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비자 법法 술術로 세상을 논하다 만화로 재미있게 읽는 고전 지혜 시리즈 1
조득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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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비자>에는 정치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깨닫게 될 교훈들이 너무나도 많이 담겨 있다. 정치가 나라의 벼슬아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가정, 직장, 그리고 소속 단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가 바로 정치다. 굳이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미래의 발전을 위한 교훈을 이 책에서 찾아보자.

 

한비韓非는 기원전 3세기 초 한나라 왕 안安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서공자庶公子였다. 서공자란 공자가운데서 모친의 신분이 낮은 사람을 가리킨다. 비록 왕족일지라도 그는 왕족으로서 충분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한나라는 전국 7웅 중 국토가 제일 작은 약소국가라 서쪽 국경에 접한 진秦나라가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

 

젊은 한비는 상앙의 법치주의를 채택하여 부국강병을 이룩한 이웃 진나라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대표적인 학자였던 순자荀子가 있는 나라로 유학을 갔다. 순자의 제자 중 나중 진나라의 재상이 된 이사李斯가 있었다. 이사도 한비의 뛰어난 재능에 감탄했다. 한비는 언변이 없고, 말더듬이라 자신의 의견을 글로 표현했다. 이를 모은 것이 한비자 55편이다.

 

한비의 정치사상은 법法과 술術로 요약된다. 법가사상은 진나라의 상앙과 한나라의 신불해 등이 한비보다 앞서 펼쳤던 것으로 상앙의 '법'과 신불해의 '술'을 종합하여 집대성한 인물이 바로 한비이다. 그는 이를 국가 통치의 근본이라고 주창했다.

 

'술'이란 왕이 신하를 조종하는 방법이다. 임금과 신하는 본디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인의나 인정으로 다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술'로서 신하를 조종하고 아울러 그들이 일을 잘 하는지 늘 경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신하 조종법

 

엄격한 근무 평점의 기준을 세워 계획서를 제출하게 한다

실행결과를 계획과 대비하여 일치하면 상을 주고, 일치하지 않으면 벌한다.

계획 대비 결과가 훌륭한 경우라도 처벌한다.

 

한비는 한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 법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상주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이로니하게도 진나라의 군주가 그의 글을 읽고 감탄하자, 이사가 꾀를 내어 그를 진나라에 오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진나라 왕은 그를 대면한 후 등용하지 않고 오히려 독약을 내려 죽게 만들었다. 기원전 233년이었다.

 

 

 

 

진시황이 그토록 감탄했다는 '고분편孤憤篇''오두편吳蠧편' 두 편을 살펴보도록 하자.

 

진실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외롭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리한 일을 당하기 때문이다. 한비는 항상 고립되어 있었다. 그의 진실이란 법과 술에 의한 정치였다. 이를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임금을 둘러 싼 중신들이다. 한비는 울분을 품고 그들을 규탄한다.

 

좀은 남의 속을 파먹는 벌레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좀 벌레가 다 파먹고 나면 필경 손가락 하나로 밀어도 넘어가게 된다. 나라에도 이런 좀 벌레가 자리 잡고 있다. 한비는 이 좀 벌레에게 속이 썩어가고 있는 나라의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신重臣의 해害

 

대부분의 신하들은 임금의 명에 의해 나랏일을 하고, 법에 따라 맡은 일을 수행한다. 그런데, 중신重臣들은 임금의 명 없이도 자기마음대로 행동하며, 법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도모한다. 국력이 기울든 말든 자신의 부를 채우기 위해 임금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술을 알고 법에 통달한 인물이 임금의 신임을 얻으면 기존의 중신은 법에 따라 처결될 것이다. 그들은 중신과 같은 배를 결코 타지 못하는 원수지간이 된다.

 

나라 안팍의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중신의 앞잡이가 된다. 다른 나라의 임금들도 그를 통하지 않고선 교섭도 안된다. 나라안 벼슬아치는 모두 중신에게 매달린다. 임금의 측근 시종들도 중신의 미움을 받게 되면 좌천되므로 그들의 나쁜 짓을 눈감아 준다. 임금의 눈은 가려지고 중신의 권력은 더욱 강해진다.

 

요새 주말 연속극 <무신>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고려의 무신정권이 주무대다. 고려 의종 때 일어난 정중부의 난 이후 경대승, 이의민, 최충헌으로 수습되면서 60여 년간 집권을 이어갔다. 왕이 있었으나 허수아비에 불과했고, 왕의 폐위도 마음대로 했다. 이것이 바로 중신의 해이다.

