

 

어느 날 셋째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원장이 전화로 연락와서는 어머니 모임에 나와서 반찬 만드는 법을 강의해달라는 것이었다. 간곡한 부탁에 이를 뿌리칠 수가 없어서 도시학 반찬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나물 세 가지, 두부와 달걀 요리 두세 가지, 장아찌 두 가지, 볶음류 ㄷ두세 가지, 조림류 두세 가지 등을 준비해 강의에 임했다. 어머니에게서 배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기초부터 쉽게 설명했다. 강의 내용에 대해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어머님들이 강의를 더 해달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도시락이 아니라 남편을 위한 요리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래서 남편이 입맛 없을 때 잘 먹는 순두부찌개와 대구탕, 육개장 등을 준비해서 가져갔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손님 상차림을, 그다음에는 술상을, 그다음에는 제사 음식을 가르쳐달라며 계속 신청이 들어왔다. 어느덧 그녀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큰 책임감이 밀려왔다. 그녀의 요리를 배운 사람들은 그것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먹일 것이다. 건강하게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음식으로 한 효도엔 후회가 없다

 

어머니가 쓰시던 방 옆방을 시어머니에게 내어드렸다. 그때부터 두 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쭉 그녀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마음이 잘 맞는 두 분이었지만 식성만큼은 완전히 달랐다. 어머니는 싱싱한 나물과 바삭한 생선구이, 조림류를 좋아하신 반면, 시어머니는 푹 삶아 무친 나물 반찬에 김치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그녀는 처음부터 두 분의 밥상을 따로 차려드렸다. 사람들은 어떻게 한집에서 두 노인을 모시면서 세끼 밥상을 따로 차려드리는 생활을 그리 오랫동안 했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낳고 남편을 낳아준 두 어머니가 한집에서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도, 두 분에게 그녀의 손으로 밥을 지어드리는 것도 너무나 행복했다.

 

 

요리는 시간과의 싸움

 

요리는 시간을 잘 안배해야 한다.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서너 가지 만들 경우 뭐 하나 너무 빨리 되거나 너무 느리게 되는 것 없이 동시에 모든 요리가 끝나야 한다. 그래서 각각의 요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거꾸로 계산해서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할지를 잘 결정해야 한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서 7첩 반상을 차리는 데에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밥, 국, 나물무침, 고기나 생선 요리 등 하나씩 다 합치면 한 시간 반이 걸리겠지만 밥을 앉혀놓고 나물을 다듬고, 국을 끓이면서 나물을 데치고, 생선을 구우면서 국에 간을 하고 밥에 뜸을 들인다면 30분 만에 모든 준비가 끝나게 된다. 시간 없어 요리를 못 한다는 말은 핑계이다. 요리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스스로 좌충우돌하는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딸들에게서 배운다

 

그녀는 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딸들이 걸어가는 삶의 행로를 보면 큰 성공과 부를 좇기보다는 항상 의미를 좇아간다. 욕심 앞에서 도리를 선택하는 모습을 늘 보았다. 결혼도 조건 좋은 부잣집 남자가 아니라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했다. 금슬 좋게 사는 모습을 보며 저런 게 진짜 행복임을 깨닫는다.

 

딸들은 자식의 부모로서도 처신을 잘한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강요하는 법이 없다. 요즘 엄마들은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려고 혈안이라지만 그녀의 달들은 그런 욕심이 전혀 없다. 심지어 학교 교육이 아이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고 홈스쿨링을하고 대안학교에 입학시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손주들이 참 잘 자랐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아들이 없다는 아쉬움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살뜰한 사위가 네 명씩이나 있으니 아들들을 거저 얻었던 셈이다. 게다가 사위들은 하나같이 '아내 바보'들이다. 효도는 다른 게 없다. 자기 인생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바로 효도인 것이다.

 

 

음식도 마음이 중요하다

 

 

음식을 만들고 연구하고 나누었던 요리 인생 70년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습니다. 가족을 향한 마음이나 손님을 향한 마음, 또는 내 자신까지도 귀하게 대접할 수 있는 자기애를 포함한 마음이 없다면 음식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혜로운 선조들이 말했던 '손맛'이라는 것이 결국은 이런 마음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차림 마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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