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읽는 기술, HIT - 역사, 이슈, 트렌드 경제공부는 경제저축이다 3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예언가'라고 한다. 이는 인간이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가졌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입증해준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구글 검색창에는 테러의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보다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를 더 많이 입력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테러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 이를 예언했다는 16세기의 예언가에 더욱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학창시절에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받지를 못했다. 그러나, 사실상 경제라는 개념은 우리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우리를 골탕 먹이는 존재이다. 한번 큰 맘 먹고 제재로 배워 보겠다고 경제학 도서를 펼쳐 보지만 딱딱한 철학 도서 이상으로 졸음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이 책의 저자는 다음의 3가지 의문을 가진다.

 

1. 경제전문가들은 경제를 잘 읽고 있는 것인가?

2. 경제를 읽기 위한 귀중한 정보가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정보를 내가 얻을 수 있는가?

3. 학교에서 배우는, 혹은 가장 대표적이고 일반적인 경제이론으로 경제를 잘 읽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경제전문가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실전에서 경제라는 미스터리와 싸우고 있는 투자전문가와 경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그것이다. 투자전문가 하면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이자 퀀텀펀드를 운용하는 조지 소로스가 떠오른다. 일개 투자자 신분으로 1992년 파운드화 환투기로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굴복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도 러시아에 투자했다가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20억 달러 넘게 손해를 보았다. 일선 투자전문가들은 과연 미스터리 해결능력이 어느 정도일까? 

 

조삼모사라는 고사가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다. 원숭이 먹이가 부족해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배고프다고 크게 반발했다. 이에 저공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바꾸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하며 저공에게 큰 절을 했다고 한다. 기대값이 7개로 동일한데, 다른 반응을 보였다니 흥미롭다.

 

원숭이 경제학자로 유명한 예일대 부교수 키스 첸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꼬리감는 원숭이 7마리에게 은화를 지급하고 은화를 돌려줄 때마다 음식을 지급했다. 몇 달 훈련을 하자 원숭이들은 은화로 음식을 살 수 있다는 학습이 되었다. 그런 다음 원숭이 경제에 작은 변화를 주었다. 즉 은화 한 닢으로 젤리 3개를 살 수 있는 체계에 익숙해지자 갑자기 젤리 2개로 줄여버렸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원숭이들은 가격이 오른 품목에 대한 지출을 줄여버렸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진 음식에 대해선 지출을 늘렸다. 한마디로 원숭이들이 인간처럼 경제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후 더욱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한 원숭이가 은화를 실험실 밖으로 내팽개치자 다른 원숭이들이 이를 차지하려고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게다가 한 수컷은 은화를 암컷에게 건네주고 성관계를 했다. 성매매인 셈이었다.

 

"증시 대폭락이 임박했습니다"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강세장인 분위기에서 반대로 증시의 대폭락을 예견한 사람이 있었다. 1987년 9월 9일 시어슨 리먼브라더스의 연구분석가이자 펀드매니저였던 일레인 가자렐리는 자신의 분석예측 모델을 근거로 증시가 약세로 전환될 확률이 75%라고 말했다. 10월 19일 실제로 미국 증시에 블랙 먼데이가 찾아오자 월가에 여성 노스트라다무스가 재림한 듯했다. 이날 이후 그녀는 투자전문가로 엄청난 명성을 쌓았다.

 

<욕망을 파는 사람들>의 저자 윌리엄 서든은 1987~1996년 기간에 비즈니스위크,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되었던 가자렐리의 증시 예측 모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승 또는 하락을 전망한 총 13번 중 적중률은 겨우 38%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뮤추얼 펀드는 1994년 수익률 저하로 결국 폐쇄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투자원칙은 지금도 많은 투자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겁을 먹고 너무 빨리 주식을 팔아치우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투자전문가들이 형편없는 경제예측 능력을 보이자 상아탑에 있던 경제학자들이 나섰다. 1994년 존 메리웨더가 헤지펀드인 LTCM을 설립했다. 그는 살로몬 증권의 트레이더 시절 1,000만 달러 배팅을 성공시켜 젊은 나이에 채권거래팀장에 오르면서 월가의 떠오르는 샛별로 촉망받고 있었다. LTCM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파트너들의 경력 때문이었다. 로버트 머턴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마이런 숄스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 FRB 부의장 출신 경제학자 데이비스 멀린스, 에릭 로젠펠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조교수 등 쟁쟁한 인물들이 참여했다.