 

임금과 신하의 모순

 

원래 신하와 임금의 이익은 서로 다르다. 임금은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 이익이지만, 신하는 무능력해도 일을 맡아야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임금은 공이 있는 사람에게 작록을 주는 것이 이익이지만, 신하로서는 공이 없어도 부를 얻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임금에겐 걸출한 인물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주는 것이 이익이지만, 신하는 패를 만들어 서로 덮어주는 것이 이로운 것이다.

 

나라가 침략당해도 개인은 번영하고, 임금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도 대신의 권위는 높아만 간다. 이리하여 임금은 권력을 잃고, 신하가 나라를 빼앗는다. 신하가 임금을 속여 자기의 이익을 꾀하는 것은 이런 결과를 바라기 때문이다. 신하가 죄를 지었는데 이를 임금이 내버려두는 것은 커다란 실책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의 무리에는 인자仁者가 적다 

 

 

한비는 한나라가 번창하려면 법술을 채택하여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길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수차에 걸쳐 그는 법술을 주장했지만 한나라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정리한 내용이 '고분편'에 실려있다.

 

 

수주대토守株待兎, 토끼를 기다리다

 

송宋나라의 어느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다. 그 때 토끼가 달려오다가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부딪혀 죽었다. 이를 본 농부는 밭일을 그만 두고 매일 그루터기만 쳐다 보았다. 오늘은, 오늘은 오겠지? 그러나, 토끼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 농부는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선왕先王의 정사를 흉내내는 것으로 백성을 통치하는 것은 토끼를 기다리는 농부와 같다.

 

송양지인宋襄之仁

 

송나라 양공은 제환공이 죽자 제나라를 공격해 효공을 즉위시키고 자신은 맹주가 되었다. 그해 가을 강국인 초나라가 양공의 행동이 불손하다며 그를 포로로 잡아갔다. 이후 겨울에 용서받아 송으로 귀국한 그는 정鄭나라가 초楚나라와 내통하자 정나라를 공격했다.

 

초나라가 정나라를 구하기 위해 출병했다. 양공은 초나라의 군대를 맞아 홍수에서 싸우기로 계획했다. 초나라 군대는 강을 건너면서 진용이 많이 흩트러졌다. 이에 부하들이 공격하자고 건의했지만, 양공은 군자는 상대의 약점을 노리지 않는다면서 이를 거절했다. 결국 양공은 크게 패하고 허벅지에 상처를 입어 이듬해 5월에 죽고 말았다. 후세 사람들은 쓸모없는 인정을 '송양지인'이라 불렀다.

 

나라를 좀 먹는 다섯 가지 벌레

 

어지러운 나라는 다음과 같은 꼴이 된다. 첫째는 학자로 선왕의 도라고 칭하여 인의를 빙자하며 용모와 복장을 꾸미고 변설을 교묘하게 하여, 현행의 법에 의혹을 품게 함으로써 군주의 마음을 어지럽힌다는 부류다. 둘째는 논객, 논객은 거짓과 간사한 일컬음으로 외국의 힘을 빌려서 사복을 채우고 국가의 이익을 저버린다. 셋째, 협객으로 칼을 차고 무리를 모아 의리를 내세우며 자기들 이름을 드러내나 군주의 금령을 어긴다. 넷째, 측근들로, 측근들은 뇌물을 받아 사태에 축적하고 유력자의 청탁은 들어주면서도 싸움터 병사들의 공로는 돌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상인과 장인들로, 일그러진 기물을 만들어 부정한 돈을 모아 두었다가 때를 기다려 이를 팔아치움으로써 농부의 이익을 가로챈다.

 

이 다섯 가지는 나라를 좀먹는 벌레들이다. 임금이 이를 몰아내지 않으면, 그리고 절도 있는 인물을 기르지 않는다면 망하는 나라와 몰락하는 조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한비는 옛 성인의 이상을 찾는 상고商古주의를 부정함으로써 첫째 벌레인 유학자들의 이론적 근거를 깨부수었다. 첫째의 비판은 나머지 네 종류를 비판하기 위한 전제였다. '오두편'은 사회 내부를 파헤쳤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한비가 주장한 법과 술은 인간의 내면에서 사작되는 이기적 사고를 극복하고, 나라의 해를 없애고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한 필요한 원칙들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우리의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고전의 가치와 힘은 더욱 빛남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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