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를 읽다 - 법정 스님으로부터
고수유 지음 / 씽크스마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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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간절한 때입니다.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행복에 대한 갈구가 더 거세기만 합니다. 하지만 행복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잇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많이 소유하지 못해서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 '머리말' 중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삶'을 생각한다

 

책의 저자 고수유는 평소 명상과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기에 박사 학위 논문 <한국 근, 현대 불교소설 연구>(2014년, 소명출판에서 동명으로 출간), 학술 논문 <이광수 소설의 대승불교 사상 연구>를 발표했다. 문학 작품으로 2011년에 출간한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소설 <이교도>로 인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법정 스님은 진정한 행복은 더 많이 소유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법정 스님은 불필요한 것을 없애는 일, 곧 소유욕에서 탈피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꼭 필요한 것만을 가져야 마음의 평화, 곧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몸소 무소유의 삶을 살았기에, 스님의 말에는 많은 울림이 있다.

 

무소유 정신에 입각해 불교계와 정치계에 곧은 소리를 했다. 스님은 입적할 데도 무소유를 당부하는 유언을 남겼다. 스님은 무소유, 그 자체였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길을 전하고자 출간되었다. 전보다 더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참선을 위한 마음가짐

 

참선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마음가짐(결수삼요決須三要)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내가 부처가 되는 것에 대한 큰 믿음이고, 두 번째는 본래 부처인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것에 대한 큰 분심이며, 세 번째는 화두에 대한 큰 의심이다. 이 세 가지 마음가짐은 참선을 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데 매우 유용하지 않을까? 나 자신과 내 미래와 비전에 대한 강한 확신, 나태한 자신에 대한 불같은 분노, 그리고 당면 과제의 해법을 찾아 끈질기게 왜, 왜 하고 품는 큰 의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효봉 선사의 열반과 무자無字 화두 

법정 스님에게 효봉 선사는 자신을 깨달음으로 인도한 스승이다. 그런데 효봉 선사는 자신이 했던 모든 말이 군더더기라고 해버린다. 이는 자신의 권위며 가르침 전체를 휴지 조각처럼 버리는 것과 같다. 선사가 했던 가르침이 가짜라서 그랬을까? 그렇지 않다. 아래는 효봉 선사의 열반송이다.

 

내가 말한 모든 법은

그거 다 군더더기

오늘 일을 묻는가

달이 일천강에 비치니라 

 

진정한 깨달음은 고착화된 관념과 개념으로 말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말과 문자로 이렇다저렇다 하는 순간 이미 진리와 동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말과 개념을 뛰어넘은 '화두 선'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참선에서 제일 많이 활용되는 화두가 무無이다. '무무'는 말 그대로 없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생일을 묻자, 효봉 선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생불생 사불사生不生 死不死인데, 어찌 생일이 있겠습니까?"

 

 

도둑맞은 탁상시계

 

스님은 아침 예불을 하고 돌아오는 사이에 도둑을 맞았고, 나중에 도둑을 마주쳤다. 스님은 도둑을 꾸짖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내고 도둑맞은 탁상시계를 되찾았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 하나의 물건도 없다)'이라는 말처럼 스님에게는 '내 것'이라는 집착이 없었다. 스님은 도둑을 용서한 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았던 것이다.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기보다는, 흐트러지려는 나를 내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법정, <영혼의 모음>(샘터, 2010년) 중에서

 

 

불알암을 찾은 이해인 수녀

 

불일암을 찾은 이해인 수녀는 자신을 인터뷰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수녀원을 월담함에 따라 자신 때문에 수녀원에 피해가 생기게 되었을뿐만 아니라 자신도 수행을 이어가기에 여간 힘들지 않았고, 잡념이 많아지면서 신실信實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하자 법정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예요. 혹자는 저에게 책으로 돈 많이 벌어서 어디다 쓰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런 물음에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수녀님의 인세는 수녀원에서 관리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서 여러 분들을 위해 좋은 곳에 쓰이겠지요. 저 또한 수녀님과 비슷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못 느끼고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늘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많은 분이 책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니까요. 이는 책을 쓰는 수행자에게 따르는 업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세간의 관심으로 많이 시달리면 시달릴수록 그만큼 이 세상에 좋은 향기가 많이 퍼지고 있다는 걸 아셔야죠. 더더욱 자신을 잘 단속하면서 수도 생활을 정진해야 합니다" - 법정 스님

 

 

길상사, 선방으로 재탄생한 요정

 

원래 길상사는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다. 시인 백석의 연인으로 알려진 김영한 여사가 평생을 모은 재산이엇다. 1987년, 김 여사가 법정 스님에게 이 요정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스님은 이를 한사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사는 스님의 <무소유>를 일고 크게 감동을 받고 자신의 재산을 수행 도량으로 바꿔주길 희망했다. 그러나, 스님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평생 주지를 해본 일도 없고, 앞으로도 주지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스님은 법회를 하러 길상사를 찾았지만 한 번도 그곳에서 묵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길상사는 자신의 것이 아니며 종단의 공유물임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한 본래대로 가난 속에서 거지와 다름없이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최소한의 식량과 물건으로 살아가는 것 말이다. 가난한 수행자에게 늘 김영한 여사와 같은 분이 나눔으로 화답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부처님의 지혜를 얻고 또한 중생을 구제하고자 전 인생을 바친 가난한 수행자들에게, 이제 우리들이 화답할 차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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