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만화책 - 캐릭터로 읽는 20세기 한국만화사, 한국만화 100년 특별기획
황민호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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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20 세기 만화사를 정리한 책이다. <소년챔프> 등의 편집장을 지냈고 지금은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저자가 우리 만화의 주요 캐릭터들을 하나씩 들춰내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어릴 적 학교를 파하면 집으로 가는 길에 들리던 곳이 동네 만화방이었다. 용돈이 없어 기웃대기라도하면 외상으로 보라며

회심의 미소를 짓던 주인 아저씨, 만화방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던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 모두 아련한 옛 추억들이다.

 

코주부, 고바우, 라이파이, 꺼벙이, 독고탁, 이강토, 둘리, 구영탄, 토끼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만화 캐릭터들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모습에 열광하면서 그 모습이 나인양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저자는 "막연하지만 아름답고 행복할 거라고 믿었던 미래에 대한 환상과 함께 만화의 영웅들은 나를, 우리를 지탱시켜준 희망" 이었고, "그들과 함께했던 시절의 추억이 오롯이 남아 있기에 나는 존재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피력한다.

 

이러한 추억의 시간을 되돌려 마치 타임머신을 탄듯, "캐릭터로 읽는 20세기 한국 만화사"란 제목을 붙여 이 책은 우리에게 당시의 인기 만화들을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만화사가 100년이나 되었다해도 그 캐릭터가 기억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 기회에 만화사를 요약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30 - 50대에게는 추억을, 10 - 20대에겐 흥미를 제공한다. 만화 캐릭터에 대한 향수가 새대별로 천차만별일 것이다. 소위 1 세대의 추억이라면 김용환의 코주부, 김성환의 고바우, 산호의 라이파이가 될 것이다. 코주부는 그 시절 서민들의 다정한 이웃집 가장의 모습이었고, 그들의 눈높이에 적당한 삶의 애환을 대변하는 캐릭터였다. 특히, 뛰어난 과장법과 비유법을 활용하여 풍자가 생명인 만화의 본질을 잘 보여주었다. 김성환의 고바우는 50년에 걸쳐 2000년 9월 29일 문화일보를 마지막으로 총 14,139회를 연재했다. 고바우를 통해 대중들은 시류의 흐름을 읽기도 하고, 분출하기 어려운 속내를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했다.

 

1950년대 말부터 발표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산호의 라이파이는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수호하는 한국판 슈퍼맨이다. 총알을 피하고, 빛보다 빠른 제비기를 타고, 유도창, 무선호출기 등을 갖춰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악당들을 물리친다.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SF 만화였기에 당시로선 신선한 장르였다. 라이파이가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의 모습이라면, 길창덕의 꺼벙이는 재치 넘치는 착한 악동의 이미지로 똑똑한 주인공과는 대별되는 캐릭터였다.

 

수많은 만화가들에 의해 캐릭터가 지금도 개발되고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아기 공룡 둘리는 한국 만화의 위상을 높여준 캐릭터이다. 저자는 만화의 캐릭터를 세대별로 분류하고 그 특징들을 각각 설명하고 있다.

1940 - 1950 : 친근한 이웃, 영웅화, 초인화 - 코주부, 고바우, 주먹대장, 라이파이

1960 - 1970 : 귀여운 주인공, 명랑 만화, 만화스타 춘추전국시대 - 꺼벙이, 일지매, 고인돌, 독고탁, 이강토, 다모, 강가딘 등

1980 : 획일화된 영웅 이미지는 싫다 - 복수의 화신 최강타, 사랑에 감염된 영웅 오혜성 등 

1990 : 사회성과 시대성을 띄고 있는 캐릭터 -  변금련, 황대장, 남궁건, 이화, 토끼

 

저자는 한국의 만화사를 캐릭터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총 26 명의 만화가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담긴 회고와 함께 "아직 인생의 희망이 남아 있던 시절, 장차 영웅의 모습으로 살고 싶었던 우리를, 우리가 꿈꾸던 세계로 이끌었던 만화 주인공들에 대한 비망록"이라는 그의 말이 무척이나 공감된다.

 

최근에는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아이돌, 아이콘이라는 용어가 부상하며 캐릭터성을 대변하고 있다. 만화의 사회적 영향력이 위축된 사이에 다른 분야의 스타들이 아이돌과 아이콘이란 이름으로 대중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만큼 만화 주인공 역시 보다 업그레이드 된 캐릭터로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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