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매년 인공지능 학계에서는 이 분야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연례행사가 열린다. 바로 튜링 테스트라는 경기다. 이는 말 그대로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름에서 따왔다. 1950년 그는 오래된 한 가지의 물음에 답하려고 시도했다. 컴퓨터가 생각한다고, 고성능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이 경기에 참석하고 있다. 최고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들과 맞서 경쟁하는 네 명의 인간 연합군 중의 한 명이다. 최고의 점수를 얻은 프로그램은 그해의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라는 타이틀을 차지한다. 가장 높은 확신도를 획득한 연합군 참가자에겐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라는 타이틀이 수여된다.

 

뢰브너상이라고 알려진 이 특별한 대회의 주최자는 휴대용 디스코 댄스플로어 제작자인 발명가 휴 뢰브너이다. 그는 왜 이런 대회를 조직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게으름을 꼽았다. 즉 미래의 세계는 지능 있는 기계에게 인간의 노력과 근면성을 모두 양도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을 소개한다면,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엡스타인 박사다. 그는 <튜링 테스트의 해부>의 편집자로 휴 뢰브너와 함께 뢰브너상을 만든 인물이다. 그는 4개월 동안 이바나라는 러시아 여성과 서신을 교환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바로 컴퓨터 프로그램이었다.

 

18세기 중엽 이래로 컴퓨터(계산기)는 흔히 여성이었다. 그녀들은 기업체, 은행 등에 고용되어 계산 업무를 수행했으며 때로는 초보적인 계산기를 이용해 수리적 분석작업도 했다. 인공지능 분야가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앨런 튜링의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덕분이었다.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다니엘 길버트는 자신의 학문이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인간은 oo하는/한 유일한 동물이다"와 같은 인간에 대한 명제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거짓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한때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로 간주되었지만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굳이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인간만이 지능을 가졌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수학을 잘한다면, 우리는 이로 인해 인간 활동의 한 영역을 빼앗긴 셈이다. 대신 인간이 자유를 얻었다고 위안할지 모르나 미래를 상상한다면 결코 매력적인 반론이 못된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에서 점점 컴퓨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영화 <매트릭스>의 경우처럼 그들이 우리를 파괴하려 하고, 우리 또한 그들을 파괴해야만 하는 강력한 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우리를 이기려 하지만 경쟁의 주목적이 게임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상대일 뿐이다.

 

대회가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저자는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인간답다는 것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란 핵심적인 물음에 관해 전문가들과 대화를 통해 스스로 많이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튜링 테스트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도 했다. 이제 그를 따라가보자.

 

브라이튼 센터로 입장하여 뢰브너상 경연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대회장에는 이미 자리 잡은 관객들이 몇 명 보였다. 조직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커튼 뒤의 연합군 방으로 들어갔다. 연합군 네 명은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준비된 노트북 네 대가 놓여 있었다.

 

연합군의 구성은 캐나다의 언어학자 더그, 산디아 국립연구소의 미국인 기술자 데이브, 메스워크 회사의 남아공 사람 프로그래머 올가,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브라이언 크리스찬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쉴 새없이 지껄이면서 게걸스럽게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바로 휴 뢰브너였다.

 

연합군 네 명은 노트북의 깜박이는 커서를 응시했다. 마치 그들은 모두 서부의 총잡이처럼 키보드 위에  손을 맴돌리고 있었다. 갑자기 화면에 글자가 나타났다. "안녕?" 마침내 튜링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이상하리만치 이 장면이 엉뚱하게 느껴졌다.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에 벌어진 20세기 최대의 대결은 1997년 5월 맨해튼의 이퀴터블 빌딩 35층에서 벌어진 체스 세계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와 슈퍼컴퓨터 딥블루 간의 대결이었다. 이 대결의 승리자는 컴퓨터였다. 이 결과에 대한 해석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인공지능의 역사적 이정표라는 생각이고, 또 다른 부류는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이다.

 

체스는 15세기 유럽에서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왕들의 게임', 12세기 기사들이 '승마, 수영, 활쏘기, 권투, 매사냥, 시 쓰기'등을 배운 다음 의무적으로 배워야하는 훈련과목, 나폴레옹, 제퍼슨 같은 정치가들과 패튼, 슈바르츠코프 같은 장군이 즐기던 게임 등의 명성을 얻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이 시합은 인류 전체의 방어전이다. 컴퓨터는 사회에서 어마어마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컴퓨터는 도처에 있다. 그러나 컴퓨터가 넘어서면 안 되는 경계

또한 존재한다. 컴퓨터는 인간 창조성의 영역 안으로 넘어 들어오면 안 된다"

 - 게리 카스파로프

 

카스파로프는 첫 번째 게임에서 패배했지만 역습에 성공했다. 뒤이어 벌어진 다섯 번의 게임 중에서 세 판은 이기고 두 판은 비겼다. 전체적으로 4대 2이라는 점수로 완승했던 것이다. 이후 1997년에 새롭게 수정된 강력한 기계와 여섯 판의 대결을 펼쳐, 마지막 판이 벌어지는 날 아침 둘의 점수는 무승부였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패배하고 말았다. 마침내 기계가 인간을 무찌르는 순간이었다. 세기적 대결이 끝나자 IBM은 개발팀의 연구지원금을 끊고, 기술자들은 원위치시키고, 딥블루는 해체되었다. 학자들도 무시하는 논평을 했다. 당사자인 카스파로프도 딥블루가 이긴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순수하게 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체스는 하찮은 게임이다"

 - 존 썰/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 철학자

 

'7-38-55 규칙'이 있다. 이는 1971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심리학 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이 처음 밝혀낸 의사소통의 요소이다. 누군가 소통할 때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55%는 신체언어로, 38%는 목소리로, 7%는 우리가 선택한 단어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튜링 테스트는 일종의 거짓말탐지기를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컴퓨터가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만 거짓말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튜링 테스트에서 인간은 이방인이다. 느리고 소리도 나지 않는 소통 매체를 통해서만 대화할 수 있으며 시간도 많지 않다.

 

2009년의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상은 데이비드 레비에게 돌아갔다. 그는 일찌기 1980년대에 컴퓨터 체스계에서 두각을 보였던 인물이다. 그는 박수갈채를 받으며 휴 뢰브너가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브라이언 크리스찬은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가슴 졸였다. 더그가 수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 쪽지에는 심사위원들이 '가장 인간적'이라고 평가한 인간이 누구인지도 적혀 있습니다. 그는 바로 '1번 연합군'인 브라이언 크리스찬입니다"

 

 

대화로봇들이 모방게임에서 종종 승리하는 까닭은 로봇들이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기 때문이라기보다 우리 인간이 점점 더 기계를 닮아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인간과 기계가 대화를 통해 누가 더 인간적인지를 경쟁한다는 대결 상황을 통해 참된 인간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는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인간다움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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