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신체의 다른 부위에 비해 팔과 다리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짧다는 말입니다"  의사가 또 말문을 연다.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중략) 아기에게 눈이 없습니다" (18쪽)

1988년 3월 10일, 한 아기가 탄생했다. 그의 이름은 패트릭 헨리 휴스이다.

 

아기의 부모는 자신들의 귀를 의심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이다. 두 눈의 안구가 없다. 팔다리가 짧고 심하게 굽어있다. 아들을 얻게 된 오늘이 기쁨으로 충만해야 함에도 오히려 매우 고통스러운 날이 되고 말았다. 헨리는 선천적으로 희귀한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이다. 현재 그는 루이빌 대학의 마칭밴드의 연주자이다. 한편, 2007년 1월 "오프라 윈프리 쇼" 에 출연한 후 그가 연주하는 장면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은 많은 사람들의 접속 조회속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그의 부모는 그에게 최고의 스승이었다. 장애아란 비극적인 현실을 겸허하게 수용함은 물론 좌절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눈물겨운 분투와 헌신적인 사랑은 금메달감이다. 그는 자신의 탄생을 가족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레몬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세상에 온 것으로 비유하면서 "아마도 우리 가족은 오렌지를 더 좋아했을 것이다. 오렌지가 더 달고 덜 시니까. 하지만 삶은 원래 이런 것이다. 아무리 애를 써본들 레몬을 오렌지로 바꿀 수는 없다. 우리 부모님은 살면서 어떤 일이 생기든 포기하지 말고 맞서 부딪쳐나가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라고 말한다. (19쪽)

 

그는 어렸을 때, 여섯 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소아과나 안과를 자주 들락거렸다. 엉덩이와 다리 수술엔 실패하고, 곧바로 눈 수술에 들어갔다. 이 때가 막 두 살을 넘겼을 때였는데, 첫번째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네 살 무렵, 두번째 수술을 받고선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열 살 때엔 척추가 S자 모양으로 심하게 굽었기 때문에 이를 수술받았고 이것이 마지막 수술인 셈이다. 이렇게 그의 신체적 장애를 개선키 위해 그의 부모의 사전에는 '포기'란 단어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아기였던 시절, 엄마가 외출하여 아버지가 그를 돌보게 되었다. 우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는데, 뭐가 못마땅한지 아기는 목이 터져라 울기만 했다. 흔들의자에서 흔들어 주어도, 노래를 불러 주어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그의 아버지가 피아노를 연주하자 아기는 울음을 뚝 그쳤다. 이후 피아노 놀이는 아버지의 맘에 쏙 들었고 이를 계속했다. 그는 두 살이 되기 전에 멜로디에 화음을 넣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후 힌다 선생님이 헌신적으로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루이빌 대학에 입학해서는 터널 박사가 그에게 트럼펫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의 대학 전공은 음악이 아니라 스페인어였다.

 

"세상에는 자신을 채워주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그 무엇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것을 찾고 싶다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가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찾게 된다. 아마 찾아내는 순간, 자신이 평생 동안 찾아 헤매던 바로 '그것'임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110쪽)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의 아버지는 대학 캠퍼스 내에서 물심양면으로 그의 눈과 다리가 되어 주었다.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대학교 마칭밴드에 들어갔다. 대학에서 열리는 모든 야구 경기를 무료로 관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밀어주는 일은 그의 아버지가 맡아서 밴드 연습에 참여했다. 연습이 끝나면 그들 부자는 거의 탈진상태가 된다. 켄터키 대학을 상대로 첫 시합을 벌이는 풋볼 경기장에서 마칭밴드 일원으로서 참가했다. 그들 부자는 지나간 그 모든 시간에 감동을 느꼈다. 그의 연주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에선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내 어깨를 가볍게 친다. 때가 되었다. 내 심장이 룸바춤을 추듯 격렬하게 고동친다. 이 순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넘치는 축복을 느낀다.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나를 느낀다. 트럼펫을 들어올려 내 입술에 갖다댄다. 나는 가능성이다."

(302쪽)

 

책장을 덮는 순간 TV에서 시청한 적이 있는 가수 이상우의 자폐아 아들의 교육이야기, 또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영화 [말아톤]의 모자 이야기가 머리를 스쳐 간다. 교육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장애아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시설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개개인의 재능을 토대로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한번 더 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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