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제학 - '슬로 라이프'의 제창자 쓰지 신이치가 들려주는
쓰지 신이치 지음, 장석진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유적을 발굴하러 간 탐험가 일행이 정글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 일행에는 짐을 운반하는 포터로 인디오 원주민이 몇 명 고용되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무거운 등짐을 지고 걷고 있었다. 처음 나흘간은 일정대로 무사히 나아갔다. 하지만 5일째 되는 날, 인디오들이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길 거부했다.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등글게 원을 그리고 앉아, 협박과 회유를 반복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런 채로 시간이 이틀이나 흘렀다. 그런데, 인디오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등짐을 지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탐험가들은 도대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며칠 뒤 그 이틀간의 일에 대해 인디오는 이렇게 답했다.

 

"너무 빨리 걸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면 행복해 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경제 성장" 이라는 토끼를 잡기 위해 불철주야, 동분서주했었다. 그 결과로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모두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우리 사회는 부자도 빈자도 서로 고통을 느끼며 살고 있는 현실이다.

 

이 책은 독특하다. 문화인류학자인 쓰지 신이치가 말하는 행복한 경제 이야기이다. 저자는 경쟁하듯 하루 하루 급하게 살기 보다는 자신이 발을 딛고 서있는 땅과의 조화를,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를, 그리고 느리게 살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해답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디오 포터들의 말처럼 "영혼의 유무"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람과의 연결, 사물과의 연결, 일들의 연결엔 영혼이 깃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분명한 것은 영혼이 깃든 연결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환경 파괴와 오염, 대량 실업, 이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그간 우리가 믿었던 물질적인 풍요가 결코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1970년 대, 부탄의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전 국왕이 당시 이십대의 젊은 나이로 여러 나라의 수뇌들을 초대하여 연설한 자리에서 "GNP보다 GNH가 더 중요합니다" 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여기서 H는 Happiness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국민총행복"이다.

 

2006년 영국 레스터 대학에서 조사한 각국의 행복도 조사에 의하면, 세계 178개국 중 일본은 90위, 한국은 103위이다. 참고로 1위는 덴마크이며, 부탄은 8위, 미국은 23위이다. 풍요롭지만 행복이 빈곤한 나라, 이는 경제 개발과 발전이 지상 최대의 과제란 불치병이 만들어 낸 결과물인 것이다. 경제 시스템이 자연환경을 파괴해왔고, 전쟁을 일으키고 빈부의 격차와 빈곤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소비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불행의 씨앗을 부지런히 뿌려왔던 것이다.

 

호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인 클라이브 해밀턴은 행복으로의 티켓을 독점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제까지의 경제학이 사실상 거의 전무할 정도로 행복에 대해 무지하다고 강조한다. 풍요의 환상 속에서 이제껏 상식으로 수용했던 세 가지의 명제를 살펴보면 결코 성립되지 않음이 명백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 부유한 나라의 국민은 빈곤한 나라의 국민보다 행복하다.

- 같은 나라 안에서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행복하다.

- 사람은 풍요해지면 풍요해질수록 행복하다.

 

미국 부시정권 시절, 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반체제 인사 촘스키는 "모두가 전쟁에 참가하는 일을 멈추면 테러를 막을 수 있다" 고 궤변론적 답변을 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을 누가 묻는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촘스키라면 "풍요" 또는 "경제성장" 이란 신앙에서 발을 빼면 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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