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지낸 것들 - 나만 위해 아등바등 사느라 무거워진 인생에게
니시다 후미오 지음, 박은희 옮김, 변종모 사진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일본어판 제목은 <타희력他喜力>이다. 타인을 기쁘게 해주는 힘이란 의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일이 얼마나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가'에 대하여,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수집한 일곱 가지의 실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잔잔한 깨우침을 주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인생에서 위기에 직면했을 때, 비극과 마주했을 때 등 우리가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뭔가 목말라 하는 것이 있다. 이 목마름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일지도 모른다. 가족, 사랑, 우정, 헌신, 공감 등과 같은 가치는 우리가 이를 잃거나 또는 필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

 

불가의 가르침 중에 '자리이타自利利他'란 말이 있다. 남을 이롭게 하면 나 자신도 이롭다는 것이다. 어려운 사람에게 자신의 재물을 나눔으로써 이를 통해 행복감을 맛본다는 것이다. 홋카이도에서 작은 라면집을 경영하고 있는 50살의 미치히로씨가 이런 부류의 사람이다. 그는 늘 똑같은 앞치마에 낡은 두건을 동여매고, 허드렛일로 굳은 살이 박힌 손으로 라면을 삶아낸다.

 

그는 최근에 여동생이 한 사람 생겼다. 암투병을 성공적을 이겨낸 가수 다카유키의 부탁으로 치토세 대학병원 암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 이토 토키요의 오빠가 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카유키로부터 전화를 받고 가게 영업이 끝나자마자 그는 토키오를 찾아갔다. 병실의 분위기로는 병문안을 정기적으로 오는 사람이 없음을 직감하게 했다. 두 달 시한을 받은 토키오에게 오빠가되기로 약속했다. 이후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꼭 병문안을 갔다. 토키오는 그를 잘 따랐고, 이젠 그의 아내에게도 언니라고 불렀다.

 

토키요는 새어머니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일찌감치 가출을 했다. 그녀의 아버지도 그녀를 매우 미워했다. 그래서, 그녀는 작은 사무실의 경리로 취직해서 월급 모으는 재미로 살았다. 밥값이 아까워 점심시간에 찬밥에 물을 말아 장아찌로 먹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했다가 밤이면 퇴근해 단칸방에서 잠자기를 반복했다. 그녀의 유일한 꿈은 돈을 모아 따뜻한 남쪽나라 섬에서 사는 것이었다.

 

미치히로가 병문안을 다닌지 한 달쯤 지났을 때, 토키요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나도 누군가를 돕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신도 암 환자들을 위한 콘서트에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노래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 것이다. 또한, 화사한 드레스도 입어보고 싶었다. 이 소망을 들은 미치히로는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그래, 알았어. 이 오빠만 믿어" (27 쪽)

 

9월 7일에 'For 토키요' 콘서트를 열기로 하고 가수 다카유키를 비롯한 출연자를 모두 초대했다. 놀랍게도 토키요의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그러나, 이는 마지막 생의 불꽃이었던 것이다. 8월 7일 새벽, 병원에서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토키요는 혼수상태를 오갔다. 담당의사가 장례 준비를 하라는 언질을 주었다. 토키요 아버지에게 전화했지만 그런 딸이 없다는 냉담한 반응이었다.

 

미치히로도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에게 버림 받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그는 사고뭉치였다. 툭하면 아이들과 주먹다짐에다 외박을 밥먹듯 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한 뒤 그는 잡부일을 전전하다 고기잡이 배에 올랐다. 파도가 유난히 거친 어느 날, 갑자기 덮쳐온 파도를 얻어맞고 그는 바다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대로 죽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선장이 던져준 밧줄을 잡고 그는 필사적으로 갑판위로 올랐다.

 

"구석에 버려진 녹슨 나사 하나도 언젠간 다 쓸모가 있는 법이야.

인생, 생각보다 그렇게 모질지 않다네" (40 쪽)

 

하얀 드레스와 티아라가 준비되었다. 사진사도 오고, 콘서트 공연에 참석하기로 했던 사람들 거의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토키요는 난생 처음 입어보는 하얀 드레스에 반짝이는 티아라 때문에 얼굴에 광채가 났다. 손에는 누군가 길에서 꺾어온 코스모스와 클로버로 만든 꽃다발도 들려 있었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모두 기념촬영을 했다.

 

"다음 생에 태어나도 내 동생이 되어줘. 그땐 네 결혼식에서 이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너를 한껏 축하해줄게.

고맙다, 내 동생. 내 하나뿐인 동생..." (44 쪽)

 

8월 8일 새벽, 단 2개월 간의 여동생 토키요는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토키요의 나이 43세. 토키요의 아버지는 이번에도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다. 장례식은 지인들만 모인 조촐한 자리가 되었다. 영정 사진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티아라를 쓴 토키요의 모습으로 결정했다. 토키요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남태평양의 어느 섬 사진과 함께 이 영정 사진은 미치히로의 집에 장식되어 있다.

 

이 세상에 존재 가치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역시 누군가의 빛과 소금이 되어줌으로써 더욱 그 가치를 발할 수 있다. 지금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먼저 자신의 손을 남에게 내밀어보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길로 말이다. 이것이 바로 타희력이며, 자리이타 정신인 것이다. 

 

이 책은 모두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꿈 케이크'를 무료로 만들어주는 '카쇼 시미즈' 제과점, 쿠키 마사토의 후회없는 삶의 조건, 교통사고를 통해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장애인 스포츠 스타 코유야 카즈유키, 장애인들에게 일하는 기쁨을 제공하는 세탁 공장 건성사 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데 이를 우리가 잊고 지낸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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