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박지우.송호창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코믹한 판토마임의 소재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누군가 거리 한복판에서 허공을 바라보았다. 주변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세 명이 함께 허공을 바라보자, 주변사람들도 한 둘 따라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 책은 동조의 위험과 이견의 중요성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앞서 코믹한 장면이 바로 동조현상이다. 이러한 인간의 행동은 정보와 평판을 의식한 것이다. 즉, 개인의 신념과 행위에는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 첫 번째 요소는 타인들의 행위와 진술을 통해 전달된 정보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 요소는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보편적인 열망이다.

 

재판과 같은 사회적 현상에서도 동조현상이 나타난다.

덜 보수적인 판사가 보수적인 두 명의 판사와 함께 판결을 내릴 경우, 그 판사는 보수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의 상황인 덜 민주적인 판사가 민주적인 두 명의 판사와 함께 판결을 내릴 경우에 그 판사는 민주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동조는 사회적인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이견을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동조가 유행병처럼 파급되면 사회적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이 더욱 심해지면 집단 편향성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압력은 개인과 조직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집단 사고라는 개념은 어빙 야니스가 주창한 것으로,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은폐, 히틀러에 대한 네빌 체임벌린의 유화정책, 에드셀을 판매하겠다는 포드의 결정,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챌린저호를 발사하겠다는 NASA의 결정, 1941년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등은 집단 사고의 결과물이다. 불충분한 조사나 왜곡된 정보 처리 등으로 말미암아 부적적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단 간 다툼, 극단주의, 테러, 전쟁, 기업의 성공과 실패, 언론 자유의 중요성, 법에 대한 순응과 불응, 고등 교육에서의 적극성 시정 조처를 둘러싼 논란 같은 여러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이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 "발가벗은 임금님"을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도 벌거숭이임에도 마치 옷을 입은 임금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런 기만적인 행동이 만연되어 있기에 쉽게 물리치기도 어렵다.

 

저자는 "이런 부정의, 억압, 집단폭력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선량한 사람들이 침묵하기 때문" 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에 누군가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집단적인 합의 속에 숨겨진 모순점을 밝히고자 한다면 그들은 처벌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직장을 잃거나 아니면 왕따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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