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 완결판
리처드 바크 지음, 공경희 옮김, 러셀 먼슨 사진 / 현문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갈매기는 먹이를 구하려고 하늘을 난다. 그런데 조나단 리빙스턴이라는 이름을 가진 갈매기는 여타 갈매기들과는 달리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상을 노력한다. 조나단의 꿈은 바로 진정한 자유와 자아실현이다. 갈매기들로부터 멸시와 따돌림을 받고 무리에서 추방까지 당하면서도 그는 자기수련을 통해 완전한 비행술을 터득한다.

 

 

새롭게 만나는 완결판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던 우화소설 <갈매기의 꿈>을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게 됐다. 마치 '감독판 영화'처럼 오래 전에 집필해 두었지만 미공개했던 내용을 4장에 싣고 있어서 소위 '작가판 소설'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인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을 통해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전에 내가 4장의 집필을 중단하면서 갈매기 조나단의 이야기는 끝났다. 그 원고를 잊어버린 채 시간이 흘러 반세기가 지났다. 얼마 전 사브리나가 원고를 찾아냈다. 바래고 너덜너덜해진 원고는 쓸모없는 서류들 밑에 박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쓴 글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그때의 젊은이가 쓴 글이었다. - 2013년 봄, 리처드 바크

 

저자 리처드 바크는 전직 비행사 출신으로 갈매기의 비행 장면을 묘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는 작품의 원고를 갖고 방문한 여러 출판사에서 퇴짜를 당했다. 어렵사리 출간하자마자 미국에서 최다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전설적인 소설이다. 이는 비상飛上을 꿈꾸는 조나단 갈매기를 통해 우리도 누구나 자신의 꿈에 도전하며 자아실현을 완성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 리처드 바크

 

그는 1936년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나 공군에 입대해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다. 이후 상업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며 3천 시간 이상의 비행 기록을 보유했다. 그의 작품 <갈매기의 꿈>은 무려 18 곳의 출판사로부터 출간 거절을 당한 끝에 1970년 뉴욕 맥밀란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초판이 출간됐다. 이후 5년 만에 미국에서만 700만부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해안으로부터 2km도 못 미치는 곳에서 낚싯배가 바다에 밑밥을 뿌리자, 아침 먹이를 찾던 천 마리 쯤 되는 갈매기 떼가 서로 먹이를 먹겠다고 다투고 있다. 이렇게 그들의 분주한 하루가 시작된다. 시걸, 즉 갈매기들에겐 먹이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이곳저곳으로 비행해야만 한다. 그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비행을 한다. 이는 갈매기들만의 세계에 자리잡은 오랜 전통이자 관습이다.

 

그런데, 배와 해변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먹이엔 무관심한 채 홀로 연습 중이다. 그는 먹이보다는 비행 기술의 연습에 더욱 매진 중이다. 대부분의 갈매기는 비행에 대해 이처럼 맹렬히 배우지 않는다. 단지 해안에서 먹이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방법 정도만 배운다. 그래서 조나단의 어머니는 아들의 그런 비행 연습에 실망이다.  

 

"왜 그러니, 존? 왜 그래? 여느 새들처럼 사는 게 왜 그리 어려운 게냐, 존? 저공비행은 펠리컨이나 알바트로스에게 맡기면 안 되겠니? 왜 먹지 않는 게냐? 얘야, 비쩍 마른 것 좀 봐라!"(엄마)


"비쩍 말라도 상관없어요, 엄마. 저는 공중에서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할 수 없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그냥 알고 싶어요"(조나단)

 
비행 기술을 익힐수록 그는 생기가 넘쳤고 기쁨에 파르르 떨었으며, 두려움이 통제되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다가 요란을 떨지 않고, 앞날개를 접고 짧고 각진 날개 끝을 뻗어 바다 쪽으로 곧장 날아 내려갔다. 1,200미터 상공을 지날 즈음, 조나단은 한계속도에 도달했고, 바람이 소리치는 철벽같아서 더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시속 344킬로미터로 곧장 강하하고 있었다. 그 속도에서 날개가 펴지면 몸이 산산조각 난다는 것을 알기에 조나단은 침을 삼켰다. 하지만 속도는 힘이었고, 속도는 환희였으며, 속도는 순수한 아름다움이었다.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중앙에 서라!"

 

마침내 부족 회의가 소집되었다. 조나단은 갈매기 가족의 위엄과 전통을 깨고 무책임한 행동을 한 치욕의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즉 갈매기가 이 세상에 나온 것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인데 조나단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조나단은 지금껏 갈매기들은 물고기 머리나 쫓아다녔지만 이젠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항변했다. 결국 형제 관계는 깨지고 말았다. 모두 조나단에게 등을 돌렸다.

 

그 후 조나단은 홀로 지냈다. '머나먼 절벽' 너머까지 날라갔다. 지금 그가 슬픈 것은 고독 때문이 아니라 다른 갈매기들이 더 멋진 비행을 믿으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하루하루 더 배워나갔다. 유선형의 고속 낙하를 하면 수심 3미터 깊이에 몰려 있는 맛 좋은 물고기를 찾을 수 있음을 알았다. 이제 낚싯배와 상한 빵 부스러기에 의지해 연명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날 저녁, 하늘을 평온하게 날고 있는 조나단의 날개 옆에 두 마리의 갈매기가 나타났다. 그들은 멋진 비행술을 선보였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수직으로 급강하를 하다가, 또 수평비행을 하면서 조나단의 비행에 보조를 맞추며 날았다. 이들은 조나단에게 더 높이 날 수 있다고 말하며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세 마리의 갈매기들은 어두운 밤 속으로 사라졌다.

