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건을 샀다. 좀 비싸게 샀다. 지금 당장 사용하려고 산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 믈건의 값이 더 오른다는 소문을 듣고 샀기 때문에 손해 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값은 오르지 않고 이자만 계속 나간다. 괜히 산 것 같았다. 2015년 현재, '어떤 물건'이란, 바로 '집'이다. - '서문' 중에서
2015년까지의 '결핍'은 2016년에의 '니즈'가 된다
대중 소비자들의 큰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현재 댲중 소비자들의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마크로밀엠브레인은 2013년과 2015년에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한 감정을 측정했다. 대중 소비자들은 답답한 현실에 대해 근심과 걱정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더 '외롭고', '허무'한 느낌을 가졌고, 이 현실에 '화'가 나있는 듯 보인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바로 이런 감정적 경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간~ 당신이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
집~ '저렴하게' 모든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공간
콘텐츠~ 광고에 스토리를 밀어 넣는 이유
정서적 허기~ 집 밖에서 집밥을 찾다
욕구~ 집에서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완벽한 방법
불안~ 우울한 재테크, 희망은 없다
불신~ 살벌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가치를 소비하다
최근 자신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제품은 다소 비싸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경향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소비의 주요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가치 소비'다. 한정된 돈을 최대한 자신을 위해 투자하려는 심리를 읽을 수 있다. 또한 바쁜 일상에서 지쳐 있는 자신에 대한 보상 행위이기도 하며 자신의 욕망과 기호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가치'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므로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개인의 욕망이 표출되려는 지점에 도달했다고도 본다. 이러한 가치 소비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노력과도 연관 지어 살펴볼 수 있다. 좀처럼 여유 없는 생활 속에서도 어떻게든 여가 활동과 취미 생활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욕구가 커진 것이다.
최근 아날로그적인 취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도 결국 '과거의 정서'가 대변하는 가치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숨 가브게 흘러가는 디지털 시대를 역행하는 아날로그 취미 활동이 사람에 대한 그리움, 따뜻함, 천천히 즐기는 여유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만 흘러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속도를 되찾고자 하는 개인들의 욕구가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준다.
내 쉴 곳은 집, 내 집 뿐이리
지치고 힘이 들 때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가족이 있는 '집'을 떠올린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들과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기에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새삼스러울 만큼 집의 의미를 떠올리거나 되새기는 모습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청년 세대는 높은 취업 문턱 앞에서 절망하거나 포기하고 있으며, 중년층은 가계 부채에 허덕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노년 세대는 준비되지 않은 은퇴 이후의 삶 앞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렇게 삶이 불안하고 위태로울수록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집'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근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냥 편안히 쉬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생각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집에서 조립이나 악기 연주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커피, 술, 요리 등을 좀더 갖춰서 먹으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집이 그저 부의 척도이자 기능적인 공간으로만 여겨졌다면 이제는 좀 더 정서적인 공간이자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 심심할 때, 찾아보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언제나 어제 본 드라마나 화제의 ㅍ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는 법이 없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관심을 갖고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을 정도로 TV 방송의 영향력은 크다. 그래서 흔히 TV를 '대중 매체'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시간적 여유가 사라지고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이 점차 개인화가 되면서 TV시청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TV 시청은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싶을 때 보는 '개인 중심'적인 시청 방식이 일반적인 흐름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VOD 등 '다시 보기' 서비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시청률은 단순한 참고 지표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이런 흐름에 따라 방송 콘텐츠도 시청자의 욕구와 수요에 맞춰 훨씬 다양해지고 개인 맞춤형으로 변해가는 추세다. 변화무쌍한 TV 시청 환경의 변화와 함께 전통적인 의미의 '집 TV'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먹방, 쿡방 전성시대
흔히 인생을 '먹고 사는 문제'라고 표현할 정도로 음식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그 어느 것보다도 우선한다. 그런 점에서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TV를 점령하고 있다. 누군가가 먹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하는 기분을 느끼거나, 근사한 음식들을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응답자의 65.3%가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 높은 호응을 보이고 있었다. 최근 각종 방송 채널을 점령하다시피 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요리 프로그램들이 많은 사람에게 기분 좋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요즘 요리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다는 데 78.7%가 동의할 정도로 요리 프로그램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도 상당히 많았다. 그렇지만 요리 프로그램의 인기가 곧 사그라진다고 본 시청자는 적어, 당분간 요리 프로그램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혼자이기를 선택한 사람들
혼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외로움, 쓸쓸함, 애처로움 등의 감정이 혼재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을 우리는 '1인 가구'라고 부른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크지고 있다. 가족과 식구의 의미가 퇴색된 요즘 '1인 가구'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혼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까지 갖춘 1인 가구의 증가는 하나의 트렌드에 가깝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의지와 함께 라이프 스타일도 고급스러움을 지향한다. 반면 여전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1인 가구도 많다.
취업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을 '포기'한 청년층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이혼율, 고령화의 영향으로 혼자 살아야 하는 장년층과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의 삶의 질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1인 가구의 숫자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사회적 변화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발 빠른 유통업계에서는 1인 가구 시장을 놓치지 않고 이미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중이다. 사회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1인 가구는 2015년 이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가계 경제는 빗장 수비를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가계 경제를 반영하듯 사람들 대부분은 내년에도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6년 재테크 계획을 묻는 질문에 10명 중 7명 정도가 기존 자산을 유지하거나 빚을 줄이려는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반면 내년에는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릴 계획이라는 응답은 17.1%, 아예 재테크 전략이 없다는 응답도 9.2%나 나왔다.
왜 이민을 고려할까?
10명 중 8명 가까이가 막연하게나마 한 번쯤 이민을 생각해봤거나 구체적으로 이민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이라는 사안의 무게를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준으로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한 사람들은 주로 여성보다는 남성, 그리고 만 3세 미만의 자녀를 둔 기혼자였다. 또한 응답자 81.9%가 주변 사람들이 과거보다 이민에 대해 관대해진 것 같다고 느낀다고 할 만큼 이민을 바라보는 태도도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이민을 고려하게 된 원인으로는 '한국 사회의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 구조',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욕구' 등을 꼽고 있다. 또 '점점 심해지는 소득불균형 구조', '한국 사회의 각박하고 여유 없는 삶', '국내의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높았다.
전망을 예측한 보고서가 아니다
이 책은 사실 그해의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남겼는가를 정리한 기록이다. 2015년에 소비자들이 남긴 생각과 감정의 기억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성취의 한 해로, 또 어떤 사람에게는 감동의 한 해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통계치로 살펴본 2015년 소비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정서를 많이 남기고 있다. 다가오는 2016년, 밝은 새해로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