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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 우리 시대 멘토 17인, 삶의 원칙을 말하다
이태형 지음 / 좋은생각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 샤를 드 푸코의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중에서
저자는 최근 2년여 동안 매달 이 땅의 '선생님'을 만나 배움의 기회를 가지면서 그 배움의 내용을 월간 <좋은 생각>의 <그에게 묻다>란 코너에 실어왔다. 맨 처음 만난 사람이 소설 <빙점>의 여류 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남편 미우라 미츠요 씨였다. 그로부터 사랑이란 어떤 환경 속에서도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의지임을 배웠다.
소설가 고은 선생으로부터 맛있는 인생에 대해 배웠고, 김용택 시인으로부터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정진홍 선생으로부터 노년과 죽음에 대하여, 이해인 수녀로부터는 희망을, 이어령 선생으로부터 성공이란 동행이 있는 삶임을 배웠다. 이들외에도 한완상, 한비야, 혜민 스님, 김난도 교수 등으로부터도 귀한 것들을 배웠다. 이 책엔 17인의 멘토들의 삶의 원칙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한비야는 자신만의 시간표를 갖고 살고 있었다. 남들이 모두 쳐다보는 '표준 시간표'에 좌우되지 않았다. 그녀는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지금 생기면 시간이나 여건을 고려치 않고 바로 그 일에 뛰어든다. 남의 도전을 보면서 박수 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실화를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자신만의 리얼 스토리를 만든다.
간절히 원하는 일에 그녀는 최선을 한다. 소위 올인을 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에는 백두대간만 생각한다. 종주에 좋다는 것을 모두 다한다. 관절을 위해 연골주사를 맞고, 평소 싫어하는 쵸콜릿도 열량 보충을 위해 종주하는 동안에는 먹는다. 오로지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서. 정말로 어떤 것을 하고 싶으면 이를 할 용기가 난다. 간절함이 중요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될 때 용기가 생기는 법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전성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 그저 '나이'로 이를 판단하려 한다. 그녀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50대인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축구로 따지면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 5분 정도 지난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후반전에 골로 많이 나고 무승부면 페널티킥으로 승부한다며 자신은 50대에 활짝 필 거라고 말한다.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가를.
"분명히 내 마음속에 내재된 그 어떤 것들, 이를테면 마음속의 숯불에 바람을 불어넣어
활활타게 만든 무언가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 숯불이 타는 시간이 바로 '나의 정확한 그 때'입니다"
혜민 스님은 요즈음 불교계의 스타이다. 영화를 전공한 그는 하버드 대학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전공을 비교종교학으로 바꿨다. 이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중국 송나라 불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햄프셔 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9년 그는 하버드에 재학 중 은사인 휘광 스님을 만나 출가를 결심했다.
"화를 없애려면 그 화난 마음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불편한 감정은 없애려 하면 더 살아납니다. 그 마음자리에서 빨리 빠져 나와야 합니다.
마음 밖으로 나와서 화를 내는 나를 바라보다 보면 그 화가 점차 소멸됩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면 서울 조계사와 부산 안국선원 등에서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마음 치유 콘서트'를 연다. 2012년 1월 7일 안국선원에서 열린 행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동 행사를 홍보했음에도 무려 400여 명의 청년들이 법당에 몰렸다. 대부분 2,30대 젊은이들이었다. 그는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질문하고 답한다. 함께 노래도 한다.
그는 청년들에게 '인생은 연극'이라며 너무 어렵게 살지 말라고 조언하면서 자신이 어느 봄날에 깨달은 바를 말한다. 첫째, 세상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둘째,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 남을 위해 한다는 대부분의 행위들은 실제로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란 사실이다.
또한, 그는 대학 이름이 왜 그리 중요하냐면서 지방대를 졸업하면 간단한 일거리조차 얻을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말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미국의 명문인 리드 대학교를 다녔지만 한 학기만 다니고 중퇴한 인물이라며 만약에 한국에서 그가 태어났다면 절대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했을 거란 말을 덧붙였다.