 

실제로 LTCM은 첫해에 20% 수익을 시작으로 2년 동안 40%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노벨 경제학자들과 함께하는 최고의 헤지펀드라는 명성을 이어갔다. 1997년 자본금이 70억 달러로 늘어났고, 레버리지 비율은 18~20배 수준을 유지하면서 1,250억 달러 이상의 거래가 늘 유지될 정도였다. 이들은 1998년 러시아 채권에 풀배팅을 했고,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그들의 신화는 끝나고 말았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했다. 이들의 자신감이 극에 달하면서 그만큼 교만으로 변해 추락하고 만 것이다.

 

경제예측에서 뻔뻔함과 공포감이 잘 버무려진 사례가 바로 1968년에 출간된 폴 에를리히의 < 인구폭탄>이다. 스탠퍼드대 인구통계학 교수인 그는 1990년이 되면 전쟁, 역병, 기근으로 인류가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지어 이 와중에 최후까지 생존하는 생명체는 바퀴벌레라고 선언했다. 이 책은 엄청 팔렸고, 그는 명사가 되어 큰돈을 벌었다. 예측이 늘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 그 예측이 명백하게 틀린 것으로 드러난다.

 

시장의 무서움을 모르는 교만한 경제예측가와 어울리면 자신의 부를 어리석게 날리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경제전문가라는 후광효과에 이끌려 이들의 예측을 맹신하는 것은 결코 유익한 일이 아니다. 한번 생각을 해보자. 예측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자신의 예측이 정확하다고 확신한다면 왜 그 비밀을 자신의 투자에 이용하지 않을까? 그들은 경제예측을 파는 것이 더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쓰레기통에 든 것들이 어쩌면 경제의 선행지표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1985년에 주최한 대회의 결과를 1995년에 발표했다. 대회의 목적은 누가 10년 후 영국의 경제상황을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 대회의 결과는 경제전문가들에게 교만하지 말라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최종 1등은 경제전문가들을 제치고 환경미화원 그룹과 다국적기업 회장 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선택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컬럼비아대 경영학 교수인 쉬나 아이엔가의 실험을 살펴보자. 6가지 잼을 진열한 매대와 24가지 잼을 진열한 매대를 각각 두고서 소비자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6가지 종류의 잼을 본 사람들 중에 잼을 구매한 사람은 30%였지만, 24가지 종류를 본 사람들 중엔 겨우 3%만 구매를 결정했다. 우리의 통념과는 거리가 먼 결과였다.

 

우리는 지식환상에 사로잡히기 쉽다. 정보가 많으면 더 잘 판단할 수 있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판단을 위한 정보가 많을수록 우리는 그 정보들을 통제할 수 없다. 주식시장에서 경제정보를 내보내는 곳은 바로 HTS이다. 우리나라의 주식 거래의 70% 이상이 HTS로 거래된다. HTS로 전환한 투자자들이 시장수익률보다 연 3%이상 낮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투자는 미인선발대회와 같다.

독자들이 신문에 올라온 100장의 미인 사진들 중에서

예쁜 사진 6장에 투표하면 가장 많이 득표한 사진 6장을 맞힌 독자가 상금을 받는다.

따라서 독자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사진을 추측해 골라야 한다.

다른 독자들도 그같은 기준으로 사진을 고른다"

 - 경제학자 케인즈 

 

주식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공존한다. 이 시장은 단순히 경제예측의 장이 아니라 일종의 게임과 유사하다. 주식시장에서의 예측이란 경제예측이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이 어떤 예측을 하고 있는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과연 무엇으로 이를 예측할 수 있을까?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큰 수익을 거둔 소수의 투자전문가들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못박았다.

 



 

 

이 책의 1부인 Old HIT는 경제분석의 대가인 경제전문가들의 경제를 읽는 기술을 알아보는 분석(Hacking), 우리들과 경제정보의 관계를 알아보는 정보(Intelligence), 우리들이 배우는 경제이론의 타당성을 알아보는 이론(Theory)으로 구성됐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이 3가지 의문에 모두 부정적이다. 그래서 1부의 목적은 우리들이 경제에 대해 갖고 있는 신화적 통념을 깨는 데 있다. 경제를 바라볼 때 이 책에 등장하는 3가지 통념만 머릿속에서 제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책의 2부에 해당하는 New HIT는 경제를 읽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한다. 경제를 읽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사史이다. 왜 경제사가 중요한지, 그리고 과연 경제사가 현재 경제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얼마나 유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경제사를 통해서 현재의 경제 이슈와 트렌드를 실제로 읽어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스, 스페인 등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쉽게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3년 만에 다시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역사, 이슈, 트렌드를 보면 경제의 큰 그림을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역사, 심리 실험, 투자시장의 흐름 등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경제를 읽는 기술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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