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치유력 셰익스피어 인문학 - 셰익스피어, 삶의 무대에서 치유의 깃발을 올리다
최용훈 지음 / 페르소나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그 가치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가 창조한 인문들이 삶의 단면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여주듯이 우리의 인생도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걸어온 발저국을 하나씩 반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우리는 그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세계 속에서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보태게 된다. - '머리말' 중에서

 

 

20편의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찾는 인간에 대한 고찰

 

문학, 연극평론가로서 활발한 연구와 강연활동을 펼치는 저자가 서양의 대표적 고전인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현대적 관점으로 분석하는데, 평이한 문체와 설명으로 독자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뜻대로 하세요,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 등 20편의 작품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간결하게 다루면서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주제들을 제시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6편과 희극 14편 등 총 20편의 작품을 해석함에 있어서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인문학의 논점을 벗어나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들, 즉 우리의 생각과 행동들 하나하나를 얼마나 통찰력 있게 그려내고 있는가를 설명함으로써 작품 속에 나타난 셰익스피어의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현대적 상황과 대비시켜 인간의 본질과 삶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 최용훈은 가톨릭 관동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 연극평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영미어문학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KBS 국제방송 영문시사논평(1~7권)을 오랜 기간 집필하였고, 'EFL 수업에서의 연극활용 영어교수법', 해롤드 블룸의 '교양인의 책읽기', '이집트 신화', '페미니즘 희곡선', 인문학서 '생각의밥'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총 37편의 희곡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재현했다. 무한한 감정의 변화들, 인간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떨림들, 또 그 감정으로 겪게 되는 고통과 환희들. 이처럼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은 인간들 세상에 대한 만화경이다. 그 속에서 그는 인간의 욕망과 동경, 그리고 그리움을 방대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들은 셰이스피어를 읽는가? 이는 우리들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의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열쇠가 우리들의 손에 쥐어졌다. 해답이 담긴 상자를 열기만하면 된다.

 

 

 

영국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셰익스피어 다시 읽기>라는 책에서 16세기 사람들의 척박한 삶의 모습이 오늘의 시대와 다를 바가 없음을 지적한다. 다만 차이는 "착취당하고, 박탈당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려되어야 할 역사적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이 착취와 박탈에서 벗어나 충분히 존중받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햄릿

 

이 작품에 대한 수많은 비평들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복수'에 대한 햄릿의 망설임이다. 그는 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진범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면서 이를 지체하고 있었을까에 관한 것이다. 영국 수필가 찰스 램(1775~1834년)은 <셰익스피어 이야기>에서 몇 가지 분명한 사항들을 언급하고 있다.

 

첫째, 왕은 늘 호위무사에 둘러싸여 있어서 시해가 쉽지 않다

둘째, 부정한 어머니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혈육이라는 죄책감

셋째, 본디 천성이 착해서 살인에 대해 거부감

넷째, 정말로 삼촌이 부왕을 살해한 범인인가에 대한 확신의 결여

 

이를 종합해 볼 때 그는 좀 더 분명한 증거를 찾고 싶었고 부왕 살해의 유일한 근거가 부왕의 유령뿐이어서 자신의 맘 속에 뭔지 모를 의혹이 있었기에 곧바로 결행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많은 비평가들은 왕이 홀로 기도하는 순간을 목격하고도 복수의 칼을 들지 못한 햄릿의 태도를 셰익스피어가 적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삶에 대한 두 가지 태도, 즉 "사느냐 죽느냐"를 읊조리며 햄릿은 복수에 대한 그의 망설임과 고뇌를 드러낸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저 운명에 순응하며 고난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운명에 맞서 도전할 것인가? 등등. 우리들의 인생 또한 이처럼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의 순간마다 우리는 햄릿의 독백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은 진정 변하지 않는 영원불변일까? 이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은 아마도 제각각일 것이다. 우선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를 생각해보자. 그 당시는 변화의 시대였다. 엘리베스 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시대를 열었고,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깨부수고 유럽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했다. 이에 해상무역을 통해 엄청난 국부를 축적함으로써 영국민들은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얻었으며 모험과 역동성이 가득 찬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도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모든 것이 변해도 한 가지 변해서는 안 되는 절대적 가치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었다. 끝까지 변하지 않는 사랑, 이는 그의 믿음이자 간절한 바람이었다. 물론 그는 이미 사랑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속성을 지녔음을 알고 있었다. 두 연인의 죽음으로 마무리를 한 셰익스피어의 사랑은 과연 아름답고 영원한 것인가?

