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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
이석연 편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평점 :
책을 많이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기른 사람들은 사고가 자유롭고 하는 일에 자신감을 갖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험심과 용기가 충일합니다. 저는 공직자, 시민운동가, 법조인의 길을 걸으면서 '항상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라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으로 임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늘 책 속의 지혜와 함께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소신의 일관성을
지켜왔다고 자부합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은 8할이 독서였습니다. 이 책 역시 독서를 통한 내 삶의 풍경을 담은 사유의 한 단면입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독만권서讀萬券書 행만리로行萬里路
이 책은 저자
이석연이 독서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직접 겪고 부딪히며 그리고 고민하면서 순간적으로 뇌리에 각인되거나
여운을 남기면서 스쳐 지나간 것을 그때그때 채취한 싱싱한 활어活魚로 가득한 '독서노트'에서 건져 올린 것이다.
지금도 그의 독서노트는 계속 진행형이라고 한다.
1954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졸업 6개월 후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였지만 대학 진학을 미루고 김제에 있는 금산사에 들어가 1년 10개월 동안 동서양의 고전, 역사, 문학서 등 400여 권을
읽으면서 인생과 사회에 대한 안목과 자세를 깨우치게 된다. 전북대
법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행정고시(제23회)와 사법시험(제27회)에 합격한 후 법제처와 헌법재판소 등에서 14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1994년 공직에서 물러나 변호사로서 주로 헌법소송
등
공익소송을 맡았고, 그 무렵부터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1세대 시민운동가인 그는 경실련 사무총장(제4대), '헌법포럼'
상임대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그 후 다시 공직에 나가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법제처장(제28대)을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사단법인 '한국사마천 학회' 이사장, '21세기비즈니스포럼' 공동대표, '책권하는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그의 별명은
'헌법 등대지기'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신문 기사에서
얻은 것도 있고, 여행지에선 만난 좋은 표어나 문구, 유적에 새겨진 명언과 심지어 비문碑文까지 옮겨 적은 것들이다. 또 영화 대사 중에서도
기억할 만한 것을 메모하기도 했다. 독서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강하게 인상받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과 이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적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의문점이 생기면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던 그의 사색 활동을 기록한
독서편력이다.
저자는 소문난 독서광이다. 이미 독서법에 관해 <책, 인생을
사로잡다>란 자신의 책을 통해
노마드 독서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영원히 살아남는다'는 유목민의 정신을 대변하는 게
바로 그의 독서법이다. 건너 뛰어 읽고, 장소를 달리하여 다른 책을 읽고, 다시 읽고, 좋은 문장 필사하고 외우기 등이 노마드
독서법이다.
저자는 "독서는 모험과 낭만이라는 꿈을 향해 성실성과 결단력으로 인간 정신의 전역을
활보하고 측량하는 영혼의 고고학이자, 나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 떠나는 내면의 여행"이라고 말하며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과 백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의 인생이 같을 수가 없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독서와 여행을 통해 인간의 삶을 통찰하고 역사의 교훈을 되짚어 보려는 이
소박한 꿈을 죽는 날가지 계속 하겠다고 다짐한다. 나아가 그는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 가지 유물 중에 자신의 독서노트를 포함한다. 나머지
두 가지는 자신의 저서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써온 일기이다.
이 책은 3부, 9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하늘의 그물은 놓치는 것이 없다)에서는
법과 정의의 실현, 역사의 흐름,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라는 관점과 연관된 명문장이, 2부(유언流言이 지자智者에게서 멈춘다)에서는 리더의 중요성,
삶의 태도 등의 주제와 연관된 글귀가, 마지막 3부(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이 있었던가)에서는 위기를 대하는 자세, 상상력과 창의성 등을
소개한다.
"열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도 반드시 나만큼
성실하고 믿음을 주는 사람은 있겠지만 나처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배움과 학문에 대한 공자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드러난다. 이를 빗대어 저자 이석연 변호사도 "나처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라고 감히 말한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어기기 때문이다.
法之不行 自上犯也
- 사마천, <사기>
상군열전
약자에게만 준법을 요구하면 법치가 아니다. 강자의 횡포에
불과하다.
하늘의
그물
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성기지만 놓치는 것은 한나도
없다.
天網恢恢
疏而不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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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
죗값은 반드시 치르게 된다. 지난 2007년 대선
막바지에 BBK 사건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검찰이 공소장에 적어 넣은 말이기도
하다.
르네상스 시대를 연 책 사냥꾼의 명언
책이 우리의 마음을 이 모든 고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많은 사람이 열망하는 것을 경멸하는 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 포조 브라치올리니 / 르네상스 시대의 책
사냥꾼
포조 브라치올리니(Poggio Bracciolini)는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발굴하고
필사하여 메디치 가문에 바침으로써 르네상스의 밑받침이
되었다.
대중의 속성
대중은 확고부동하지 않는 것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대중은 여성과 같아서 이성보다는 감정에
좌우된다. 머리를 숙이는 사람보다 강한 지배자를 좋아한다. 작은 거짓말은 금방 폭로되지만 큰 거짓말은 몇 번이고 거듭하는 동안 진실이라고
여겨지게 된다.
- 히틀러, <나의 투쟁>
히틀러는 선전은 항상 감정에 호소했고 반대파를
공격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선동적인 악선전을 하는 것도 예사였다.
비상식적인
사람
상식적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세상에 적응시키지만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은 세상을 자신에게
적응시키려고 한다. 때문에 모든 진보는 상식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 조지 버나드 쇼, <인간과
초인>
예측 불가능은 리더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산 또는
무기다.
푸성귀를 달게 씹을 수만
있다면
푸성귀를 달게 씹을 수만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
- 왕신민汪信民, 중국 북송 시대 문인
<채근담>의 제목은 이 말에서 유래되었다.
부자
부자가 되는 것은 존경받을 만한 일이다.
- 덩샤오핑
<사기>의 화식열전에도 이러한 생각이 비친다.
인생길
험하구나(行路難)
바람 타고 파도 넘을 때가 반드시 있으려니
높은 돛 곧게 달고 너른 바다를 건너리라.
長風波浪 會有時
直卦雲帆 濟滄海
- 이백, <행로란(行路難>
중에서
초고는 가슴의
느낌대로
초고는 가슴의 느낌대로 써라. 그런 다음 생각하면서 머리를 다시
써라.
-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중에서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하버드대도 아니고 미국이라는 나라도 아니고 내 어머니도 아니다.
내가 살던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다. 100년이 지나도 200년이 지나도 결코 컴퓨터가 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
- 빌 게이츠
좋은 글을
필사하라
아무리 독서를 많이 하더라도 그냥 눈으로 읽고
지나친다면 그리 큰 독서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나를 감동시키고 두고 두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좋은 글귀는 반복해서 읽고 읽으면서 외워야
한다. 그래야 행동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필사筆寫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가끔씩 좋은 글귀를
필사한다. 아래는 오래 전에 <보왕삼매론> 중 내 마음에 깊게 와 닿는 내용을 필사했던
일부분이다.
"독서는 씨뿌리기이며, 변화이며,
행동이다"
- 이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