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력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힘든 터널을 빠져나오나 했더니 다시 복병이 나타난다. 유럽의 재정위기. 이 녀석이 좀 뛰어보려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놔주질 않는다. 힘이 든다. 암담한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정말 앞이 캄캄하다. 다시 터널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추천한다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뭔가 해법이 있을까 하고서.

 

 

 

 

 

타력他力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나 이외의 타자他者가 나라는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커다란 힘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커다란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흐르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자기 혼자 힘으로 했다는 생각은 얕은 생각으로, 그 밖의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내 운명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타력他力''자력自力'은 각각 '타력정토문他力淨土門''자력성도문自力聖道門'이라는 대립개념으로 일본의 불교를 이분二分해왔다. 이후 '자력'은 각고면려刻苦勉勵를 슬로건으로 하는 유교적 윤리로 편입되어 왔기에, '타력'은 남에게 의지하는 소극적인 삶의 방식으로 오해되어 왔다.

 

저자 이츠키는 '타력'을 이야기하면서 지금과 같은 난세에 살아남으려면 '타력'을 한 줄기 빛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약한 인간에게 '타력'의 은총이 찾아온다는 것이 결코 어리광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고민하고, 탄식하고, 분노하고, 웃고, 울어온 사람들의 내면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책에는 100가지의 힌트가 수록되어 있다. 결국에는 '타력'이라는 한 가지로 수렴된다.

 

 

'타력'이라는 불가사의한 감각

 

사람은 누구나 평생 몇 번쯤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방황해야 하는 중병에 걸리거나, 명예나 지위를 한꺼번에 잃어버리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또는 사업에 실패하여 파산을 각오해야 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가면서 완화되거나 소멸한다. 지나고 나면 기가 막히고 감탄하게 된다.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세월이 흘러 멀쩡하게 우리들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는 경우를 왕왕 만난다. 인간은 정말 끈질긴 존재다. 이 불가사의한 힘은 뭘까?

 

 

'안 되는 건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

 

안 되는 건 안 되고, 못하는 건 못한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군대식 어거지는 결코 통하지 않는 법이다. 개개인의 노력이나 선의도 보답 받지 못할 때는 보답 받지 못한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형편 좋을 때 지인에게 경제적 도움을 줬는데, 본인이 막상 어려워져 손을 내밀었지만 외면하는 경우 말이다.

 

세상 살다보면 정직한 사람이 손해보는 경우도 있다. 노력이 보답받는 일 또한 드물지만 있다. 노력이 결코 헛되다는 것이 결코 아니란 말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정직한 이는 대체로 손해를 본다. 또한, 노력이 보답 받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비상시'를 헤쳐나가는 강력한 사상

 

'비상시'"국가적 또는 국제적으로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이다. 일본은 대동아전쟁을 일으키며 전시 비상체제로 돌입한 적이 있다. 당시 먹는 걸로 투정부리는 아이들에게 일부 어른들은 전쟁터에 나가있는 병사들의 노고를 생각하라고 고압적인 설교를 했다.

 

작금의 경제적 위기는 나라의 '비상시'이지, 개인과는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구촌 경제가 국가와 사회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자살, 이혼, 범죄, 파산, 실업 등의 사건들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는 지금이 바로 '비상시'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비상시'에는 '비상시'의 사상과 삶의 방식이 있다.

 

 

'본원타력'이야말로 생명력의 진정한 핵심

 

'타력'이라고 하면 '타력본원他力本願'을 떠올린다. 타력본원은 일반적으로 '네가 하는 대로 내맡김', '남이 하는 대로 내맡김'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즉 '자력'의 반대말로 통용된다. '타력본원'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내맡기거나 무책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유달리 선명하고 강력한 세계관에 기초하는 대사상이며, 위기에 직면한 인간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힘이라고 해도 좋다. 굳이 종교를 논하지 않더라도 모든 현대인의 마음에 작용하는 격렬하고 큰 힘이 바로 타력이다. '비상시'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강하게 흔드는 에너지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을 실감하다

 

'염불'이란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외치는 것을 말한다. '나무'는 산스크리트어의 '나마스'를 한자로 바꾼 것이라 한다. 또 '나모'라는 말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한다. 둘 다 존경과 신뢰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삿말 '나마스떼'와도 연결되는 듯하다.

 

'아미타'는 산스크리트어의 '아미타유스' 또는 '아미타바'와 연관되는 말이다. 중국인은 '아미티유스''무량수無量壽''아미타바''무량광無量光'으로 번역했다. 아미타유스는 '우주에 힘차게 흐르는 끝없는 생명의 에너지', 아미타바는 '세계의 모든 곳 구석구석을 비추는 진리의 빛'으로 이해하면 된다.

 

'불''부처'이다. '부처'의 원래 의미는 '깨어난 사람', '깨달은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아미타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을 온몸과 마음으로 깊이 자각한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후 이 말은 석가모니의 대명사로 사용되었다. 본디 수많은 '부처'가 존재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저편에서 다가오는 것

 

오로지 염불하면 쉽게 왕생한다고 일본 정토교의 시조 호넨法然이 말한다. 진종眞宗의 확립자 신란은 한걸음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 아기처럼 순수하고 무심하게 '부처'에게 귀의하라는 것이다. '귀의'란 스스로의 결심에 의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커다란 힘'에 저절로 이끌리는 것이다.

 

"염불만으로도 충분하다"

 - 호넨法然

 

"내 소관이 아니다"

 - 신란

 

호넨이라는 위대한 스님이 있다는 소문을 타인으로부터 듣는다. 이미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 좀처럼 스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스스로 찾지 못하다가 친한 친구나 가족 중 누군가가 오늘 호넨 님의 법문이 있으니 같이 가보자고 권할 수 있다. 이는 '저편에서 다가오는 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커다란 힘

 

자신의 능력으로 뭔가를 달성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가지만 가능하고, 사실은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후원해주고 있다는 감각이 잇어야 가능하다. 스포츠 선수들은 누구나 기술을 연마코자 무한반복 연습한다. 막상 실제 경기에선 보이지 않는 힘이 우승을 결정한다.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했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그런 존재가 힘을 빌려주었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 구시켄 고지, 체조선수 <1984 LA 올림픽 개인종합우승>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나 이외의 타자가 나라는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운명론도 아니고 숙명론도 아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알 때 자기를 초월한 커다란 자유를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종교적인 것에 눈을 뜸으로써 안심입명安心立命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신앙이 깊어도,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두려움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혼란한 시대에 살고있는 만큼 뭔가 고민이 될 때, 곁에 두고 이 책을 펼쳐 보자.

 

지독하게 고민하고 번민하는 인간만이 진정한 확신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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