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딸
마크 탭 외 지음, 김성웅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불의에 발생한 사고로 내 주위의 친지가 생을 마감한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대학 재학 시절, 군 제대후 복학하여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냈던 친구가 있었다. 그는 가정 형편때문에 입주 가정교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늘 아쉬워하며 종종 걸음으로 귀가를 서두르고 했다. 추운 겨울 학기 성적표를 받기 위해 학과 사무실로 향하는데 교학 담당 선생이 급히 손을 흔들기에 단숨에 달려갔다. 어제 저녁 학교 앞에서 막걸리를 마셨던 그 친구가 지금 모 대학병원 영안실에 안치 중이라는 것이었다. 사인은 가스중독사라고 했다. 한동안 난 그 친구가 묻힌 공원 묘소를 매주 찾아간 적이 있었다.

 

반 린 가족의 막내인 22살의 로라와 세락 가족의 차녀인 18살의 휘트니는 인디애나 州 업랜드에 위치한 기독교 학교인 테일러 대학교 동창이다. 2006년 4월 26일 테일러 대학교 학생 다섯 명과 교직원 4명을 태룬 승합차가 트럭과 충돌하는 참사를 당했다. 이 차에 로라와 휘트니도 타고 있었다. 조사결과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사고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학생 4명과 교직원 1명은 즉사했고, 생존자 2명은 헬기로 인근 병원에 이송되었다.

 

대학교에서 마련한 합동 기도회에 수천 명의 학생들의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며 슬픔을 나누었다. 사고 발생 후 5주 무렵, 로라를 간호하던 반 린 가족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들이 간호하고 있는 아이가 로라가 아닌 것이다.

한편, 병원으로부터 세락 가족에게 한 통의 전화가 새벽 2시 경에 걸려온다. 병원의 검시관이라고 밝히면서 "따님이 살아 있을 수도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라는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이미 딸 휘트니의 불에 탄 시신을 장례를 마치고 땅에 묻었는데 이 무슨 해괴망칙한 일이란 말인가. 병원측 얘기는 신원 파악 과정에서 실수가 생겨 로라와 휘트니의 신원이 서로 맞바뀌었다는 설명이었다.

 

한편, 생존자로 오인된 로라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며 극진한 간호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딸의 회복만을 빌며 간호하던 반 린 가족들은 지금 돌보고 있는 여자가 분명 로라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고 당시 같은 차에 타고 있었던 휘트니였다.

둘은 모두 금발이었고 체격과 얼굴 모습까지도 비슷했기에 신원 확인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이었다. 마침내, 희비가 엇갈리는 두 가족의 사연이 곧바로 매스컴을 탔다.

 

로라의 회복 상태를 기록해 나가던 반 린 가족의 블로그는 이제 로라가 아닌 휘트니의 다이어리로 바뀌었다. 반 린 가족은 생존한 휘트니를 자신의 딸 로라를 대하듯 바라봄으로써 딸 로라에 대한 사랑으로 또한 세락 가족들에게는 힘을 보태주는 배려로 승화되었다.

 

이미 딸의 죽음을 기정 사실로 받아 들이고 장례까지 치룬 휘트니 가족은 딸의 생존이 마냥 기쁘다기 보다는 로라 가족의 상실감이 더욱 크다는 것을 알기에 두 가족은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슬픔을 서로 위로하고 감사하는 마음씨를 견지한다. "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 임을 알기에 서로에게 보여준 이들의 감동적인 사랑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 진다.   

 

두 가족은 이승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즉, 천국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다. 어릴 적부터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천국에서의 삶을 소망했던 딸을 잃은 고통으로부터 자신들을 구원해 준 믿음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 두 가족의 감동적인 실화를 통해 원망, 고통, 용서, 위로, 사랑, 그리고 신앙심은 우리들 마음의 이웃 사촌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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