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내 삶은 눈부시다 - 마지막 하루까지 행복하기 위해 '하프타임'
이병욱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라톤에 미쳐 그 해 전국을 돌며 열 세번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반환점을 돌아 운동장에 들어서 결승 테이프를 끊는 순간 마침내 완주했다는 희열에 'Runners high' 라는 오르가즘이 느껴진다. 장거리 뛰기에 있어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훨씬 더 힘이 든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28년간 암만을 치료해 온 전문의사가 암은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건강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이때가 바로 하프타임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나이 마흔에 포천 중문 의대에 스카우트되어 '암치료엔 메스가 최선일까?' 란 의문을 안고 살았다. 아무리 암을 깨끗이 제거해도 다른 부위에서 암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암세포의 근원을 찾아 없애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하프타임을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하프타임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20쪽)

 

깜빡하면 놓친다.

 

하프타임은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시점이 다양할 것이다. 방송에 골든타임이 있듯이, 의학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때가 골든타임이다. 예를들어, 뇌경색이 되어 한쪽 몸이 마비되어도 3 시간안에 치료를 받으면 정상으로 돌아갈 확률이 매우 높다. 이 3 시간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30대 중반부터 하프타임을 계획하여 마흔에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심리학자 융은 35세에서 40세 사이에 청년기와 젊은 성인기가 끝나고 중년기로 접어들며, 중년기에 접어든 사람은 새로 정립된 가치관에 의거하여 자신의 삶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가치를 깨닫기 위한 틈새, 이것이 하프타임이다." (31쪽)

 

많은 시한부 환자들이 건강했을때, 올바른 길을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말기 폐암 환자로 병상에 누워 온 국민을 대상으로 '절대금연'을 홍보했던 코메디언 이주일씨도 자신의 하프타임을 놓친 것을 후회했다. 늦기전에 선택하여 후회대신 희망의 에너지를 듬뿍 받도록 하자. 하프타임에도 규칙은 있다. 소리내어 알리고, 속 먼저 살피고, 절대 조급해 하지 말며, 무조건 즐기고, 사방을 살피라는 것이다.

 

쉼표가 필요해

 

2002 월드컵 4강 쾌거는 알려진 바와 같이, 히딩크 감독의 체력 훈련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하려는 우리에게도 체력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저자도 40세에 만병의 근원이 되는 만성 피로상태였지만 하프타임을 통해 '5기 건강법'을 실천했단다. 이를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제대로 먹고 제대로 배출하기

2. 제대로 숨쉬기

3. 제대로 움직이기

4. 제대로 쉬고 잠자기

5. 제대로 마음 다스리기

 

건강에는 비법이 없다. 기본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최고이다. 얼짱을 위한 무리한 다이어트는 '살빼기'가 아니라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뼈빼기'가 될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아픔에도 민감해야 하고, 술 담배 등 수명을 단축하는 나쁜 습관을 바꾸어야만 한다. 중국 한나라 말기의 명의 화타도 가장 좋은 의사는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의사라고 말했다.

 

마음도 건강진단이 필요하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가 깃든다. 사춘기를 지나 중년 초입에 또 한차례의 성장통이 찾아온다. 사추기이다. 흰 머리가 늘고, 머리털이 빠지고, 시력이 떨어지고, 생리량도 줄어든다. 이런 혼란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모색해야 한다. 잘못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떄문이다. 4-50대에 우울증이 가장 많이 생긴다. 신경정신과에서는 이를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감기는 가벼운 질환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암 다음으로 많은 40대의 사망 원인이다. 연예인의 자살 소식을 자주 접한다. 대개는 우울증을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이 걸리는 마음의 병으로 인식하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도 하지 않고 병을 키워 자살로 이어진 것이다. 세계 보건기구는 '인류를 괴롭히는 세계 3대 질환'에 우울증을 선정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마음은 병도 이겨낸다. 암을 이겨낸 사람의 공통점은 첫째 나을 수 있다는 마음, 둘째 긍정적인 마음, 세째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다. 아무런 이유없이 몸이 욱신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서 병원에 가면 신경성이란 진단을 내린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매우 밀접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플라시보 효과'이다.

 

외로움에 떠는 유아독존

 

아파트라는 주거문화의 탄생과 함께 우리에게 찾아온 핵가족은 현대인의 관계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가족에대한 배려, 사랑, 존경심은 사라지고, 무관심, 외면, 그리고 개인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자녀도 한 두명만 낳아서 이들 자녀도 이기적으로 자란다. 대가족의 풍성한 관계가 핵가족의 단촐한 관계로 바뀌어, 인성은 아예 멀리 출장가고 말았다. 40대의 경우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직장과 가정 중 우선을 선택하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절대 포기 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하라면 누구나 가정을 택할 것이다.

 

미국 South West 항공은 1주일에 하루를 '생각하는 날'로 정하여, 직원은 사무실에서 벗어나 호젓한 호수가를 거닐며 자기 자신을 생각한다고 한다. 한국의 모은행도 매주 수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하고 야근금지령을 내렸다. 다산 정약용은 살아 생전 자녀들에게 정신적 유산, 근勤과 검儉을 주었다.

 

"나는 논밭을 너희들에게 남겨줄 만한 벼슬을 못했으니, 오직 두 글자의 신비로운 부적을 주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이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 (181쪽)

 

아낌없이 살자.

 

랜디 포시 교수는 자신의 베스트셀러인 [마지막 강의]의 말미에 "사실 이 강의는 여러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세 사람, 나의 자식들이 자라서 보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곧 죽습니다. 하지만 남은 날동안 신나고 재미있게 살겁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는 45세에 췌장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고, 2008년 여름 47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약 3개월 전에 나의 아버지도 89세의 생으로 삶을 마감하였다. 간,폐,뼈 등 다발성 말기 암이었다. 사실 아버지는 아픈 허리를 치료키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말기암 판정을 받았었다. 아버지의 유품 정리를 하다가 '모리와 함꼐 한 화요일' 이란 책을 발견하였다. 아버지는 이 책 영향을 받았는지, 성당에 열심히 다녀 요셉이란 세례명도 받았었다.

 

최근에는 품위있는 죽음에 대해 강의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요점은 'Well Dying'이다. 품위있는 죽음을 위해서는 몇 가지의 기술이 필요하다. 사람을 대할 때 오늘이 마지막이란 마음을 가지거나, 유언장이나 묘비명을 미리 써 놓는 것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 버나드 쇼의 묘비명

 

 

하프타임은 행복한 인생 후반기를 위한 시간이다. 많은 환자들이 암에 걸리고 나서야 자신의 행복을 깨닫듯이, 인생이 배움의 길이란걸 인정한다면, 하프타임은 꼭 필요하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지금 우리는 인생의 작전 타임을 알리는 휘슬을 불 때가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