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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체인지 -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수전 그린필드 지음, 이한음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12월
평점 :
약 35년 전 내가 파리에서 일할
때, 한 동료가 수상쩍은 취향의 스웨터를 입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성이 전면에 나온 신문을 보여주었다. "녹색 운동을 하는 사람이래" 그는
괴짜처럼 보이는 그 사람을 조롱하면서 비웃었다. 당시 내게도 '녹색' 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별스러워 보였고, '기후 변화'라는 말도 그랬다.
지금 그 개념은 많은 공공 정책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개인의 생활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비록 시기는 수십 년 차이가 나지만, 기후
변화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기 위해 책 제목을 <마인드 체인지>(마음 변화)라고 지었다. 둘 다 세계적이고 논란을
일으키고 유례가 없으며 다면적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을 요구하는 반면, 마음 변화는 21세기에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시킬 가장 흥미진진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물론 어떤 유형의 세계에서 살고 싶은지,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실제로 어떤 유형의 인간이 되고 싶은지를 논의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때, 그렇게 될 것이다. - '서문'
중에서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침에 눈을 떠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아마도 바로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일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기사를 훑어보며 출근한다. 출근 후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업무 내용을 화면에 띄우겠지만, 그런 한편으로 트위터를 열고서 당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뭘 하고 있는지 계속 주시하고, 새로운
소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 페이스북 화면도 띄워놓고 있을 것이다. 또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계속 살펴보면서, 오늘 먹은 점심식사
사진을 재빨리 찍어 업로드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댓글을 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평일 하루 평균 3시간 사용한다. 휴일도 별 차이가 없다. 19~29살 중엔 하루 5시간 이상 사용하는 사람이 절반이나 된다.
스마트폰으로는 통화(72.7%)보다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과 이메일 송수신을 더 많이 하는 것(74.9%)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인터넷
검색(59.7%), 게임 등 여가활용(24.7%) 순이었다. 사람들은 평균 7개 전화번호를 기억했는데, 흥미롭게도 20대는 6개에 그친 반면
40~50대는 8개를 암기했다. -<중앙선데이> (2015년
11월8일)중에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이렇게 멀티태스킹을 하느라
지친 우리들은 집에 돌아와 최신 방송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보면서 휴식을 취할 것이다.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주문하고,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기도 한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다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잠이 든다.
익숙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직장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풍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온라인' 상태로 보내고 태블릿 기기가 유아기
아이들의 학습과 놀이에 흔히 쓰이는 시대.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컴퓨터 화면 앞의 생활'이 '현실 생활'을
위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초래한 생태계는 지금까지 인류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환경이다. 적자생존의 명령에 따라 지금까지
진화해온 인간에게 이러한 디지털 환경은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가?
책의 저자 수전 그린필드는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일인자이자 최고 권위자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고, 1977년 약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 대학교 생리학,
해부학, 유전학과, 파리의 콜레주 드 프랑스, 뉴욕의 NYU 랭곤 의학 센터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 왕립
연구소 소장과 옥스퍼드 교수직을 겸임했다. 현재 옥스퍼드 링컨 칼리지 선임 연구원이자, 신경퇴행 질환과 관련된 뇌 메커니즘을 연구한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생명공학 기업 '뉴로-바이오'의 CEO/CSO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과 해외의 여러
대학교에서 31개의 명예 학위를 받았으며 옥스퍼드 링컨 칼리지 선임 연구원, 옥스퍼드 세인트힐다 칼리지 명예교수를 지냈다. 2000년에는
왕립의사협회 명예 교수로 선출되었다. 국제적으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서 워싱턴 공로 아카데미의 골든 플레이트 메달(2003),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2003), 호주 의학 연구 협회 메달(2010)을 받았다. 2001년 밀레니엄 영국 훈장과
비정치인에게 주는 작위도 받았다.
2004년과 2005년에 애들레이드 체류 사상가(Thinker in Residence)로
뽑혀서 남호주 총리에게 과학을 부의 창출에 응용하는 방안에 관해 의견을 제시했다. 또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헤리엇와트 대학교 명예
총장으로 재직했고, 2007년에 에든버러 왕립협회 회원이 되었다. 최근에는 호주 멜버른 대학교 의대 초빙 교수로
재직했다.