하버드 대학교에 샌델이 있다면 서울대학교에는 김난도가 있다.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장기간 1위를 질주했다. 김난도 교수는 2010년 말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발간, <정의란 무엇인가>를 2위로 밀쳐내고 1위에 올랐다. 그의 강의는 수강 신청 3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이다.
그의 연구실엔 이른바 '인생 시계'가 책상에 놓여 있다. 이 시계는 가지 않는다. 일부러 건전지를 빼두었기 때문이다. 인생 여든을 24시간에 비유하여 1년에 정확히 18분씩 앞으로 움직인다. 시계의 눈금이 2시 24분을 가리키고 있다. 48살이란 얘기가 된다.
청춘은 늘 준비하는 기간이다. 그런데, 준비는 20대만 하는 게 아니다. 70대도 할 수 있다. 준비하는 한 아프다. 불안하니까. 인생에서 '모든 것 다 가졌다'고 자부할 수 있는 특별한 기간은 없다. 그래서 늘 준비하는 사람은 청춘인 거다. 늙었다는 것은 더 이상의 목표가 없는 상태, 꿈꾸지 않는 시기를 의미한다. 그때 사람들은 비로소 '노인'이 되는 것이다.
"자기를 발견해야 '올인' 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던질 수 없습니다. 결국 인생은 자기를 찾아 나가는 긴 과정입니다.
그 자기를 마흔에, 혹은 환갑에 찾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를 찾아 나가는 작업을 결코 중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생에는 정말 우연이란 것이 없다. 우연한 일이 생기긴 한다. 그러나 그 우연을 잡는 사람과 놓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기회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주연 배우가 아파서 우연히 대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도 있다. 우연히 행운을 잡았을까?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 대역 배우는 그날을 위해 성실하게 하루 하루를 준비했던 것이다. 그날이 찾아왔을 때, 마침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1981년 시집 <민들레 영토>를 발간한 이해인 수녀는 2008년 7월 암 수술을 받고 여전히 투병 중이다. 그녀의 집필은 왕성하다. 2011년에는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출간했다. 이 산문집 서문에서 그녀는 '매일 바다의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 행복하다'고 피력한다.
그녀는 기다림과 견딤의 시간을 갖다 보면 희망의 싹이 돋는다고 말한다. 희망은 청하지도 않는데 나에게 저절로 찾아오는 손님이 결코 아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면서 씨를 뿌리고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때 불현듯 찾아온다. 산다는 것은 어차피 고통이다. 하지만 아픔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생명을 향한 환희가 있다. 이것이 바로 희망이다.
그녀는 영혼의 어두운 밤을 겪어야 새로운 빛과 접속될 수 있다고 했다. 영혼의 어두운 밤을 헤쳐 나갈 때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을 기다려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마음 안 드는 나 자신을 기다려 주는 겸손'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매일 세 종류의 일지를 쓴다. 하나는 업무 일지다. 여기엔 하루의 일과를 적는다. 다른 하나는 편지 일기다. 마지막은 사색 일기다. 깨달음이나 책에서 읽은 좋은 구절을 적어 놓는다. 수십 년 동안 매일 쓴 노트가 벌써 130권을 넘겼다. 피아노 연주자가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손끝이 무뎌지는 것처럼, 작가는 문장 수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어머니들이 가정을 수도원으로 여기며 근검절약의 삶을 산다면 좋겠다"
저자는 이 시대의 '선생님' 17인을 만났을 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알게 된 공통분모는 바로 '지금, 여기서, 나만의 삶을'이다. 푸코가 말한 바와 같이 지금, 여기서, 나만의 삶을 산다면 그 성취 여부와 상관없이 행복한 삶을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멘토 17인의 인생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곁에 두고서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할 때 펼쳐 보자.
그러면 내 가슴에서 희망과 용기가
새록새록 돋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