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걸음만 앞서 가라 - 정치학자 강상중, 아시아의 리더 김대중에게서 배우다
강상중 지음, 오근영 옮김 / 사계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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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주목받는 도쿄대 정치학 교수 강상중은 2005년 5월 23일 도쿄대학 야스다 강당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초빙하여 강연회를 가졌다. 이 인연으로 200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만남의 관계를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란 질문을 던진다.

 

한 국가를 이끌어 가는 리더는 "카리스마형" 이나 "CEO형" 보다는 역사의 지혜를 알고서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며, 그는 이런 모습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찾아내고 이를 "반걸음 리더십"이라고 명명했다. 김 전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나는 민중의 반걸음 앞을 걷는다" 란 말로부터 리더십의 핵심을 찾아낸 것이다. 민중들보다 한참 앞서 가는 사람은 돈키호테같은 몽상가이거나 혹은 혁명가 내지는 독재자일 뿐이다.

 

김 전 대통령은 80년대 옥중시절 앨빈 토플러의 [제 3의 물결]을 읽고서 장래의 사회가 "정보화와 소프트 파워의 시대" 임을 직감하고, 앞으로 리더십 발휘가 점점 어려운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서, 유연하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구상한 것이 바로 "반걸음 앞" 이다. 따라서, 주위 사람에 아주 조금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사람들을 잡아당기는 리더십인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리더 파워는 일곱 가지로 요약된다.

선견력 - 리더라면 "비전"을 보여라.

목표 설정력 - 구체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

동원력 - 이것이 바로 "카리스마" 의 요체이다.

의사소통 능력 - 기발한 문구를 만들어라.

매니지먼트 역량 - 정보관리와 인사관리

판단력 - 날것 그대로의 지성과 건조된 지성

결단력 - 고독을 견딜 수 있는 정신력

 

2009년 4월 7일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에서 두 사람은 대담을 가졌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적" 은 없고, 다만 "라이벌" 만 있을 뿐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뿐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도 과거에 나를 죽이려고 한 적이 있지만 그들에게 나는 아무런 보복을 하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한다. 또한, 민주주의는 피로 얻었기에 "보복의 사슬"은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는 긴 안목으로 보면 반드시 전진합니다" 역사가 잠시 돌아가는 경우가 있어도 후퇴하는 일은 결코 없다. "민심이 곧 천심" 이라는 말처럼, 민중의 의지가 반드시 역사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일본 망명시절의 혹독한 상황에서도 국민을 배신할 수 없다는 신념때문에 분발할 수 있었다며 정치가는 역사와 승부하는 결단력을 갖추어야 함을 시사한다.

 

정치가는 눈앞의 상황을 잘 살피면서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리더가 국민보다 두 걸음, 세 걸음 앞으로 나서면 국민과 마주 잡고 있는 손이 떨어질 것이고 그들은 따라올 수가 없다. 우수한 혁명가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한 손으로는 국민과 손을 잡고서 그 손이 떨어지지 않도록 반걸음만 앞으로 나가야 한다.

 

반면, 저자는 김 전 대통령의 반걸음 리더십의 설명과 함께 일본 정치 지도자 고이즈미 전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제스처와 구호로 "뭔가 해줄 것" 같은 분위기로 인기를 모았지만 실제론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다면서 "고이즈미 리더십은 엄밀하게는 '리더십' 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 혹평한다. 쇼맨십 같은 리더십은 사회를 이끌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일곱 가지의 리더 파워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하며 책의 끝을 맺는다.

언어의 힘 - 대중을 매료시키는 뛰어난 화술

책임감 - 위험을 무릅쓰는 역량

신념 - 자신을 던지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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