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김태원 지음 / 지식노마드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입에서 yes를 듣기보다는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상대방은 나의 의도와는 달리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거나, 또는 거절하기 일쑤이다. 이처럼 소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 를 쉽게 들을 수 있는 비결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주장, 설득, 대화, 협상의 네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이를 "커뮤니케이션 4 分面" 이라 부른다. 각 분면은 이익에 민감한지의 여부 그리고 소통의 흐름이 일방 또는 양방향인지의 여부에 의해 나뉘어 진다. 만약 이익에 민감하면서 양방향성이 강하다면 "협상" 이고, 이익에 민감하지만 일방성이 강조되면 이는 "설득" 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통의 대칭성의 여부에 따라 "주장" 과 "대화" 로 나뉠 수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화는 한 분면에 머물지 않고 쉴새없이 4 분면 사이를 오가기 마련이다.

 

우리의 뇌에는 원시 조상이 겪은 수많은 상황이 유전자인 DNA에 고스란히 암호화되어 남아 있다. 첫째는 식별능력이고, 들째는 의식이며, 셋째는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지 살펴보자.

 

10만 원을 준다. A는 B와 얼마를 나눌지 결정하는 사람이다. B는 이를 수용할지 선택권이 있다. 즉, B가 수용한다면 즉시 10만 원이 지급되고 거부하면 없던 일이 된다.

 

B는 얼마를 주던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당연 이익이다. 경제학에서 언급하는 합리적 인간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다르다. 만약 A가 9만 원을 갖고 B가 1만 원을 받는 배분 방식은 대부분 거부한다.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동남아에서는 50대 50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합의가 안되는 사례도 있고, 게임의 이름을 고상하게 "월스트리트 게임"이라고 바꿔 시행할 경우 분배의 비대칭성이 훨씬 심해지고 "커뮤니티 게임" 이라고 명명하면 좀 더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실험 결과로 나타난다.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할 상대가 감정에 의해 판단하고 결정한 후, 이성적으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성적 설명만 믿고 있다면 우리는 헛다리를 짚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두뇌는 원시시대의 상황에서의 과제를 쉽게 해결하도록 진화해왔다. 그런데, 고차원적 사고도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뇌의 존재가 밝혀졌다. 이를 "도마뱀의 뇌" 라고 부른다. 포유류가 도마뱀에서 갈라져 나오기 이전부터 공유한 기능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은 말로 구뇌(old brain) 라 한다.

 

한편,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쉬가 지적한 "죄수의 딜레마" 처럼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고 그에 따라 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신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 란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매우 독특한 존재로 믿는 경향이 농후하다. 따라서,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의 상대가 구뇌와 함께 이러한 신뇌도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소통의 오류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삼고초려" 의 고사를 살펴보자. 꿈은 크지만 이에 비해 세력이 초라한 유비는 최고의 인재를 수소문하여 힘겹게 와룡의 집을 방문하지만 두 번이나 허탕을 치고 세 번째 방문에서 대면에 성공한다. 이 자리에서 제갈공명은 유비에게 극강의 프리젠테이션을 펼치며 천하를 삼분할하는 형세의 미래 비전까지 제시한다.

 

구뇌는 생존 목적에 최적화된 기관인 반면, 신뇌는 사고의 고등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우리의 뇌에 직접 소통하는 효과적인 기술이 분명 존재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WHISP 원칙을 배운다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자극주기 Wake - up

 

상대의 주목을 이끈다. 제갈공명이 유비로 하여금 두 번이나 허탕을 치게 만들어 상대방의 애를 태우고 약을 올려 주의를 일깨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생생하기 Hot

 

얻은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제갈공명은 유비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는 프리잰테이션을 했다. 즉, 세가 불리한 유비의 미래상을 삼분할 전략으로 생생하게 제시한 것이다.

 

이익제시 Interest

 

모든 메세지의 핵심 내용이다. 제갈공명은 유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했다. 즉, 관우, 장비 등 무력은 뛰어나지만 책략가가 없는 유비 진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자신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야기하기 Story

 

대화의 포장이자 정렬하는 방식이다. "삼고초려" 스토리는 유비의 창업 동지인 관우와 장비를 견제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를 한다. 우두머리 격인 유비가 받들어 모시도록 제갈공명은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자아와 결합 Persona

 

페르소나는 에트루리아말로 연극할 때 쓰는 가면을 뜻한다. 즉, 연극속의 인물 또는 사회적 역할을 의미한다. 제갈공명은 유비가 한실의 종친이자 현명한 선비들이 갈구하는 명군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정통성을 부여하면서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는 구뇌를 초월하여 유비의 자아까지 연결시키는 탁월하고도 교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인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배재학당에 입학할 때의 일화이다. 미국인 선교사와 구술 면접을 했다.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평양입니다"

"그래? 평양은 여기서 얼마나 되나?"

"8백 리 정도 됩니다"

"그러면 평양에서 배우지 무엇하러 여기까지 왔는가?" 

"하나 여쭙겠습니다. 미국은 여기서 얼마나 멉니까?"

"응? 글쎄...... 8만 리쯤 될까"

"선생님은 가르치시러 8만 리를 오셨습니다. 학생이 배우러 8백 리를 못 오겠습니까" 

 

WHISP의 다섯 가지 소통 원리를 잘 숙지해서 체득할 필요가 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구조화된 "도마뱀의 뇌" 의 특성을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WHISP의 원리를 내면에 장착했다면 이미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인 된 셈이다. 또한, 이 책은 친절하게도 비즈니스의 상황에서 마주치는 주장하기, 대화하기, 설득하기, 그리고 협상하기의 네 가지 커뮤니케이션 상황별로 실제 적용 방법도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와 마주하더라도 YES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 준 이 책은 나에게 매우 유익한 도서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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