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LG가 농촌으로 가는 까닭은
정연근 지음, 김진석 사진 / 녹색시민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의 원래 이름은 '자연농원'이었다. 고 이병철 회장은 양돈업에 진출하기 위해 이곳의 넓은 부지를 구입하여 돈사도 지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신수종 사업을 구상했다. 바로 식품사업이다. 세계 주요국가들은 이미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용을 늘여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델란드, 덴마크 등 유럽국가는 식품 클러스터를 만들어 경쟁력을 키웠다. 네델란드 푸드밸리 식품 클러스터는 연간 약 50조 원의 생산을 기록해 네델란드 GDP의 약 10% 수준이란다.

 

국내 식품산업은 CJ, 롯데 등의 참여로 2007년 기준 매출 110조 원, 종사자 수 170만 명으로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 유니레버 등에 비하면 한참 뒤진다. 삼성연구소도 한국의 식품산업이 발전하려면 고부가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고 발효식품, 전통주 등 전통식품을 상품화하여 한식을 세계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식품산업은 매출 1억 원이 늘어날 때 고용인원은 3.6 명이 늘어난다. 이는 평균 2.2 명인 제조업보다 큰 고용 촉진형 산업이다 (15 쪽)

 

현대중공업은 2009년 4월 14일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하롤 제르노 영농법인의 지분 65%를 650만 달러에 샀다고 보도했다. 하롤 제르노는 비료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농지의 비옥도를 유지하고자 전체 농지의 30%만 경작하는 친환경 윤작농법을 채택한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 까지 5만 ha 규모의 농지를 확보할 예정이란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하나로 이 농장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충남 성환에서 된장 등 전통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다. 또한 연암대학을 설립하여 축산, 원예 등 농업전문인을 양성하고 있다. 이 대학 후생관에서는 구 회장이 만든 청국장, 된장 등 전통 발효식품을 팔고 있다. 또한, 일본의 속성 재배법을 도입하여 장미의 품종 개발에도 힘써 왔다. 구 회장의 농업과 생명산업에 대한 열정은 삶에 대한 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자연속을 뛰어다녔던 어린 시절은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이었다. 씨를 뿌리면 어김없이 싹을 밀어내는 흙의 신비함에 경탄했고, 절기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사는 지혜도 깨우쳤으며, 그 속에서 굳건히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인내심도 배울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이 훗날 인생관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고, 결국 은퇴후 자연으로 돌아오게 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자연은 내게 있어 큰 스승이었다. 나의 생각을 자유분방하게 하고 자연 친화적인 삶으로 가꾸어 주었기 때문이다." (23 - 24 쪽)

 

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09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의 농촌 인구는 1939년 17.6%, 1961년 20%, 1981년 26.5%, 2002년 28.5%로 점차 늘면서 오랜 기간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의 농촌인구가 1960년대 72%에서 2005년 18.5%로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고려할 때 너무 비교된다. 선진국의 사람들이 농촌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교통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이동시간과 비용이 줄었고, 도시 주거환경의 악화로 깨끗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고, 낮은 범죄율은 자녀 양육에 우호적인 곳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젊은이들이 원하는 농촌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지역공동체에서도 그 해법찾기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도 삶의 양식이 바뀌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농업과 농촌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이 발달하면서 도시인들이 농촌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농촌에서 농사를 주업으로 한다면 이는 '귀농'이다. 반면, 다른 직업을 갖고서 농촌살이를 한다면 이는 '귀촌'일 것이다. 귀촌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농촌에서의 삶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시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을 것이다. 도시화는 지금도 여전히 대세이다. 특히, 인구가 많은 저개발국은 도시화가 강세를 보인다. 도시민 10명 중 4, 5명은 향후 귀촌의향을 가지고 있고 평균 58세에 귀촌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농사를 짓기위해 귀촌하겠다는 사람은 불과 6%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이들은 귀촌을 막는 요인으로 편의시설이나 자녀교육에 대한 애로를 꼽는다.

 

최근 농촌으로 들어간 사오십대와 삼십대 젊은 귀농인들이 새로운 농업기술을 선입견없이 수용하고 자신들의 인적 네크워크를 활용한 판매로 부자대열에 합류한 성공스토리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정부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여 농촌을 국민의 20% 이상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삼성, 현대, LG가 농촌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곳에 돈이 있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도 농촌에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은 더 쾌적한 삶을 위해, 후진국은 소득 증대를 위해서이다. 내가 꿈꾸는 농촌의 모습은 제각각일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으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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