 

차가운 키스와 함께 죽은 애인의 단검을 꺼내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여인의 심정은 어떤 것인가? 함께 죽으면 또 다른 세상에서 같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일까? 이처럼 절실한 죽음의 미학은 과연 현명한 행동일까? 애인이 죽고 없는 삶은 이미 죽음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말함으로써 변치 않는 사랑이야말로 숭고한 아름다움임을 강조하려는 것일까?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으로 들어가 보자. 남녀간의 사랑이 얼마나 오묘한지 알게 될 것이다. 아테네에 헤르미아라는 처녀가 살았는데 그녀는 라이샌더라는 청년과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생각이 다르다. 드미트리우스라는 청년에게 시집을 보내려 한다. 당시 국법에 의하면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 자식은 사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성립할까?

 

헤르미아는 애인을 따르기로 결정하고 사랑의 도피를 약속한다. 헤르미아에게는 헬레나라는 친구가 있었다. 헤르미아는 사랑의 도피를 헬레나에게 고백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헬레나는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구 헤르미아의 계획을 고자질한다. 이에 분노한 드미트리우스는 두 남녀를 추격한다. 물론 헬레나도 함께 간다. 이렇게 사랑의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한편, 숲에는 요정들의 왕 오베론이 살고 있었다. 그는 팬지꽃의 즙으로 사랑의 묘약을 만든다. 잠든 사이에 이 즙을 눈에 발라두면 아침에 눈을 떠 처음 본 대상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마침 오베론은 숲까지 따라와 사랑을 고백하는 헬레나를 숲에 내팽개치고 홀로 떠나는 드리트리우스를 목격했다. 이에 동정을 느낀 그는 시종에게 명령해 사랑의 묘약을 발라주도록 했다. 하지만 시종은 착각해서 라이샌더에게 묘약을 뿌렸고 아침에 눈을 떠 처음 본 이가 바로 막 도착한 헬레나였다. 이후 두 커플 사이에 한바탕의 소동이 벌어지고 나중엔 결국 오베론 왕에 의해 원위치된다. 남녀간의 사랑은 이런 묘약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얻어지고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책 속의 셰익스피어 작품

 

비극~ 햄릿(모성과 여성성), 맥베드(탐욕과 번민), 리어왕(자만 뒤의 몰락, 그리고 깨달음), 오델로(배신, 그리고 어리석은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사랑의 열정, 그리고 차가운 키스), 아테네의 타이몬(황금에 배신당한 저주받은 영혼)

 

희극~ 한여름 밤의 꿈(사랑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베니스의 상인(정의와 자비), 자에는 자로(법의 정신과 관용), 페리클레스(불안, 번민, 시련을 이기는 힘), 폭풍우(권력, 그리고 구롱과 저항), 겨울이야기(질투와 죄의 용서), 헛소동(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젊음), 뜻대로 하세요(버려서 얻어지는 삶), 베로나의 두 신사(사랑과 우정, 그리고 배신), 심벌린(남자의 의심은 바보의 훈장, 떼기도 쉬운 법), 끝이 좋으면 다 좋아(과거는 과거로, 내일은 희망으로), 말괄량이 길들이기(여자는 남자하기 나름), 실수연발(실수 속에 생겨나는 오해, 그리고 진실), 십이야(내가 사랑한 여인, 날 사랑하는 여인) 

 

 

짝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십이야十二夜'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인간을 찾는다

 

'위대한 치유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본질과 삶의 방식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는 고대의 규칙, 중세적 질서, 이성과 휴머니즘 등 다양한 규범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대의 부조리도 담겨 있어 삶의 이면을 가늠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를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우리의 내면을 탐색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과 현대성에서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인간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해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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