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인생 2막, 이제 내 길을 갈 때가 왔다
김재우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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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 형, 거기에서 뭘 하시오? 얼른 나와서 나를 좀 도와주시오.

이제 우리도 쉰이 넘었으니 힘을 합쳐 봅시다.

노후준비를 위해서라도 함께 사업을 키워 보자고요"

(102 쪽)

 

저자가 삼성을 떠나 캐나다 UBC에서 객원교수로 있을 때, 벽산 그룹의 김 부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벽산 그룹 김인득 회장의 삼남인 김희근 부회장과 저자는 중동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인연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저자가 삼성물산의 중동 지사장으로 재직할 때, 김 부회장은 벽산건설(당시는 한국건업)의 중동 지사장이었다.

 

제의를 받고 그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해 떠났다. 입사한 곳은 벽산건설이었다.  1년의 근무 후 제조회사인 (주)벽산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옮긴 뒤 6개월 지난 1998년 7월 1일, 벽산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벽산은 창사 이래 최대 시련을 맞게 된 것이었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의 비상사태로 많은 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경영의 수장으로서 전권을 위임받은 저자의 특별한 노력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벽산은 1년 만에 기업 회생에 성공했다.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벽산이 워크아웃 전보다 더욱 튼실한 기업으로 재탄생하자 임직원들의 자신감도 한층 높아졌다. 비장한 각오로 CEO를 맡고서 이룩해 낸 일이라 당시 54살인 그에게 그 감회는 남달랐다.

 



 

자신의 꿈과 목표에 대해 믿음을 갖는 것만큼 

확실한 희망은 없다.

희망은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다.

자신의 목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선승구전先勝求戰이 가능하다.

즉 이미 승리를 확보한 후에

승리를 확인하러 전쟁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믿음보다 확실한 보증수표는 없다.

(108 쪽)

 
 

저자 김재우는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삼성물산 재직시 중동에서 1억 불 수주에 성공한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37살에 최연소 임원, 45살에 삼성항공 부사장 등 29년간 삼성맨으로 활동하다 52살에 타의로 삼성을 떠나게 되면서 심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워크아웃 중인 벽산그룹을 1년 만에 회생시키면서 '경영 혁신의 귀재'로 기업경영 현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열심을 버리고 재미로 일한다

 

자신이 원하는 길은 비록 그 길이 가시밭 길일지라도 재미가 있다. 재미는 바로 창의력으로 이어진다. 20세기에는 근면과 성실이 성공을 위한 최고의 미덕이었다. 그런데, 21세기인 지금은 유연한 창의력이 요구되는 때이다. 어느 경영자가 직원들로부터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열심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마치 기계처럼 생산의 도구로 전락하여 마침내 20세기 자본주의 발전모델인 '포디즘Fordism'으로 자리잡으며 '열심'은 바로 절정에 이르렀다. 포디즘이라는 대량생산 방식은 더욱 높은 강도의 노동을 요구하면서 생산성 향상이란 이름으로 빛을 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일자리 없는 성장'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즉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노동력이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제 높은 생산성은 누가 얼마나 '잘 노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재미가 없으면 생산성을 높일 수 없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재미와 창의성은 심리적으로 동의어라고 주장하면서 '창의적인 지식은 재미있을 때만 생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대개 재미있게 노는 듯 일을 하면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잘못된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에서 아니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김 교수는 21세기는 '나는 놈'위에서 '노는 놈'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길이 보인다

 

벽산의 턴어라운드는 '기본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IMF 경제위기는 누구도 겪어 보지 못했던 특별한 상황이었기에 벤치마킹 할 대상도 없었고, 이 분야의 전문가도 찾을 수 없었다. 스스로 살 길을 찾아 개척할 수 밖에 없었다. 불철주야 '어떻게?'라는 생각만 했다. 이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한 결과 당시의 벽산은 기본에서 벗어나 있음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몇 가지 방안을 실천에 옮겼다.

 

1. 나는 벽산의 30여 개 제품의 핵심은 내화단열임을 깨닫고, 이 부분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2. 브랜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벽산의 브랜드 가치를 핵심 역량으로 삼았다.

 

3.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켰다.

 

4. IT 인프라를 구축했다.

 

5. 임금체계를 혁신했다. 회사의 '저임금 고인건비'를 '고임금 저인건비' 체계로 변경했다.

 

6. 필요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7. 유통 혁신으로 직원들의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 주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았습니다"

-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 보지 않은 길> 중에서

 

여성 복서 김주희 선수의 일화이다. 김 선수는 챔피언 타이틀 4차 방어를 준비하던 중 엄지발톱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를 무시하고 훈련에만 매진했더니 상처가 악화되어 골수염으로 발전했고, 이로 인해 엄지발가락의 뼈 일부를 잘라내야 했다. 복서에게 몸의 균형을 잡고 체중을 분산시켜주는 발가락이 없다면 이는 치명적이다. 방어전을 치르지 못하고 타이틀을 반납한 그녀는 절치부심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기회가 왔다. 그녀는 발가락에 테이프를 칭칭 감은 채 링에 올라 끝내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제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려놓을 때이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사각의 링에서 우리 모두 쉽게 포기하고 내려오지는 말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자. 가슴 설레게 하는 일을 한다면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소설가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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