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이 이긴다 - 직선들의 대한민국에 던지는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유영만.고두현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발명왕 에디슨은 '직류만이 진리이다'란 외골수 고집때문에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세르비아 출신의 기술자 니콜라 테슬라가 교류 모터를 개발하는 것이 못마땅해 그를 내쫓아버렸다. 그런데, 테슬라를 웨스팅하우스에선 받아 들였다. 송전 방식의 표준을 둘러싸고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에 벌어진 싸움은 결국 웨스팅하우스의 승리로 끝이난다. 직선적 사고로 앞으로만 돌진하던 에디슨은 곡선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한 웨스팅하우스에 완패하고 말았다.

 

법정 스님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에서 직선의 특징은 조급함과 냉혹 그리고 비정함이지만, 곡선의 속성은 느림과 여유, 인정과 운치라고 했습니다. 직선의 공간과 사물, 직선의 과정만이 가득한 이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태어난 아기들은 과연 어떤 성품과 태도를 가지게 될까요? 그 세상을 이끌어가는 우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요? (40 ~ 41쪽)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에서 '중요한'일과 '소중한'일을 구분하고 있다. 중요한 일은 시간을 다투는 일이고, 소중한 일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소중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매일 무엇에 쫓기듯 허둥대며 살아간다.

 

백천학해百川學海, '모든 시내가 바다를 배운다'란 뜻이다. 물은 직선을 고집하지 않는다. 바위를 만나면 유연하게 돌아간다. 굽이굽이 흘러서 결국엔 바다에 도달한다. 물은 흘러가다 웅덩이를 만나면 다 차기를 기다렸다가 앞으로 나아간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물은 빨리 흐를 때도 있고, 멈춰 고여 있을 때도 있고, 천천히 흐를 때도 있다. 좁은 길을 만나면 물살이 빨라지고, 넓은 강을 만나면 유유자적 흘러간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언급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물은 낮은 데로 임하고, 물은 다투지 않기에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곡선형 인간은 흐르는 물처럼 언제든 속도와 방향을 변경할 수 있는 사람이다. 천천히 가지만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커피전문점의 메뉴판에 에스프레소는 꼭 끼어 있다. 이게 없으면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의 다른 메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국민노예'란 별명을 얻은 삼성라이온즈의 정현욱 투수는 중간계투 요원이다. 선발도 마무리도 아닌 중간자였지만 위기 때마다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야구의 에스프레소맨이라 하겠다.

 

<손자병법>에 '우직지계迂直之計'란 말이 있다. 가까운 길로 곧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우회도로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계책이다.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가는 것이 고통스럽겠지만 결국엔 먼저 도달한다는 지혜를 담고 있는 병법이다. 눈 앞에 놓인 이익에만 매달리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힘을 비축하는 것이 나중에 더 큰 힘으로 발휘된다.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생 고수는 장기적 안목에서 롤러코스터 처럼 변화하는 불확실한 곡선형 삶을 즐긴다. 반면, 하수들은 단기적인 손익계산에 급급하여 장기적으로 기다리지 못한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을 살펴볼까요. 고수들은 하락장에서도 단기적으로 승부하지 않고 시장 변화의 흐름을 읽으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합니다" (116 쪽)

 

영국 시인 T.S. 엘리어트는 "불안은 창조의 시녀"라고 말했다. 곡선형 인간은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안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환경이 열악해지면 이듬 해 죽을 것이란 예감때문에 전나무는 유난히 화려한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처럼 곡선형 인간은 '역경'을 뒤집어 아름다운 '경력'으로 창조한다.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성공이 있고, 성공에 이르는 길 또한 많다. 성장통없이 어른이 되지 않는다. 성장통을 겪지 않은 청춘은 '오춘기'를 맞이 한다고 한다. 곡선형 삶은 성장통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서 부딪치며 경험한다. 인생은 결코 사지선다형이 아니라 주관식이다. 내 인생은 내가 직접 써가고 있는 진행형인 것이다.

 

곡선은 무조건 '느리게'가 아니다. 자신만의 속도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곡선형 삶을 사는 것이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의 저자 피에를 상소는 "외부에서 강요된 속도가 아니라 자신의 속도로 움직이는 게 느림이며,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했다. 마라톤 선수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완주한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오버페이스를 유발하여 자칫 경주를 망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 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 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중략)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 헨리 데이비스 소로의 <월든> 중에서

 

인생은 내가 가진 실력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보다 빠른 사람을 인정 못하고 추월하려 조바심 내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내 실력을 만들어 정말 필요할 때 속도를 올리는 지혜가 요구된다. 나만의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라고 한다. 핵심가치를 정확히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다음의 질문을 해보자.

 

1.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살아 있음을 느끼는가?

2. 어떤 공간에 있을 때 살아 있다고 느끼는가?

3. 나는 어떤 것을 가졌을 때 기쁨을 느끼는가?

4. 직접 만났거나 책이나 영화, TV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된 사람 중 끌렸던 이는 누구인가? 

 

<블루오션 전략>에서 김위찬 교수는 ERRC 방법을 제시한다. Eliminate(제거), Reduce(감소), Raise(증가), Create(창조)를 말한다. 나만의 핵심가치별로 없애고, 줄이고, 늘리고, 그리고 창조해야 할 리스트를 정리해 보자. 이제 그만 중요한 일에서 손을 떼고 소중한 일을 하자. 더 갖고 채우는 덧셈의 법칙이 아닌 버리고 그만두는 뺄셈의 법칙으로 새로 시작하자. 바로 지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