 


     

조나단은 떠나온 고향과 다름없이 이곳에서도 비행에 대해 배울 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차이가 있었다. 이곳의 갈매기들은 조나단처럼 생각했다. 즉 각자의 삶에

 

비행의 의미를 배에서 나오는 부스러기나 먹으러 가는 수단 이상으로 보고, 자신의 한계를 깨려고 애쓰는 갈매기가 있을까? 어쩌면 부족 앞에서 진실을 말한 탓에 추방된 갈매기가 있을지도 몰랐다. 조나단은 친절에 대해 배운 것을 수련하고 사랑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지상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외로운 과거를 보냈지만 갈매기 조나단은 타고난 선생이었고, 제힘으로 진실을 터득할 기회를 구하는 갈매기에게 그가 아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조나단이 사랑을 펼치는 방식이었다.

 

 


영화 <갈매기의 꿈>의 한 장면

 

 

 

책을 좀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문장이다. 그렇다. 이 소설에 나오는 글이다. 당시 우리들의 가슴을 고동치게 만들었던 싱어 송 라이터 닐 다이아몬드의 노래 <Be>는 영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1973년)의 배경 음악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이기에 이 소설과 노래를 좋아하기 않았을까 싶다.

 

1973년 이 소설이 처음 국내에 번역 출간됐을 때, 나는 대학생이었다. 당시 국내의 정치 상황은 '유신 철폐'를 외치며 툭하면 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가는 그런 시절이었다. 미국의 경우도 베트남전의 참여에 대한 회의로 젊은 히피들이 양산되던 때였다. 이런 시대적 상황이 더 높은 이상을 품고 자유를 갈망하던 갈매기 조나단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닐 다이아몬드의 노래가 히피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음이 이를 대변한다.

 

조나단 갈매기는 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려고 했기에 하느님을 따르는 성직자들의 눈에는 오만불손한 행동으로 비춰졌다. 그래서 성직자들은 소설 <갈매기의 꿈>에 대해 '오만의 죄로 가득한 작품'이라고 맹렬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갈매기 주제에 감히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실은 신에 도전하는 인간에게 경계령을 내린 셈이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이 비행하는 목적은 생존을 위한 먹이를 찾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 인생의 전부다. 하지만 조나단은 진정한 자유 그 이상의 것을 얻고자 했다. 결국 조나단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부족의 기득권층은 조나단을 갈매기 사회에서 추방시키고 만다. 갈매기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고독한 절벽에서 끊임없이 비행술을 연마하던 조나단은 스승을 만나게 된다. 그는 완벽한 비행술 뿐만 아니라 "조나단, 계속 사랑을 연마하게"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마침내 조나단은 시간과 공간의 구속을 뛰어넘고 자신을 가두고 있던 관념의 벽을 깨뜨린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다른 갈매기들을 위해 자신을 추방했던 부족에게 스스로 돌아간다. 
돌아온 조나단에 대해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마치 돌아온 탕아처럼 조롱 내지는 배척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조나단의 진정성과 능력을 따르는 비록 적은 수이지만 제자들이 생겨난다. 이에 그는 그들에게 참된 의미의 비행술을 가르치게 된다. 부족에서 커크 메이너드가 날개를 질질 끌고 모래밭을 비척비척 걸어와 조나단에게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나는 것'이라며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날개를 움직일 수 없다는 메이너드에게 조나단은 이렇게 말한다. 무척 감동적이다.

 

"메이너드, 지금 여기에서 너 스스로, 네 본모습이 될 수 있는 자유를 가졌고 그 무엇도 네 길을 막을 수는 없다. 그것이 '위대한 갈매기'의 법, 진짜 법이다"


 

새로 추가된 책의 결말은 조나단이 떠난 후 갈매기 부족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세월이 흘러, 갈매기 부족은 조나단을 신격화하고 더 이상 비행 연습을 하지 않는 풍경이 그려진다. 즉 조나단의 동상이 해안을 따라서 세워졌고, 모든 돌무덤과 모조 돌무덤에서 이것은 중요한 예배의 중심이 되었다. 일상의 수행에서 조나단의 가르침은 거의 다 빠졌다.

 

조나단의 이야기는 그저 신화나 미신으로만 여겨지게 된다. 갈매기가 그렇게 높이 날 수 있느냐, 그저 동화에 불과하다란 생각들이 팽배해지게 되었다. 끝으로 조나단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 어린 갈매기 앤서니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어느 날 앤서니는 한 갈매기의 환상적인 비행술을 목격한다.

 

 

 


 

"내 시대는 끝났어. 당신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고"

 

작가는 처음 책을 발표하고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변하지 않은 세상을 향해 눈을 뜨라고 말하려고 4장을 덧붙였을까. 그런 세상을 아파하며 리처드 바크는 새롭게 비행을 꿈꾸는 갈매기 앤서니를 통해 작은 희망을 실어 보내주는 듯하다. - 번역자 공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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