10년째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회원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으며 2002년 영국 무역산업부
장관의 요청으로 [자격 요건: 과학, 공학, 기술 분야의 여성에 관한 보고서](Set Fair: A Report on Women in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를 썼다. 수많은 논문과 글을 저술했고, 특히 영국 BBC 방송에서 방영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브레인 스토리Brain Story'는 책으로 출간되어 한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인간의 뇌는 어떤 환경에 놓이든 적응할 것이다. 21세기의 사이버 세계는 새로운 유형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에 따라 뇌도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네 장(마음변화,
유례없는 시대, 한 가지 쟁점, 다면적인 현상)은 인류 생활 방식을 뒤바꾼 디지털 기술 대중화와 변화된 세계를 조망한다. 그러고 나서는 왜
'마음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지, '사이버 기반 활동'이 장기적으로 뇌 행동에 미칠
변화가 무엇인지 묻는다. 다음 세 장(뇌가 작동하는 방식, 뇌는 어떻게 변할까, 뇌는 어떻게 마음이 되는가)은 인간 뇌의 작동 메커니즘과 그
구조를 탐색한 뒤 '사이버 기반 활동'이 인간 뇌와 사고에 어떤 변형을 줄지를 짚어 본다.
이어지는 장들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게임, 검색엔진으로 구분되는 화면 위주 생활 양식이 인간 뇌와 사고, 마음 상태에
미치는 변화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가
인간 정체성과 대인관계, 도덕적 가치 등에 미치는 영향부터 '온라인 게임'이 유발하는 다양한 문제, 무한정 정보를
손쉽게 얻는 생활 방식이 미칠 부정적 영향까지 두루 살핀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같은 신기술로 인한 변화가 무조건 이롭다거나
위험하다는 식의 양비론은 지양하면서 '화면 세계'가 인류 미래에 미칠 영향이 과연 어떠한 것일지 독자 스스로도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뇌는 어떻게
변할까?
좀 기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물질적인 뇌에 실제 변화가
일어나는 일도 가능하다. 생각이 어떻게 물질적인 뇌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가장 많이 인용된 것은 1995년에
알바로 파스콸리온 연구진이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성인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연구진은 자원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대조군은 5일 동안 실험 환경에 노출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연습이라는 학습 요소는 접하지 못했다. 두 번째 집단은 손가락 다섯 개로 피아노를 치는 법을 배웠고, 5일이 지나서 뇌 영상을 찍은
결과 경이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세 번째 집단에는 더욱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집단에게 단지 피아노를 치는 상상만 하라고 했다.
그런데 뇌 영상을 찍어보니 실제로 연습을 한 집단과 거의 동일한 변화가
나타났다.
마음을 잃어버리다
마음이 개인의 경험이 만들어내는 뉴런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는
뇌의 개인화라면, 섬세하게 개인화한 연결들에 온전히 접근할 수 없게 될 때 진정으로 마음의 상실이 일어날 것이다.
약물과 알코올은 뉴런 연결 사이의 화학적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시끄러운 음악으로 가득한 유흥가나 속도감 넘치는 스포츠의 속사포 같은 자극들은
주로 '감각적인' 것이므로 복잡한 인지적 토대가 필요하지 않다.
때로 원초적인 감각이 더 우세할수록, 쾌락도 더 커지는 듯하다.
'황홀감ecstasy'이라는 단어는 원래 그리스어에서 자신의 '바깥에 서다'라는 뜻이다. 우리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닌 다양한 것들을 통해 이 감정적이고 무분별한 상태를 추구한다는 사실에 종종 흥미를 느낀다. 그 공통점이란 바로 '자의식의
부재'다. 유입되는 감각의 수동적인 수용자가 되기 위해 자아 감각을 버리는 것, 즉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의식을 지닌 채
마음을 잃을, 혹은 정신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마음'과 '의식'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셜 네트워크와
정체성
현실 세계에서와 달리, 페이스북 정체성은 명시적이기보다는 암묵적이다. 즉 이용자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문제와 실망에
대처하는 전략과 태도, 정상적인 생활에 수반되는 온갖 사항들을 시시콜콜 말하는 대신에 좋은 것과 싫은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말하기보다는
보여준다.
