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해도 괜찮아
강성찬 지음 / 일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프로복싱이 전성이던 때가 있었다. 빅게임이 있는 날이면 다방 문 앞에 TV 중계방송 안내 표지판을 붙였을 정도였다. 동료들과 함께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옛날이 생각난다. 1970년대엔 유독 실력있는 복서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엔 좋은 복서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매맞으며 돈벌지 않아도 되는 시절임을 대변하는 현상인 듯하다. 

 

그런데, 얼마 전 여성복서가 세계 5대 기구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눈에 띄었다. 남성들도 회피하는 스포츠 종목이 프로복싱이라고 한다. 예쁘장하게 얼굴을 가꾸어야 할 젊은 여성이 복싱이라니, 정말 인생에는 단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람은 자기가 읽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 마르틴 발저    

 

그렇다고 인생이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란 자신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은 이에 대한 답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왕 사는 것이라면 '살아지는' 수동적인 삶보다 '살아가는' 능동적인 삶의 자세가 좋지 않겠는가. 저자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 출신으로 책과의 만남을 계기로 밤낮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독서를 통해 그는 인생화두를 잡고 있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21 쪽)

 

그의 첫도전은 IBM 입사였다.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불리한 스펙을 안고 있었기에 IBM이라는 성 안으로 들어가기엔 너무나 높고 단단한 철옹성 처럼 보였다. 간절함이란 커다란 바위도 뚫고 무쇠도 녹이는 강렬한 힘이다. 그는 불리한 스펙에 굴하지 않고 회사로 찾아가 응시서류를 받아 들었지만 자기소개서에 단 한 줄도 채울 수가 없었다.

 

'본인의 주위나 학교, 세상을 위해 혁신한, 창의적 사례가 있는가?'

'21세기 세계화에 대비하려고 본인 자신을 세계화하려 노력한 사례가 있는가?'

(28 쪽)

 

2007년 새해가 코 앞에 다가온 즈음, 포항의 호미곶 일출을 보려고 그는 부산에서 약 120 킬로미터의 행군을 시작했다. 그의 계획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아버지도 동참했다. 붉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그는 다짐했다.

 

'올해는 반드시 IBM에 간다'

 

1박 2일 과정의 '웃음치료사', 2박 3일 간의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토익의 고득점, 3박 4일 간의 카이스트 국제 대학생 컨퍼런스 등 다양한 스펙을 쌓으면서 IBM 자기소개서를 채우기 시작했다. 2007년 하반기, 이력서는 초라하지만 자기소개서는 열정으로 가득 채웠다.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까지 잘 치루었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는 순간 그는 무척 행복했다.

 

열정 하나로 입사했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열정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겨우 몇 달을 지났을 뿐이었다. 프랭크 베트거의 <실패에서 성공으로>에서 언급되는 '카네기 코스'가 국내에도 교육과정이 있었다. 조금씩 열정을 회복하던 중 우연히 구본형 소장의 강연을 듣고서 새로운 것에 눈을 뜨게 되었다. 구본형 소장은 IBM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후 독립하여 1인 기업가로 성공했다. 2009년 새해가 밝아오자 그는 비장한 결단을 내렸다. 직장인이라는 길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내가 하는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미야모토 무사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20대'와 관련된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얻은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전라남도 광양시에 소재한 무등암을 찾았다. 책 50여 권을 싸 들고 입산한 셈이었다. 이제껏 독서하며 '무엇을', '어떻게'만을 고민했을 뿐 '왜?'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파헤치지 않고 지내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갈 때가 왔다. 여행은 아시아와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로, 유럽을 거쳐 남북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어졌다. 여행기간 중 많은 젊은이를 만났다. 한결같이 세상의 고민을 안고 살고 있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가는 길은 스페인의 북서부 대서양 변에 위치한 산티아고로 예수의 제자 야곱이 복음을 전하려고 이 길을 걸었던 데에서 유래한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야곱의 묘를 참배하려고 산티아고로 향한다. 과거 이 길은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했지만 지금은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벽안의 스님 현각, 그는 예일대와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한 엘리트였다. 그런데, 숭산 스님과의 첫 만남에서 그에게 던진 "너는 누구냐?"란 단 하나의 질문 때문에 그는 출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당시 현각은 자신의 이름은 어쩌구, 좋아하는 사람은 저쩌구 등을 늘어 놓았다. 그러자 숭산 스님이 버럭 소리 질렀다.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현각은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즉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모르겠습니다"

"네가 누구인지, 그것을 공부해라. 그것만 공부해라"

(158 쪽)

 

 

산티아고에 도착한 사람들은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모든 것이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깨달았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저자가 겪어야만 했던 방황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 과정의 하나였다. 자신만을 위한 정답을 찾고자 노력하지 않았다면 방황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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