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단식 - 머리를 쓰지 않고 발로 뛰지 않는 IT 중독을 벗어나라
엔도 이사오 & 야마모토 다카아키 지음, 김정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IT산업은 우리 모두의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IT 기술은 우리의 생활에 편익성을 제공하는 반면 모든 테크놀로지가 그렇듯 인간의 방심과 자만심 때문에 오히려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올 때도 있다. 인간을 보호할 목적으로 개발, 이용되던 테크놀로지가 전쟁에도 개입한다. 작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원자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좋은 본보기이다. 그렇지만, 현재 내 책상 위에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이 책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IT 기기에 대한 중독성이라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아울러 이의 단식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중독 증상을 극복하려는 직장인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나길 바라는 저자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컴퓨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바빠지고 업무량도 크게 증가한 수많은 직장인들의 IT 중독 현상을 먼저 살펴보자.

 

스팸으로 넘쳐나는 이메일

 

일본의 어느 대기업이 사내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루에 온 이메일 가운데 55%가 조치가 필요없는 참조 메일이었다고 한다. 또한, 일본 주요 통신사가 수신한 이메일의 63% ~ 72%가 스팸 메일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특히, 참조로 보낸 메일에 대해서는 '메일을 아직 읽지 못했다'고 변명할 뿐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메일로는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다. 오히려 업무 효율과 의사결정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한다.

 

'복사 & 붙여 넣기' , 방대한 데이터, 문서 치장 기술

 

컴퓨터엔 만능 기능이 들어있다. 사용자는 넘치는 인터넷 정보를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무심코 '복사 & 붙여 넣기'를 실행한다. 이럴 경우 그럴듯한 자료처럼 보이지만 타인의 정보를 가공만 했을 뿐 자신의 아이디어를 결코 제시하지 못한다. 기껏 시간과 수고를 들여 방대한 자료를 첨부한 보고서를 작성했을지라도 '정보의 질'에 문제가 많을 것이다. 

 

 

 도요타의 '종이 한 장 주의'

 

기술이나 신차의 기획서 등 모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원칙적으로 '종이 앞 뒷면 한 장'으로 만들도록 했다.

 

 

프로 정신과 장인의 기술

 

도요타 자동 기계의 도요타 데쓰로 사장은 아사히 신문(2009년 1월 11일)의 인터뷰에서 설계도면을 3차원 CAD 작업으로 수행하므로 컬러풀한 도면이 만들어지지만 제품을 만드는데 중요한 상상력은 키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수작업으로 설계도를 그렸지만 과도한 IT 化로 인해 최근에는 도면을 그리지 못하는 기술자들이 있다고 한다. 

 

IT 중독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깊게 진행되어 기업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고칼로리 고콜레스테롤의 미식에 빠져 너무 살이 쪘다고 느껴질때 식생활을 개선하면 살을 뺄 수 있다. IT 역시 마찬가지다. 초콜릿 복근을 만들기 위해 닭가슴살을 주로 먹듯이 IT 중독자도 정말 필요한 IT만을 골라서 사용하면 균형잡힌 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단식이다.

 

IT 중독은 상당히 악화되어도 좀처럼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얼마전 게임에 중독된 젊은 여성이 PC방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한 후 유기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처럼 중독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황폐시키고 있는지 스스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불행한 사고가 생기고 만 것이리라.

 

디지털 단식에 앞서 현재의 증상을 점검하자. 수신된 이메일 중 중요도가 높은 메일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보면 얼마나 많은 양의 스팸성 메일이 수신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하루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해보면 시간의 사용 방식을 깨닫게 될 것이다. 회의의 조정을 위해 걸리는 시간을 파악하다보면 부가가치가 없는 회의는 짧게 하게 될 것이다.

 

이젠 실행할 때다. 증상을 자각했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쓰나미 처럼 밀려오는 이메일, 방대한 자료 등에 전략이라는 옷을 입히고 착실히 실천하면 슬림한 IT enjoyer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첫째, 단식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라

 

리더와 코디네이터로 구성된 '디지털 단식 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둘째, 업무 시간의 활용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이상적인 시간 배분을 하되 중요한 시간은 미리 할당하라.

 

셋째, 단식 시간을 강제적으로 설정하라

 

 IT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이를 위해 컴퓨터 사용 않는 날, 이메일 안 쓰는 날 등을 만들어 시행하면 효과적이다.

 

네째, IT를 차단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하라

 

단순히 컴퓨터를 치우기만 해서는 효과가 적다. 어떤 계기가 생겨 다시 컴퓨터를 사용하면 중독 상태로 원위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업무 방식을 습관화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용 시간의 축소, 강제 중단 등과 함께 업무스타일에 대한 몇 가지 세세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메일 전송 규칙, 자료 매수의 상한선 등을 정한다.

 

이밖에 디지털 단식을 통한 리더십의 회복과 관련, IT 없이 일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중간 관리자를 해방시켜 젊은 직원을 돕고 직장 내에서 디지털 단식의 리더십을 발휘토록 하자. 

 

"그들이 정말 해야 할 일은 격변하는 현장 제일선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들이 아이디어를 짜내 손쉽게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 가와무라 쿤타로/다이킨 공업사 부사장

 

당연한 얘기지만 컴퓨터는 만능의 마법 상자가 아니다. 컴퓨터를 전자계산기보다 좀 더 발전한 사무기기의 연장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 회사 차원에서 디지털 단식의 선언과 가이드라인 제시후 IT 예산을 해당 실무 부서에 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인간이 지닌 아날로그적인 힘을 통해 디지털 단식을 감행하면 안이하게 이메일이나 보내던 패턴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자주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가 만나는 등 활기찬 직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IT 중독의 가해자는 IT 기기가 아니다.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한 인간에게 그 잘못이 있다. 폭식과 폭주가 비만과 알콜홀릭을 유발하듯 IT의 과잉 섭취는 반드시 IT 중독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옆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자.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자. 그리고 현장으로 달려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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