아무 설명 없이 초콜릿 케이크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친구들'에게 그것이 어떤 의미일지 추론하라고 맡기는 것이다. 현실
생활의 관계에서 그 케이크는 훨씬 더 깊고 사적인 이야기와 연결되는 물질적 고리일 수 있다. 그것은 누군가와 함께 간 여행이나 새로운 요리법을
터득하여 우쭐해진 기분 같은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통의 관념 연합 -특정한 공통의 경험이나 관심사- 이 없다면,
케이크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거의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페이스북에서 알게 될 때, 처음에 당신은 그들을
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좋아하는 밴드와 영와 같은 인위적인 것들만 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당신은 그들이 '진정한'
정체성을 남들과 더 나아가 자기 자신에게 드러내야 하는 상황과 위기에서는 어떻게 반응할지 알지 못할 것이다. - 어느 여학생이 자신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묘사한 글
게임, 공격성,
무모함
매체 폭력을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것과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직접 하는 것 사이에 가장
명백히 드러나는 중요한 차이점은 상호작용성이다. 많은 비디오 게임에서 게이머는 게임 속으로 ‘들어가며’, 그 경험을 강화하는 제어 장치를 손에
쥐고 움직이므로 공격적인 감정이 더욱 솟구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은 게이머가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를 혼동할 때에만 현실 세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누군가가 슈퍼마리오 게임만 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거북 등딱지가 적을 쓰러뜨리고 깃털이 날게 해준다고 믿기 시작할
것이라고 걱정할까?
비디오 게임 속 폭력은 현실 세계에서 접한 공격성과 폭력을 통해 이미 확립된 마음의 스키마를 자극한다. 우리의 마음속에
거북 등딱지, 깃털, 비행 능력에 관한 스키마는 별로 자리 잡고 있지 않은 반면, 낯선 자를 잠재적인 공격자로 인식하고 적의와 불신을 갖는
태도에 관한 스키마는 확고히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이 주제를 살펴보는 연구자들은 슈퍼마리오 게임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 형식의 게임에서 폭력성이 진정으로
어느 수준인지 의문을 품어 왔다. 연구들은 대부분 참수처럼 잔인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생생하게 묘사하는 최근 게임들의 고도로 세밀하고 현실적인 인간 대
인간의 폭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진정으로 중요한 점은 이런 유형의 현실적인 폭력이 그 뒤의 공격성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우리 뇌를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CIBER의 소장인 데이비드 니컬러스는 구글
세대(1993년 이후 출생자), Y세대(1973년 이후, 1994년 이전 출생자), X세대(1973년 이전 출생자)로 나누어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능력을 비교했다. 더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들보다 단순한 질문과 복잡한 질문 양쪽에서 더 짧은 시간에 답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들은 찾아낸 답이 옳은지 확신이 덜 선다고 답했다. 그 점은 그들이 연령이 더 높은 집단보다 찾아본 페이지 수가 더 적고,
방문한 도메인 수와 검색도 더 적게 했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이 단순한 질문에서든 복잡한 질문에서든 찾아낸 답들이
'잘라 붙이기'를 한 것에 훨씬 가깝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또 더 젊은 세대는 작업 기억이 안 좋고, 다중 작업을 훨씬 많이 함에도 그 능력은 더
떨어진다는 것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렇게 결론 내렸다. "무턱대고 마우스를 눌러 구글에서 먼저 답을 찾으려는 성향과 함께 미묘한 차이나
불확실한 사항을 붙들고 고심하려는 의지가 점점 약해지거나 정보를 평가할 능력이 부족해짐으로써 젊은 세대는 전체를 보기 위해 깊게 살펴보는 일을
내치고 그저 ‘정보’ 시대라는 허울에만 집착하고 있다"
방콕으로 숨는
시대
우리 어릴 적엔 "방에 들어가 있어!"라는 말은 처벌의
의미였다. 지금은 아이들이 나오라고 해도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는다. 왜냐하면 인터넷과 게임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 안의
세계에 익숙한 세대와 화면 밖의 세계에만 익숙한 세대 사이에는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신문 기사조차 꼼꼼히 읽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을 실감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면 사생활 따위는 얼마든지 내버릴 수 있다고 여기는 세대와 사생활을 지켜내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기는
세대가 함께 살면서 일으키는 가치 혼란과 충돌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현실 세계와 화면 세계 양쪽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함께 고민하고 미리 대책을 세우는 일들이 시급하다. 뇌가 디지털 환경에 쉽게 적응한다면 이는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이는 우리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