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고령화 속의 한국, 제2의 일본 되나 NEAR 동아시아 시대 준비 보고서 2
NEAR재단 엮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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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에서 개발경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외환위기에 빠졌듯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쟁체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양극화.고령화라는 21세기적 현상에 직면해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총량극대화가 민생 각 부문에서 나타나는 구성의 모순을 시정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수출과 무역 확대가 수출 채산성의 악화로 국내 총소득의 감소를 가져옴으로써 생산구조와 고용구조가 불일치하는 구조적 문제를 키워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다시 총량극대화.수출드라이브.국력신장에 주력하는 정책 노선으로 복귀했다. 이에 따라 양극화.고령화의 시정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양극화.고령화의 문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현상이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내 일조일석에 그 답을 찾아 해소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치권, 기업, 근로자 등 모든 국민이 이를 공유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양보와 배려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사회정책의 틀을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문제와 사회문제의 교호성交互性을 인정하고 각종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양극화.고령화라는 21세기 현상을 20세기적 정책가가 19세기적 자유시장시장경제원리로 대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의 일단을 함께 한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1년여 동안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뇌한 결과를 압축하고 정리한 것이다. 재정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사회복지에 두고, 복지재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복지와 고용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사회안전망이 중요하다. 또한, 공적연금체제에 대한 손질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범구 NEAR재단 이사장 '동아시아 시대 준비 보고서' 출간]

 

양극화, 고령화 현상

 

양극화는 양극화 자체 문제보다 중산층 또는 중간소득계층의 붕괴현상 때문에 건전한 사회 발전의 버팀목이 흔들리게 되어 사회안정을 해치게 된다. 튼튼한 중산층의 육성이 양극화 해소의 지름길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산업구조. 기업구조. 고용구조. 소득구조의 변화를 통해 이룩할 수 있는 것이므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기간 중 종합소득 상위 20%의 평균소득은 55.2% 증가한 반면, 최하위 20%의 평균소득은 5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종합소득의 비중이나 근로소득의 비중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이 자영업자의 급속한 도산이 이루어지고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부와 소득의 원천이 집중되는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고령화문제가 제기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많은 다른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기에 고령화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논의가 시작된지 10년 이상 경과했지만 이 문제에 접근하는 현재의 태도는 장기적 안목에서 본 지속 가능 경제발전과제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 4대강 사업이나 동서고속전철사업보다도 그 중요성이 낮게 취급받고 있는 듯하다. 양극화와 고령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사회보장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첫째, 최우선 과제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둘째, 복지제도의 효율적인 운영과 복지전달체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사회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넷째, 시장과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복지개혁

 

사회안전망 구축은 국가 간 경쟁에 나서는 국민에게 어떠한 위험이 닥치더라도 본인과 가족에 대해서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 동아시아 시대의 사회안전망 정책은  단순히 경쟁에서 살아야한다는 것보다는 동아시아 시대에서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발전하도록 하는 공영의 기본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령화, 양극화 시대의 고용

 

고용을 함께 고려하는 성장.고용 복합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에 연계되지 않은 대학교육은 경쟁력이 없으며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므로 '교육-고용-복지'의 융합전략이 필요하다. 향후 5년간 녹색기술과 창의산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창업붐과 함께 공공 부문의 적극적인 청년고용 촉진이 필요하다. 자영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이공계 청년들에게 '교육기부'를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 고학력 여성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양질의 보육서비스와 기혼여성 친화적 근무제도를 확산시키고, 근무제도를 유연화 시키자. 공무원과 공공 부문의 임금결정체계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임금을 줄이더라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직무형 임금체계로 개편하자. 노사관계도 고용친화적인 방향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재정개혁

 

저출산과 고령화가 다른 어떤 OECD 국가보다 늦게 시작되었으면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다. 먼저 재정에 관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재정을 건전하고 생산성 있게 유지하려면 정부.국회.시민단체는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서로 보완해야 한다. 한편, 국회는 이유 없는 추경 편성을 억제하고, 재정 관련 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또한, 정부는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위해 공공기관과 조세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조세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참 운이 좋았다.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한참 늦게 시작됐고,

그동안 잘 관리한 국가재정 덕분에 외환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운도 여기까지다." (294 쪽)


 




 

 

재단법인 NEAR(North East Asia Research)는 동아시아 문제에 특화된 연구재단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과의 균형있고 조화로운 관계를 도모하여 한국의 지속 성장과 선진국화를 이룩하는 데 필요한 연구역량을 결집하기 위하여 2007년 1월에 설립되었다. 비록 짧지만 4년여에 걸쳐 격동하는 동아시아 시대를 겪으며 한국의 독자적인 생존 방안에 대하여 깊이 있게 연구해 왔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동아시아 시대의 준비'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에 입각한 미래전략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양극화와 고령화 현상은 한국 경제의 성장통이다.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이를 극복하는 합리적 대안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 책도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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